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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May 10. 2024

일본 북알프스 종주 1편

(설렘을 안고 출발한 북알프스 종주)

어느 날 : 2008년 8월 02일(토)~06일(수)

어디로 : 일본 북알프스 야리~호다카 종주

누구랑 : 울산에서 서울까지 나의 산우들 16명.

어째서 : 일본(日本)을 왈본(曰本)으로 만들러...

어떻게 : 그네들이 뽐내는 명산을 꾹 발로 밟아 기를 눌러 日을--->曰로 변환

그래서 : 못했슈~

왜~?  :  그네들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함량미달의       문화로


-산행경로-


8월 02일 토요일 (맑음)

# 버스       대전 04:35 발..... 인천공항 07:20 착

# oz 122    인천공항 09:15 발..... 나고야   11:20 착

# 버스       나고야 12:15 발..... 히루카노 고우겐 휴게소 13:33착 (중식)

               휴게소 14:20 발..... 다카야마 전통거리  16:13착 (관광)

               다카야마 17:08 발..... 가미고지 주차장 18:25 착

               고나시타라 롯지 1박.



 

-산행후기-

나는 도시인이다.

직장도 집도 도시에 있기에 도시를 떠나선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기에 난 더욱더 자연을 동경하며 자연 속 삶의 진실과

철학을 얻고자 몸부림을 처대는 건 아닌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산업사회 속에서 미련 곰탱이 같이

원리원칙만 고집하는 나의 성격으로 인해 이래저래 상처받은 내 영혼의

저 밑바닥 이웅성 울림은 단 하나....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한 방랑과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보헤미안이다.

광통신 인터넷 정보와 함께 신화 속 페가수스보다 빠른 비행기와 자동차가 세상을

지배할수록 도심 속 나의 삶엔 촉촉한 감수성이 메말라 가뭄의 논바닥 갈라지 듯 쓰라림만 남았다.


회색빛 도심의 삶에 새로운 삶으로 채움의 탈바꿈 계획을 세운다.

방법은 숨 가쁜 일상을 벗어난 일탈....

일상탈출을 계획하는 동안 함께 할 산우를 모집하는 과정의 이런저런

사연 끝에 최소한의 적정인원으로 팀이 꾸려지고 가슴 설렘만이 남은 전날..

필봉님 아우의 전화 한 통에 정신이 번쩍 든다.

"낼 너른숲 형님 생신인데 어떨할규~?"

난 참말로 무심한 놈이다.

이런저런 모든 일 항상 세심히 챙겨주는 형님의 생일을 잊다니....

저녁 만남을 정해놓고 떠나기 전 오늘 반드시 처리할 일이 있어 주차장에

티코를 후진하는데 작은 충격에 머리끝이 쭈삣 일어선다.

얼른 나가보니 오래된 써금써끔한 엘란트라의 운전석 옆 부분과 스쳤다.

운전석엔 젊은 여인이 나와 후진하는 거 봤는데 천천히 나오길래

얼른가도 될 것 같아 들어왔다며 무척 미안해한다.

우야튼

원인제공이야 그녀가 했지만 나의 과실이다.

차 수리만 보험 처리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는데 그날 저녁 모임에 전화를 받았다.

티코 후미 시그널 조금 깨진 정도의 충격인데 여기저기 아파 병원에 들어 눕겠단다.

참말로 무서운 세상이다.

얼마 전 홀짝제 운행이 불편해 아내에게 투산을 내준 날

투산의 뒤 범퍼가 주저앉을 정도의 사고를 당한 아내는 몸 멀쩡한데

뭐라 병원엘 가냐며 차 수리만으로 사고처리를 끝냈는데 한결같이 주위사람들은

편하게 돈 벌 기회를 놓쳤다며 우릴 이상하게 봐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고방식이 어둑한 우리 부부만 몰랐지 모두 다 이런가 보다.

숨 막히는 살벌함이 감도는 이 도심이 그래서 더 싫어졌다.

그냥 떠나려 했는데 반드시 떠나야 할 필연의 사연이 또 생겼다.


캄캄한 야밤에 아파트를 나섰다.

대전 청사 앞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 이르자

먼저 도착한 산우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미리 예매한 버스표를 나눠준 후 시간에 맞춰 도착한 버스에 오른다.

일본 북알프스를 추진하자 주위분들은 한결같이 우리 땅 독도를 지네들 땅이라

우기는 싸가지없는 나라엘 뭐라 가냐 비난조로 물어올 때마다 나는 이런 말로 응대했다.

날일(日) 자로 시작되는 일본을 나의 두 발로 조근조근 밟아 쭈그려 뜨려 말왈(曰) 자로

만들어 주둥이만 살아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ㅋㅋㅋ


거창한 나의 거사에 합류한 울 사무소 최고참 오 백영 형님의 결의에 찬

근엄한 얼굴 뒤로 이국을 향한 첫 경험이 걱정스러운 이 흥식 사모님이 마중 나왔다.

