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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May 29. 2024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제3편)


산행지 :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산행일 : 2017년 8월 03일(목)~07일(월). 4박 5일

누구랑 : 산찾사. 초록잎새. 바커스. 빨간 장미. 58공 구리. 전사. 들풀. 라오.

              강원장.... 강동마라톤 클럽 세 자매 부부 (총 14명)

 

제3일 차 : 2017년 8월 05일. 금요일

- 05:00  노우토리 산장

- 05:50~05:55  니시노우토리 다케 3051m

- 06:50~07:10  노우토리 다케  (도시락으로 조식)

- 07:45  다이몬 자와

- 10:05~10:20  다이몬자와 산장

- 12:40  나라다 발전소

- 13:05~14:53  나라다 온천장 (목욕 후 점심식사)

- 18:05 후지산 5 합목 주차장

- 18:30 운해산장


  (남알프스 이동거리와 산행시간 조견표)


지난밤....

酒님의 은총으로 아주 깊은 잠에 빠진 산찾사.

실컷 잤다 생각하고 깨어나 시간을 보니

흐미~!

저녁 8시밖에 안 됐다.

그럼 우리 산우님들은? 

아직도 노우토리 산장의 뜰에서 여흥을 즐기다

이젠 아예 이부자리를 깔아놓은 산장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꺼져가던 酒님에 대한 信心을 지피려 준비 중에 있다.

병성이 형님이 그만하자 만류에도 끄떡없던 님들을 향해 아무리 조용히 한다 조심해도 

다른 동의 숙박객에겐 방해가 되니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자며 내가 찬물을 끼 얻는다.

결국 활활 타오르던 酒님을 향한 信心에 대한 화염은 꺼졌다.

사실 산장에서 파는 술도 떨어졌다.

이후...

그때부터 나는 불멸의 밤을 보냈다.

코골이 협연이 그리 심한 것도 아녔다.

오히려 잠꼬대가 더 거슬리던 그날밤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살포시 잠이 들었는데 그 꿀잠은 너무 늦잠이라 아쉬웠다.

오늘도 역시 제일 늦게 잠들고 제일 일찍 일어나는 58 멍들이 아침을 연다.

 

"후지산 풍경이 기막혀~!"

" 해 뜬다 얼른 일어나~!" 



산장뜰에 나가자 후지산 아래엔 운해바다가 펼쳐졌다.

장관이다.

동녘은 이미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당연히 오늘 일출은 정말 화려하고 장엄할 줄 알았다.

그만큼 기대도 컸다.

그런데 살그마니 얼굴을 내밀던 아기해님을 

심술궂은 구름이 순식간에 몰려들더니 날름 잡아먹는다.

 

이런 딘장~!!!

 


오늘도 긴 여정이라 이른 출발을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후 05시 정각에 산장을 등진 

우리 팀은 가파르게 치솟아 오른 능선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새벽공기가 참 신선하다.

오늘도 역시 어제처럼 힘 좋은 선두권은 잘도 달아난다.

그런데 웬일인지 우리 팀에서 항상 힘이 넘치던 막내 라오가 맨 뒤로 처진다.

ㅋㅋㅋ

어제도 술독에 빠저 달리고 달리더니 이제야 그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열심히 걷다 문득 되돌아보니 사진을 찍느라 항상 후미였던 

들풀님이 라오님과 나란히 걷고 있다.



오늘도 초록잎새는 힘겨워한다.

오름길에선 더 맥을 못 춘다.

반보 반보....

나는 보폭을 아주 짧게 끊어서 오르도록 유도하며 자주 심호흡을 시켰다.



그런 초록잎새와 반대로 

제주댁 세 자매는 벌써 저 멀리 니시노우토리 다케를 올라서는 게 보인다.

여길 오기 전  그녀들은 저질체력이라 민폐를 끼칠 것 같으니 잘 좀 봐달라며 

그렇게 엄살을 부리더니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괴물 수준의 왕성한 체력을 자랑한다.

햐간에 여행의 절대조건 잘 먹고, 싸고, 자고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여인들이다.

오히려 우리 팀의 폭탄은 초록잎새다.

ㅋㅋㅋ

이렇게 될 줄 애당초 아니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다.

 


서농조악(西農鳥岳)이라 표기된 

3051m 니시노우토리 다케에서 우리 부부를 기다려 준 

빨간 장미님과 기념사진을 담은 뒤 또다시 사라져 버린 선두를 

쫓아가기 시작한 우리를 오르락내리락 부침이 심한 암릉이 연속으로 맞아준다.



위험한 등로는 위험한 만큼 아름답다.

여린 아기햇살에 드러난 산하의 풍경에 무심코 걷던 발걸음이 멈춘다. 

순간....

지금까지 고통스럽던 힘겨움이 펼쳐진 선경 앞에 사그라든다.

 


초록잎새는 얼굴이 퉁퉁 붓고 두통에 시달리면서도 걷는 내내 밝은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이맛이다.

예전 메리설산에서 고산병으로 극한 고통을 겪었던 초록잎새가 

모든 걸 다 잊고 다시 이렇게 매번 고산을 찾게 만든 이유가 이런 게 아닐까?

 

"또 오자면 올 거야~?"

"당연하죠 서방님~!"



풍광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도 노우토리 다케에 올라섰다.

이곳에서 바라본 후지산이 참 아름답다.




먼저 떠났던 선두권의 우리 팀들이 

노우토리다케 아래의 평평한 자리를 잡아 도시락을 먹고 있다.

그  아래론 이른 새벽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운해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몰려들기를 반복한다.

