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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제2편)

by Yong 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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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산행일 : 2017년 8월 03일(목)~07일(월). 4박 5일

누구랑 : 산찾사. 초록잎새. 바커스. 빨간 장미. 58공 구리. 전사. 들풀. 라오.

강원장.... 강동마라톤 클럽 세 자매 부부 (총 14명)


제2일 차 : 2017년 8월 04일 금요일

- 야시야쓰 이와조노칸 05:05

- 히로가와 하라 입구 통제소 05:20~05:30

- 히로가와하라 산장 06:00~06:15

- 오오캄바사 & 후다마타 갈림길 08:30~08:35

- 고타로오네(kotarayma) 갈림길 10:50

- 기타다케 노고야 (라면과 햇반으로 중식) 11:25~12:15

- 기타다케(3193m) 13:10~13:15

- 기타다케 산장(2900m) 14:10~14:25

- 나까시라네(3055m) 15:05~15:08

- 아이노다케(3189m) 16:25

- 노우토리고야 (숙박) 17:30


(산행지도)


(산행 고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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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붉을 밝히며 떠날 채비를 서둔다.

다들 나만 빼고 새벽형이라 알람도 필요 없이 자동으로 일어났다.

언제 또 씻을 수 없으니 수건을 들고 온천장에 몸을 담그며 나는 이국의 새 아침을 맞는다.

이후 배낭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와노조칸 숙소에서 마련해 준 도시락 두 개와 마눌님 옷가방 일체

그리고 우리 일행들의 일용할 양식으로 구입한 14인분 삼겹살과 쇠고기를 패킹한

D팩까지 채우고 나자 배낭은 이미 용량을 초과하고 있다.

가방끈이 짧아 무식한 내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건 힘뿐이다.

그러니 어쩌랴~!!!

일단 불끈 들어 올려 메어보니 감당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가는데 까지 가보는 거지 모~!

이윽고 우린 예약된 점보택시를 기다려 예정시간 보다

딱 5분 늦게 05:05에 산행 들머리 히로가와 하라를 향해 힘찬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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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꼬부랑~

산허리를 빙빙 돌고 돌며 고도를 높이던 점보택시가 멈춘다.

남알프스 공원을 향한 입구엔 우리와 같은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철저하게 이곳은 05:30까지 통제란다.

일부 일본인들은 길바닥에서 통제가 해제될 동안에 아침 도시락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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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 점보 택시에서 내린 우리는 상큼한 아침 공기를 마신다.

강동 마라톤 클럽에서 오신 세 자매는 모두 제주댁이다.

성격들이 얼마나 좋고 활달하던지 트래킹 내내 팀 분위기를 밝게 주도해 주셨다.

세 자매 중 큰언니만 빼고 부부가 함께 하여 이번 우리 팀엔 부부가 4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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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05:30에 통제가 풀리자

차량들이 일제히 히로가와 하라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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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고갯길과 길고 긴 터널을 수없이 지나

드디어 도착한 히로가와 하라의 산장 앞에서 우린 본격적인 산행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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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장정이 시작된다.

병성이 형님이 입구에 그려진 남알프스 조감도를 보며

대략적인 루트를 설명하여 대원들이 코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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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시작했는데 본격적인 들머리는 히로가와 하라의 다리를 건너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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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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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옆엔 산장과 야영장이 반긴다.

굳이 그곳을 들려야 할 이유가 없는 우리는 곧장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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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은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완만한 숲 속길 이다.

고도가 높아 그런지 더위는 느낄 수 없어 다행이다.

숲 속엔 온갖 새들이 이국의 트래커를 아름다운 노래로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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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뛰어난 체력의 소유자들이라 그런지

얼마 후 바커스님 부부 외엔 모두들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아직은 갈길이 멀다.

굳이 초반부터 빨리 걸을 이유가 없고

특히 고산에 대비한 걸음을 익혀야 하기에 최대한 천천히 걷도록 했다.

그렇게 걷다 다시 만난 우리 일행들이 계곡에서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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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배가 고픈 참이다.

우리도 자리를 잡아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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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시장하면 다 맛있다.

더구나 이곳은 깊은 산중이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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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다시 시작된 걸음이 왠지 더디다.

그건 바로 이미 고산이 시작되고 있음이다.

우리 인간의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모세혈관은 세포에 영양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동맥을 거쳐 모세혈관을 통해 영양과 산소를 운반하며

되돌아오는 길에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해 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혈액을 통해 우리 몸은

산소와 영양 그리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의 물질교환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정상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데 고산에선

지상에 비해 산소량이 절반으로 떨어짐으로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그것이 바로 고산병이다.