이흥식 사모님의 근심과 걱정이 담긴 끈끈한 시선을 뒤로 얼마 후 버스는 어둠을 가르며

인천공항을 향한 질주를 했다.   

 

설핏 잠든 나를 깨우는 전화...

먼저 공항에 도착한 나의 산우들이다.

M 카운터에 가 기다리라 말해 준다.

휴가철이라 그런가?

M 카운터 앞 아시아나 항공 OZ 122 티켓팅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좀 늦게 도착한 나른 본 이팀장님께 얼른 여권부터 건넨다.

짐을 부치고 티켓을 받아 보니 16석 중 14석이 비즈니스석이다.

일반석만 팔린 좌석권을 할 수 없이 배정하다 보니 늦게 도착한 우리 팀이 재수 좋게 당첨됐다.

오~예~!!!!

출국 수속 후 비행 탑승까지 여유가 생기자 배가 고프다.

아내와 함께 스낵코너에서 간단하게 빵 두 개와 우유 하나를 시킨 후

돈을 지불하는데 이거 완전 도둑놈들 아냐?

맛도 별로 없는 것이 비싸긴 오라지게 비싸다

을매나 하냐고요~?

만 삼천 오백 냥.....

이 글을 읽는 분 나중에 이런 경우 배고파도 쬠 참았다가 기내식으로 드시길...


(인천공항에서 나고야로 향한 비행항로)

 

  (이륙직전 인천공항 전경)

 

드디어 탑승이 허용되어 비즈니스석이 앉자 기분이 좋다.

시간이 다 되자 한차레 작은 요동과 함께 뒤로 쏠림을 느낀 순간

인천공항이 저 아래 장난감이 되어 우릴 올려다본다.

잠시 후 이쁘장하고 상냥한 스튜어디스의 기내식을 받아 들자 시장기가 돈다.

기내식은 그런대로 맛도 좋고 깔끔하다.

거기다 비즈니스석엔 맥주도 제공되고 원하면 리필도 된다.

흐미~!! 좋거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식사를 끝내자

입국서식을 작성하라며 내준 서류양식엔 죄다 영문을 써넣어야 한다.

그간 가방끈 짧아도 불편한 거 못 느끼고 살았는데 오늘 처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옆사람 커닝하며 물어물어 겨우 작성한 서류는 정작 출국장을 나설 땐 출입국 관리원 아가씨에게

영문 알파벳 틀린 곳을 지적받고 다시 써야만 했다.

우이씨~! 쪽팔려~!!

  

(기내에서 바라본 하늘 풍경)

 

 

1시간 30여 분 만에 나고야 중부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수속 후 공항을 빠저 나왔는데 예약한 버스회사 직원이 안 보인다.

통역으로 함께 간 지열 군에게 알아보라 하니 주차장에서 기다리다 전화받고 올라오는 중 이란다.

   

(공항버스 주차장 출입구)

 

  (일본 내 모든 일정을 예약한 BA투어 회사 버스)

 

공항 내에서 잠시 국제 미아가 되는 거 아닌가란 불안감은 버스에 올라타며

자연 해소가 된 우리 팀은 이국을 향한 첫 일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스 안이 술렁인다.

16명을 태운 28인승 버스의 맨 뒷좌석은 탁자까지 갖춘 룸살롱 시설이라

고급스러운데 깔끔하고 정갈한 노신사의 운전 또한 얌전하다.

이 양반은 얼마나 운전규정을 잘 지키던지?

80K/H 속도의 고속도로를 달릴 땐 앞에 앉은 울 마눌 초록잎새는

속도지시계가 80K/H에 고정되어 있어 속도계가 고장 난 줄 알았을 정도다.

   

(이동 중 버스 안에서)

 

공항 출발 후 얼마되지 않아 고속도로 휴게소로 차가 들어선다.

휴게소 식당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확인하고 들어 왔는데 손님들이 밀려있어

10여분 휴게소를 산책하다 자리를 배정받아 점심을 먹었다.

음식명은 쇼우가야 끼라 인데 밥과 된장국에 돼지고기와 야채를 넣었는데 먹을만하다.

식당에선 산행 가이드와 기사는 따로 다른 메뉴가 공짜로 제공된다.

원래 내가 그 메뉴를 먹어야 하는데 막상 나온 음식을 보니 돼지고기가 들어간

라면과 볶음밥인데 탁자에 내려놓는 순간 돼지 냄새에 비위가 확 상한다.

통역가이드로 데려온 이 지열 군은 일본유학의 경험이 있어 그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기에 그럼 바꾸어 먹자니 좋단다.