그 모습이 너무 멋지다.

선계의 풍광이 아마 이렇지 않을까?

우린 세상 최고의 밥상에 앉아 시시각각 변모하는 

운무쇼를 감상하며 가슴 깊은 저곳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른 행복을 맛본다.

일행 곁에 자리를 마련한 우리도 밥상을 폈다.

비록 찬은 비루하나 황제밥상 부럽지 않다.

언제 또 우리가 이런 밥상을 받아보랴~!!!



식사 후 이어진 발걸음은 가볍다.

당연한 게 이제부턴 계속 내리막길이다.

뿐만 아니라 발아래엔 운무쇼가 펼쳐지고

고개만 들면 운무가 휘감고 있는 일본의 최고봉 후지산이 반겨준다.



풍광에 취해 걷다 보니 능선 안부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은 중요 갈림길인 (다이몬자와)로 우린 진행방향 좌측으로 꺾어 내려야 한다.



다이몬자와를 내려서기 전 우리는 아쉬움을 담은 눈길로 후지산을 바라본다.

이제 이곳을 내려서면 후지산은 숲에 가려 더 이상 볼 수 없다.

 


우린 다이몬자와를 내려서자마자

능선사면을 따라 지그재그로 된 가파른 등로를 따라 걸어 내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앞서 걷던 초록잎새가 능선사면 아래로 쏙~ 빨려 들어가 버렸다.

 

헉~!!!!

 

이게 무슨 상황?

곧이어 비명이 터진다.

굴러 떨어지던 초록잎새가 다행히 나무에 걸려 멈춘 것 같다.

그냥 그대로 꼼짝 말고 있으라 소리친 후

배낭을 냅따 던져 버린 난 정신없이 숲 속을 헤치며 내려갔다.

일단 상황을 살핀 후 몸을 조심스레 움직이게 하자

히유~!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다만 몹시 놀란 상태....

굴러 떨어질 때 부드러운 나뭇가지와 풀숲이 완충역할을 한 게 다행였다.

가파른 능선 사면을 걸을 땐 항상 낭떠러지와 반대편에 붙어 걸어야 된다.

그걸 망각하고 잠깐 방심하며 걷던 초록잎새는 낭떠러지 가까이 밟았던 땅이 

순식간에 꺼져 굴러 떨어졌는데 숲 속이라 다행였지 그게 너 널길 능선 사면였다면?

헐~!!!

지금도 그때 상황만 생각하면 모골이 성연 하다.

히유~!!!



이후부터 급경사로 이여지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로가



안정을 찾아가자 등로가 좋아진다.

당연 진행 속도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우리가 엉덩이를 붙일 수 있던 산장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산우들을 향해 팀닥터 강원장님이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씩 엥긴다.

마시면 좋긴 한데 술이 약한 난 다리가 풀려 사양했다.

아직도 우린 여기서 나라다 온천 마을까지 9km를 더 내려가야만 한다.

 


다이몬자와 산장을 지나자 등로는 육산이다.

순간 발바닥이 편안하다.

우거진 숲 속길은 따가운 햇살도 피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걸어가다 만난 계곡에선 화끈거리는 발바닥을 식히기로 했다.

그러나 남들 쉬는 동안 더 내려가기로 한 마눌님과 난 먼저 하산길을 서둔다.

 


이제 저 구름다리만 지나면 끝?



그러나 그건 우리의 희망 사항였고 발전소를 지나고



임도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 내려선 끝에



우린 나라다 발전소 입구의 터널옆에 자리 잡은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연히 우릴 기다려야 할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병성 형님이 버스회사에 전화를 하자 약속된 13:00 정각을 그들은 오후 3시로 알았단다.



2시간의 시간이 남는다.

회사에선 바로 버스를 출발시켜 주겠다 해도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다.

할 수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우린 20여분을 더 걸어  나라다 온천마을로 향했다.

그런 후 온천욕으로 그간 거지 몰골 같던 몸을 씻어낸 개운한 몸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얼마 후 도착한 전세버스....

남알프스 종주를 무사히 끝낸 우린 또 다른 목적지 후지산을 향한다.

피곤함에 끄덕끄덕 졸다 깨어나니 버스는 골골대며 산허리를 타고 올라서고 있다.

그런데 가끔씩 빗방울이 버스의 차창을 때린다.

내일 비가 오면 어쩌지?

그런 나의 우려를 씻어내 듯 고맙게도 비가 그치더니 운무가 버스를 감싸 안는다.

그러다 버스가 운무를 뚫고 5 합목 주차장 이르자.

햐~!

맑게 개임이다. 

오우~!!!



얼마 후 우리는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후지산 5 합목을 뒤로 보내며 힘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든다.

이젠 곧 해가 질 것 같다.

자연 우리의 발걸음도 바빠진다.



드디어.... 

오늘 우리가 묵을 운해산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오메 반가운 거~!!!

오늘의 안식처가 바로 저기다.

 


곧이어 도착한 산장의 뜰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발아래엔 온통 운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와우~!!!



예약을 확인한 우리 팀은 비용을 지불 후 방을 배정받고 



운해산장에서 제공한 카레밥으로 저녁식사를 끝내자 이젠 각자 자유시간이 주워진다.



어둠이 내려앉은 산장....

어스름 달빛이 내려와 소곤대고 그 아래엔 도심의 불빛이 아른단다.



저 아래 도심의 불빛...

이국땅 한밤의 풍광에 문득 아련함이 가슴에 스민다.

산행의 피곤함도 잠시 잊은 채 한동안 추위가 엄습하던 산장뜰을 나는 마냥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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