쉽게 말하자면 연료는 있으나 산소 부족으로 연소를 할 수 없어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없고 따라서 힘을 쓸 수 없는 몸상태가 되는 것이다.

예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등반할 때 내가 인솔해 갔던 산우 한분은 갑자기

헛소리와 함께 이상한 행동을 하여 나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아마도 뇌에 공급되는 산소부족으로 인한 현상이라 생각된다.

일단 발병된 고산병에 약은 없고 치료는 단순하게 하산만 하면 즉시 해결된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고집을 부리면 목숨까지 잃는 게 고산병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몸은 모든 환경에 적응하게 돼 있다.

다만 각자의 주워진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인데 내 몸의 특성을 알기 전까진

일단 아주 느림보 거북이걸음으로 신체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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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다른 트래커들 역시 힘겨움이 느껴진다.

낮은 고도에선 별거 아닌 경사임에도 한발 한발 옮기기가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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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협곡사이에 눈이 쌓인 게 보인다.

한여름에 이런 눈을 볼 수 있다는 게 고산등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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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갈림길....

선두권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선 좌측길을 통해 오르면 곧바로 기타다케로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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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갈림길에서 곧장 직등길을 택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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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날씨는 맑음였는데

올라서다 보니 슬금슬금 우리 뒤를 따라 올라오던

운무가 어느새 우릴 추월하여 우리가 가야 할 등로를 삼켜 버렸다.

어쩜 저것도 괜찮단 생각이 든다.

가야 할 산이 까마득하게 보인다면 지레 질려 죽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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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올 때 나는 마눌님 초록잎새랑 약조를 했었다.

당신 배낭만큼은 뽕배낭으로 해 주겠다며...

그런데 살짝 들어본 초록잎새의 배낭이 제법 묵직하다.

그래서 그랬나?

참 힘겨워한다.


하긴...

10개월 전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몸이라 생각하면 이것도 기적이다.

갈비뼈가 몽땅 다 부러질 때 폐를 찔러 계속 출혈이 이어지고

골반뼈가 나가고 홀목뼈는 복합골절로 완전 돌아갔으며 허벅지는

근육층과 지방이 분리된 상태에서 한 움큼의 살덩어리가 패여나간 부상을 입었던 몸이다.

초록잎새가 첫 재활훈련을 할 때가 생각난다.

침대에서 앉았다 일어서는 연습 3번 만에 현기증으로 포기하던 울 마눌님...

그런 마눌님이 단시간만에 트라우마 마저 극복하고 다시 나를 따라서 산에 들었다.

뭘 더 바랄까?


초록잎새의 힘겨움은 고스란히 초등학교 선배인 바커스님께 전해졌나 보다.

바커스님은 울 마눌님이 제일 좋아하는 맥주를 꺼내 들었다.

순식간에 갈증이 달아난다.

그거 주려고 얼린 맥주를 호텔에서 구입해 지금껏 메고 오셨단다.

참 고마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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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잎새가 먹는 것만 봐도 아주 좋아라 하며 기뻐하는 빨간 장미님....

마눌님을 이곳으로 이끈 건 빨간 장미님의 공이다.

초록잎새는 언니가 간다면 믿고 따라갈 수 있다며 나선게 이번 트레킹였다.

그러고 보면 마눌님은 남편보다 빨간 장미님을 더 믿고 의지 할 수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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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간식으로 힘을 얻은 우리의 발걸음이 힘차게 이어 진건 아주 잠시뿐...

가파른 경사에 금방 또 지친다.

아주 애기걸음으로 그렇게 한발 한발 옮기던 초록잎새가 어깨의 고통을 호소한다.

몇 달간 꼼짝달싹 못하고 누워만 있던 후유증으로 어깨엔 석회가 끼고

굳어 버린 걸 풀어내는 재활치료를 받긴 했어도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한 후유증 때문이다.

그 아픔과 힘겨움을 보다 못한 바커스님이 날름 초록잎새의 배낭을 빼앗아 품에 안더니 저만치 달아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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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안부까지 고통의 연속....

그 힘듦을 곰취가 피어 올린 아름다운 야생화가 달래준다.

햐~!

저거 뜯어서 살짝 데치면 먹을 수 있는데.....

예전 중국 북경의 소오대산을 등반하며 저런 곰취를 채취해 물에 데친 후

삼겹살과 함께 배 터지게 먹었던 기억이 생생한 내 입안은 그 맛을 잊지 못해 어느새 군침이 돌고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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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라선 능선안부엔 이정목이 반긴다.

