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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May 26. 2024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제1편)


산행지 :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산행일 : 2017년 8월 03일(목)~07일(월). 4박 5일

누구랑 : 산찾사. 초록잎새. 바커스. 빨간 장미. 58공 구리. 전사. 들풀. 라오.

              강원장.... 강동마라톤 클럽 세 자매 부부  총 14명

제1일 차 : 2017년 8월 03일. 목요일    

- 04:55  공항버스 대전 출발

- 07:30  인천공항 도착

- 09:40  RS 712편 인천공항발 시즈오카행 

- 11:35  일본 시즈오카 공항 도착

- 12:03  전세버스로 시즈오카공항에서 야시야스로 이동

- 12:55~13:35 이동 중 시미즈 휴게소에서 중식

- 15:05~15:45 이동 중 소도시의 대형 마켓에서 트래킹 필요 물품 구입 

- 16:10    야시야쓰 지역의 이와조노칸 호텔 도착


- 프롤로그 -

백패킹으로 일본 남알프스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홀로 가는 것보다는 함께 가고픈 형님께 폰을 날린다.

그런데 형님 말씀이...

"거긴 그냥 우리끼리 가면 되지 남들 가는데 왜 껴서 가~?"

"그럼 형님이 계획 세우고 날자 잡아요~!"

그런 연유로 우린  급조된 팀이 꾸려진다.

고교 선배인 병성 형님은 옛날 대기업 근무 때 일본주재 상사원으로 일을 했었다.

당연 일본의 지리, 문화, 관습은 물론 통역까지 문제가 없다.

따라서 일본 현지의 숙박과 이동 동선은 형님이 맡고 

모든 살림은 내가 맡는 거로 하여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다.

가는 김에 병성 형님은 바커스님도 함께 가고 싶어 한다.

바커스 형님은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바로 콜~!

ㅋㅋㅋ

차암~!

쉽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답변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마디로 우린 간이 맞는 사이다.

그건 아마도 우리들의 삶의 스타일이 소위 말하는 YOLO족이라 그런 건 아닌지?

You only Live once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한 번뿐인 삶을 후회 없이 즐기자란 뜻을 

품고 있는 욜로족은 현재를 중시하는 2~30대의 가치관이다.

YOLO.....

내일은 내일이고 당장 오늘을 치열하게 살며 즐기자는 건 같은데

솔직히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삶의 방식이라 방향은 맞지만 목적은 우리와 약간 다르다.   

우리는 물질의 중요보다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삶을 추구하며 

가족과 어울리는 일상의 풍요를 중시하는 휘게(HYGGE) 라이프 스타일이다.

한편...

긍정과 부정을 내포하고 있는 2~30대의 욜로족이 

그런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사회구조가 마음 아프다.

오죽하면 칠포세대라 말할까?

참고로...

칠포라 함은 연애. 결혼. 출산. 내 집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을 포기함을 말한다.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위치도)


일상을 살아가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삶을 지향하는 

휘게(HYGGE) 라이프 스타일의 해외팀이 드디어 인천공항에서 뭉쳤다.

10개월 전 산악사고로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던 초록잎새는

지난달 재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되고 그간 산행을 못해 저질 체력이란

빨간장미님마저  팀에게 해가 될까 두렵다는 말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특훈으로 바커스님과 우리 부부는 지리산 종주를 하며 이번 해외 트래킹을 준비했다.

공항에서 만난 이번 우리 팀들...

해맑은 얼굴로 구김살 없는 분들이다.

대다수 우리 부부는 처음 뵙는 분들인데 낯설지 않다.

그건 아마도 마라톤을 하면서 한 번쯤은 만났던 인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인천공항은 휴가철을 맞아 복잡할 거란 예상과 달리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많은 기다림 없이 출국수속을 바로 끝냈다.



덕분에 면세점도 들리고 여유롭게 탑승시간을 기다린 우리가



시즈오카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타자마자....



인천공항을 힘차게 날아오른 비행기가 벌써 서해의 섬 영흥도를 스쳐 지난다.



비행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른 새벽 출발의 피곤함을 달래준 쪽잠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한다.



얼마 후..

우린 시즈오카 공항을 나섰다.

그 순간부터 병성이 형님만 홀로 무지하게 바쁘다.

전세 낸 버스가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지 로밍해 온 핸드폰을 두드린 후

유창한 일어로 위치파악에 나서느라 살짝 긴장모드의 얼굴에선 일행을 선도해야 하는

부담감을 살짝 들어낸다.



드디어 전세 버스가 도착했다.