훗날 얘기지만 탱크님은 그 라면을 꼭 먹고 싶었는데 이번 북알프스

일정기간 내내 기회가 없어 서운해했는데 진작 알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날그날 오늘의 메뉴 음식만 제공하는 관계로 처음 우리가 계약한 음식값에 다소 얼마의

초과 비용이 발생한 휴게소 음식을 그런대로 맛나게 먹은 후 소화도 시킬 겸 휴게소 상점을 구경하는데

음식점 종업원이 나를 찾아와 언제 떠날 거냐 묻는다.


10분 후에 갈 거다 하니 그때 쥔장과 함께 환송을 해 준단다.

그런데 예쁘장한 여종업원의 한국말씨가 너무 유창하여 어디서 우리말을

그렇게 잘 배웠냐 물어보니 자기도 한국인이란다.

황 미경이란 그 여성은 일본인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 아르바이트 중 이란다.

이렇게 이쁜 여성을 일본놈한티 빼앗겨 너무 억울하다며 울나라 총각 놈들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그 아가씨 안절부절 진짜로 미안해하는 것 같아 농담이라니 씨익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총각들 장가를 못 가 이국의 처녀들과 짝을 짓는

요즘 현실을 생각하면 진짜로 서운하긴 했다.

   

(히루까노 고우겐 휴게소)

 

(휴게소 식당 메뉴들)

 

 

 (기사와 TC에게 제공되는 돼지비계가 잠수한 라면..)

 

  (우리가 먹은 중식 쇼우가 야끼)

 

  (일본인과 결혼한 음식점 종업원 황 미경 양)

 

   (휴게소의 전경)


 

식사 후 휴게소를 떠난 버스가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다카야마의 옛 전통 거리다.

옛 모습 그대로 건축물과 각종 먹거리 기념품 그리고 박물관과 공원이 자리한

다카야마 전통거리의 이정표엔 한국사람이 얼마나 많이 찾는지(?)

일본말 안내문 아래엔 한글이 표기돼 있다.

   

(다까야마 철도역사)

 

  (한글이 표기된 거리의 이정표)

 

  (다카야마 전통거리의 풍광들...)

 

 

  

 

  (다카야마 전통거리를 운행하는 인력거)

 

 

 

 

 

 

   (무료로 개방된 박물관)

 

병일이와 흥식 형님은 마치 국민학생이 소풍을 나온 듯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며

맥주와 음료수를 사 와 나보고 맛을 보라 내밀더니 어느 순간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뭘 살게 있을까란 나의 생각과는 달리 산우들은 각종 악세사리와 손부채등을 들고 약속된

시간에 버스에 올라선다.

일본 첫날 모든 일정은 이것을 끝으로 가미고지의 숙소로 향한다.

계속 고도를 높일수록 길게 이어지는 터널을 지나 구불구불 산고개를 넘자

체감온도가 뚝 떨어짐이 느껴질 때쯤 가미고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 팀이 버스에서 내리자 관리사무소에서 산행가이드를 찾는다.

안내인을 따라 사무실에 들어가 예정된 산행코스와 인원수 그리고 대표자의

주소 성명 전화번호를 적고 나자 비로소 가미고지 공원의 입장을 허용한다.

비로소 우린 짐을 챙겨 숙소로 향하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고나시타라 산장의

쥔장이 조그마한 경차를 끌고 와 우리 팀의 짐을 날라다 준다.

   

(가미고지 주차장)

 

 (숙소를 향한 길)

 

 

덕분에 가벼운 몸으로 가미고지 주차장에서 고나시타라 롯지로 향해

얼마쯤 걸어 들어가자 아주사와 강을 건너는 갓바바시(하동교)가 나온다.

그 하동교에 올라서자 해는 저물어 어둠에 잠기기 시작한 북알프스의 연봉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다가와  숙소로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잡는다.

  

(고나시타라 롯지의 숙소를 앞에 둔 하동교)

 

  (하동교에서 단체사진)

 

우리 팀은 하동교에서 단체사진으로 증명을 남긴 후 고나싯타라 롯지에 들어

숙소를 배정받고 식사를 하는데 음식도 푸짐하고 맛도 그 정도면 수준급이다.

저녁 식사 후엔 서로 처음인 팀원들 인사도 시킬 겸 숙소 한 곳을 정해 모이게 한 후

소주와 양주가 함께 하니 자연 화기애애한 자리가 된다.

이번 북알프스 종주팀은 내가 개인적을 알게 된 전국의 산우들을 불러들인 관계로

지역이 울산, 대전, 공주, 천안 그리고 서울에서 모였기에 팀이름은 자연스레 산찾사 전국구 팀이 됐다.

   

(산장의 저녁식사)

 

 

적당한 취기가 올라오자 내일을 위해 각자 숙소로 돌아가 일본 북알프스 종주의 첫 여정을 위한 숙면에 든다.

이날 난 4인 1실의 산장 롯지와 달리 산악 가이드에게 산장에서 제공하는 독방에 들어 잠을 청했다.

   

(산행대장에게 제공된 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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