이정목은 현 위치가 小太郞山分岐点이며 기타산장 0.8km 40분에

일본 제2위 고산준봉인 기타다케 까지 1.5km 1시간 20분으로 표기를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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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순간 초록잎새가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

배낭마저 벗어던진 빈 몸인데 두통과 함께 추위를 느끼고 있다.

저런 현상은 전형적인 고산병 증세다.

나는 즉시 배낭의 구급낭에서 두통제 두 알과 함께 아스피린을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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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반인데 걱정이 태산이다.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걸어 올라왔음에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어찌할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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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꺼내 입을 수 있는 옷을 담은 배낭은

이미 바커스님에게 넘긴 상태라 일단 내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힌 후

천천히 황소걸음을 이어 걷다 보니 다시 또 나타난 이정표가 산장까지 15분을 가리킨다.

꼬렉~?

그럼 일단 거기까지 가보자.

그렇게 걷다 보니 초록잎새의 컨디션이 살살 살아남이 그녀의 발걸음에서 감지된다.

히유~!!!!

참말로 다행이다.

아까 먹인 응급약이 약빨을 좀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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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먼저 도착해 있던 산우들이 후미의 우리를 반겨준다.

나를 맞아주던 병성이 형님이 점심 식사를 어떻게 할지 나에게 묻는다.

기타다케 산장까지 가기엔 너무 늦고 여기서 식사를 하기엔 이른 시간이라 애매모호하다.

힘이 펄펄 넘처나는 전사님과 그 일행들은 가서 먹자 하는데 저질체력인 우린 감당이 안된다.

단체는 팀 플레이 다.

가서 먹자는 선두권의 의사를 무시하고 좀 일러도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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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휴식으로 컨디션이 회복된 초록잎새...

빨간 장미언니가 전해주는 영양 덩어리 치즈를 시식하며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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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넘처나 주체를 못 하는 전사형님...

가고 싶어도 일행들을 떼어놓고 혼자 가긴 미안했던지

일본의 대형슈퍼에서 꽁처온 커다란 양주를 들이키며 酒님에 대한 信心을 불태운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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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酒님을 모시는 건 체질상 저분은 괜찮다.

다만 옆에 있던 애주가들이 문제다.

정말 참을 수 없는 유혹에 한잔 두 잔 받아 마시다간 어느 순간 한방에 훅~ 간다.

그야말로 전사님 때문에 전사당하게 될 산우들이 생겨날지는 두고 볼일이다.

역시나 누구라곤 말 못 한다.

몇 분...

그래서 마지막날 후반엔 개고생을 좀 하셨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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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팀을 나눠 라면을 끓여 햇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식사엔 빨간 장미님이 한국에서 공수해 온

배추절임 장아찌가 최고의 인기 품목으로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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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식사를 하고 있던 그 아래엔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엔 일본인들이 이제야 텐트를 걷고 있다.

이 양반들 참으로 검소하다.

대다수가 비싼 산장에 들지 않고 힘들게 장비를 메고 와 저렇게 야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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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쉬며 영양을 보충한 덕에 이젠 배낭을 다시 받아

메고 걸을 만큼 컨디션이 회복된 초록잎새와 함께 산장을 등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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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가 사뭇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운무가 능선을 넘나들며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친다.

맑은 날의 기대가 꺾인 날씨지만 이 또한 몽환적인 분위기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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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레 가파르게 등로가 치고 오른다.

다들 힘겨워 하긴 마찬가지....

이젠 선두나 후미나 거리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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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라선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타다케에 우린 섰다.

제1봉 후지산 3766m

제2봉 키타다케 3193m

제3봉 오쿠호다케 3190m

내일 우리가 후지산을 오르면 우리 부부는 일본에서 제일 높은 산 3개를 모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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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남알프스는 길이가 120km에 너비가 40km이며

최고봉은 야마나시현에 있는 높이 3193봉인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기타산이다.

남알프스는 그 밖에도 아이노산(3189m), 카이시산(3120m),

노토리산(3051m), 센조산(3033m)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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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모여 일본 제2 최고봉에서 단체사진을 담은 우리들....

이젠 본격적으로 우리의 안식처가 돼 줄 노우도리 고야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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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2위 봉에 올랐으니 그만큼 내려서야 한다.

그 길이 사뭇 가파르고 위험하다.

자칫 잘못 밟아 낙석이라도 생기면 부상의

위험이 있어 모두들 한걸음 한걸음 살어름판을 밟듯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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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운무가 몰렸다 어느 순간 또 확~ 걷힌다.