친절한 버스 기사가 화물칸에 직접 들어가 짐을 받아 안전하게 짐을 패킹한 후



시즈오카를 벗어난 전세버스가 남알프스의 작은 산골마을 야시야쓰를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떠나올 때 한국은 흐린 하늘과 높은 습도로 짜증스런 기후였는데 

이곳 일본은 맑고 푸른 하늘이 마치 공활한 가을날을 보는 것과 같다.

일주일 전 일본 기후 예보는 50%의 비에서 우리가 도착할 쯤엔 맑게 개임으로 

바뀐 걸 보면 우리 팀원들이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았음을 알 수 있다.



이른 아침 떠나 오느라 다들 배가 고프다.

우린 야시야쓰로 이동하다 휴게소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시미즈란 휴게소의 식당가...

각종 음식점이 나열돼 있는데 자판기에서 음식을 고른 후

돈을 집어넣어 쿠폰을 뽑아 해당 음식점에 주고 기다리면 전광판에 번호가 뜬다.

나는 각자 기호대로 시켜 드시라 1000엔씩을 나눠 주었다.

여긴 1000엔 한도에서 다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10엔에서 

100엔 정도가 할인된 음식이라 모든 님들이 거스름돈을 나에게 반납한다.

밥을 다 먹고 난 후 내 전대는 그래서 동전으로 무거워졌다.

그때부터 나는 일정 내내 중량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식사 후 마지막으로 우린 트래킹에 필요한 물품구입을 위해 한 곳을 더 들렸다.

그곳에선 삼겹살과 쇠고기 구입이 주목적인데 막상 계산대에 서자

?

전사님과 58 멍 일행들이 어마 어마하게 큰 양주 3병과 안주를 들이민다.

헐~!!!!

내가 고산등반에 酒님은 쥐약이라 불허한다고 하자

강력 반발의 예상을 깨고 순간 깨갱하며 꼬리를 내린 형님들이

그래도 그 미련을 못 버리고 한 병 만은 눈치를 보며 챙겼다.

ㅋㅋㅋ

사실....

체력들이 겁나게 좋은 분들이고 

이미 고산의 경험을 충분히 갖춘 분들이라 가지고 갈 거라며 우긴다면 뭐~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였는데 우락부락 겉모습보다는 참 순진한 양반들이라

속으로 터져 나온 웃음을 참는다.

그래도 그건 참 잘한 일이다.

체질상 본인들은 괜찮아도 술맛을 아는 분들은 옆에서 

참기 힘든 법이고 순간의 유혹에 흔들리면 고산에선 정말 힘든 일정이 된다.

우리 팀 막내 라오님이 그 산 증인이다.

ㅋㅋㅋ

한반도 종단 울트라 마라톤까지 뛴 강철체력이 

酒님의 은총으로 첫날의 팔팔함이 다음날 바로 시들어 버린 후 

후지산에선 완벽하게 그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것으로 그 사실을 증명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했다면 늦은 저녁나절에 도착했을 텐데 우린 전세버스라 이른 시각에 도착했다.

 


남알프스의 전초기지 야시야쓰는 산중마을이다.

위락 시설이라곤 단 한 군데도 없다.

그 마을에서 그중 제일 깔끔하여 유명한 이와조노칸 호텔에서 

우린 처음으로 단체사진을 박는 것으로 4박 5일 공식일정에 든다.



일단 각자 숙소를 배정받은 후



호텔의 노천탕에 들어가 기나긴 이동의 피곤함을 날려 버린다.



그런 후 깨끗한 몸으로 우린 식당에 모였다.

이윽고 정갈하고 깔끔한 이와노조칸 숙소의 만찬을 즐긴다.

내일부턴 트래킹을 해야 하는 일정이라 모든 게 열악하다.

숙소나 먹거리는 노숙자 수준이라 생각하면 될 테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함을 다들 알고 있는 듯 다들 맛나게 드셔준다.



식사를 하며 처음 만난 분들도 있어 서로 간 소개와 인사가 오간다.

다들 마라톤과 산행이란 공통분모가 있어 그런지 순간 함께 어우러진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구김살 없는 밝은 분들이라

일정 내내 환상의 팀이 될 거란 느낌이 강하게 든 첫날은 그렇게 저문다.

내일부턴 드디어 남알프스 종주다.

그것도 트래킹 패키지 상품의 2박 3일 여정을 1박 2일로 단축한 종주다.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초록잎새가 걱정이다.

재수술 후 퇴원하던 초록잎새를 향해 담당의사는

두 달간은 절대 근신하라 했는데 그래도 그간 30년 산행 경력을 믿고 함께 왔다.

자알 되겠지?

첫날밤은 그렇게 설렘과 우려로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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