그럴 때마다 함께 걷던 산우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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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은 오르락내리락 우리의 체력을 시험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보폭을 좁힌 깔작 걸음으로 느리게 느리게 거리를 좁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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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사면엔 아름답게 피어 올린 야생화가 지천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싱그러운 꽃들이 너무나 이쁘다.

그 모습을 한번 담아 보고 싶은데 배낭이 너무 무거워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번 앉았다 일어서기가 고역이라 그냥 난 가슴에 그 모습을 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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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했던가?

저 산아래엔 운무 한 자락을 휘감은 채 그 모습을 반쯤 내준 산장이 보인다.

기타다케 산장이다.

그곳에 도착한 난 길게 휴식에 든다.

이젠 배낭의 무게로 어깨가 심하게 결린다.

살짝 벗어보니 오랫동안 눌린 자국으로 빨갛게 살색이 변했다.

이쯤에서 농담 삼아 얄미울 정도로 힘이 넘처나던 전사형님께

고기를 담은 디팩을 꺼내 건네주며 이젠 얼마 안 남았으니 좀 가져가라 던져 주었다.

전사형님은 그 순간 참 난감했을 거다.

배낭은 작아 들어가지 않지 못 들고 가겠단 소린 못하겠지.

ㅋㅋㅋ

어쩔 수 없이 그냥 손으로 라도 들고 갈게란 말은 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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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두 번 메고 다닌 솜씨인가?

자랑이 아니라 무거운 박배낭은 힘보다 요령이다.

조금만 더 참고 산장에 도착하면 낼 아침엔 한결 가벼워질 등짐만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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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우린 3055m 나카시라네잔을 넘긴다.

이젠 하룻밤 우리의 안식처가 될 산장까지는 아이노다케만 넘기면 된다.


아자~!

아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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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힘은 들 지언정 걷는 내내 아름다운 풍광이 고통을 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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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심히 걷던 우리를 향해 느닷없이 빗줄기가 쏟아졌다.

이런 딘장~!!!!

남알프스가 우릴 아주 고루고루 맛을 보여주려 작정을 한 듯싶다.

그러나 다행히 이내 곧 비는 그쳤다.

초록잎새...

다른 사람들은 다 우의를 벗는데 그냥 입고 있다.

벗으라니 춥단다.

역시나 온전한 몸 상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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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힘겹게 우린 산장을 향한 마지막 고개 아이노 다케를 넘긴다.

3190m....

이젠 내려서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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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노다케 내리막길...

한동안 걷기 불편한 경사 급한 너덜길이다.

정말 진절머리가 날 정도의 길고 긴 하산길이 진정될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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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저 멀리 운무에 희롱당하고 있는 능선안부에 빨간 지붕이 보였다.

바로 그렇게 학수고대 나타나길 기다리던 노토리 고야가 바로 저기다.

뛰어 내려가면 금방 닿을 듯 가깝게 보이던 저 산장은 그러나..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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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 내려가면 저만치 달아나고

또 쫓아 내려서면 저만치 달아난다.

아이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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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이 눈에 보이자 이젠 없던 힘도 생겨난다.

파라다이스가 바로 저기에 있다.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란 생각에 마음속 깊은 곳엔 희열이 솟고 행복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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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한 산장....

우리 일행은 숙사를 통째로 한동을 배정받아 짐을 풀었다.

그리고 시작된 산정의 파티...

그 파티엔 산장의 쥔장으로부터 맥주 한 캔씩을 선물 받았다.

웬 선물?

역시...

나의 선배 송병성 리더의 유창한 일어가 한몫을 한 결과다.

선배님은 산장의 쥔장에게 당신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이라

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산우들을 데리고 찾아왔는데 뵙게 돼서 너무 기쁘다 추켜 세우자

무지하게 좋아하던 그분이 덜름 각자 맥주 하나씩 먹으라며 14개를 싸 주더란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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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의 파티...

늦도록 우린 산정의 밤을 즐겼다.

저 많은 고기를 누가 다 먹을까란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다들 胃大한 산우 들였다.

酒님은 또 어찌나 알뜰살뜰 모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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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수고했다며 드시라고 내준 술잔...

분명 맥준데 맛이 약간 이상했다.

이런~!

독한 술을 섞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酒님의 은총을 흠뻑 받은 산찾사...

으 29~!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얼른 숙소를 찾아들었는데 제주댁 큰언니가 침구를 정리하고 있다.

마음은 도와줘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

나를 따라서 들어선 초록잎새도 워낙 지친 몸이라

그날 함께 일을 도와주지 못했음을 두고두고 미안해했다.

그녀 덕분에 뒤늦게까지 이어진 뒤풀이로 얼큰해진 산우들의 잠자리가

편안했음에 늦게나마 이 글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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