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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May 31. 2024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마지막 편)


산행지 : 일본. 남알프스 & 후지산

산행일 : 2017년 8월 03일(목)~07일(월). 4박 5일

누구랑 : 산찾사. 초록잎새. 바커스. 빨간 장미. 58공 구리. 전사. 들풀. 라오.

강원장.... 강동마라톤 클럽 세 자매 부부 (총 14명)  

  제4일 차 : 2017년 8월 06일 (일요일)   

- 03:50  운해산장

- 05:20  7 합목

- 05:55  8 합목

- 06:35~06:50  9 합목 만년설 산장에서 조식

- 07:55~08:30 정상 도착 후 후지산 정상 분화구 트래킹

- 08:50  정상산장에서 하산

- 10:55  운해산장

- 11:55  5 합목 주차장

- 14:50  시즈오카 CITIO 호텔


전날저녁...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또릿 또릿하다.

운해산장 로비에 모인 우리 팀의 주당들...

늦은 밤까지 일본산 25도짜리 소주를 들이킨다.

잠이 오지 않던 내가 나가자 병성이 형님이 권해 한잔 들이키자 웬일인지 잘 받는다.

나는 연거푸 세잔을 받아 마셨다.

그러자...

곧바로 酒님의 은총을 입은 산찾사...

덕분에 아주 잘 잤다.

남아 있던 분들?

고주망태가 되든 말든 그날밤은 상관하지 않았다.

내일은 모든 짐을 이곳 운해산장에 두고 필요한 것만 패킹한

배낭만 메고 다녀올 수 있는 원점휘귀 코스라 도중 포기 한들 팀 산행엔 아무 지장 없다.

오전 03:00....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04:00에 출발하기로 했으니

그냥 눈만 감고 있다가 적당한 시간에 불을 밝힌다.

그런 후...

전날 나눠준 아침 도시락을 챙겨 운해산장을 나섰다.


휴일이라 그런지 일본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 불빛들이 정상을 향한다.

그들 틈에 낀 우리도 이맛불을 밝히고 가파른 정상을 향했다.


초반...

함께 걷던 우리가 답답하던 바커스님이

빨간장미님을 이끌고 먼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오늘도 컨디션 난조의 초록잎새를 무사히 정상까지 올리려면 마눌님의 체력에 맞춰야 한다.

따라서....

주위에 흔들림 없이 우리 부부는 느림보 걸음을 걸었다.

일행들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

고개를 땅에 박고 걸어가다 문득 동쪽 하늘을 보니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장엄한 일출을 보려면 일찍 올라야 했다.

그러나 남알프스 종주로 피곤이 상접한 우리에겐 무리한 일정이다.

따라서  오늘 다소 늦게 출발한 건 잘한 거다.


어느덧...

능선 사면을 붉게 물들이던 하늘에서


불쑥 태양이 떠 올랐다.

비로소...

우린 이맛불을 거둬들인다.

그리곤 골골이 찾아들며 비추기 시작한 아기 햇살이 드리운

후지산 정상을 향해 뚜벅뚜벅 무소의 뿔처럼 전진한다.


초반 오름길은 화산재가 덮인 부드러운 길이다.


그러나 올라 설 수록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어버린 암릉으로 등로가 바뀐다.


칠 합목....

잠시 숨을 고르며 타는 갈증을

삭히기 위해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를 눌렀다.

평소 물을 마시지 않던 초록잎새가 웬일인지 오늘따라 연속으로 물을 들이켠다.

그러니 충분하게 준비했다 생각했던 1리터의 물도 어느새 반으로 줄었든 상태라

식수 보충을 위해 매점의 아가씨에게 수통을 들이밀었는데.

이런~!

뜨거운 물을 채워준다.

우야튼...

공짜는 없을 것 같기에 돈을 내밀자 사양한다.

웬일~?

뜨거운 물이라도 땡잡았다.


어둠 속을 걷느라 초록잎새랑 나는 당연 후미인 줄 알았다.

그런데...

라오님이 후미다.

어젯밤도 형님들이 부르자 냉큼 달려들던 막내는

그날밤도 酒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냥 달리고 달린 결과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酒님을 해독하는 간에 부하가 걸리면 저런 결과를 초과한다.

이건 완전히 우루사를 선전하던 차두리의 CM송처럼 간 때문이다.

그런데...

강철체력의 제주댁 막내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7 합목 아래를 쳐다보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린다.

ㅋㅋㅋ

짐작은 했지만 酒님의 은총을 흠뻑 받은 그녀의 남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질....

땀방울이 이마에 두른 땀받이 수건을 넘겨 안경알로 뚝뚝 떨어진다.



어느새 9 합목...

이젠 허기로 발걸음을 옮길 수 없다.

바로 자리를 펴고 운해산장에서 구입한 도시락으로 아침밥을 먹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 그런가 초록잎새가 도시락에 거의 손을 못 댄다.

그래서 억지로 곡물로 된 간식을 반쪽 먹였다.

먹어야 힘이 나기에...


한발 두발 내딛고 올라설 때마다

초록잎새의 고통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진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본인의 의지로 견디고 버텨내야 하기에....


아래를 내려다본다.

ㅋㅋㅋ

제주댁 막내가 서방님 배낭을 뺏어 메고 올라오고 있다.

저 집은 우리 집과 완전 반대..


악전고투 끝에

우린 드디어 후지산 정상에 섰다.


정상비는 산장을 지나 조금 더 올라야 한다.


후지산 정상석을 앞두고 심하게 정체된다.

우리의 백두산처럼 일본인들도 후지산을 자기네 민족의

성산이라 생각해 그런지 다들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기다려 정상비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나까지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단 생각에

배낭을 초록잎새에게 맡기며 여기서 기다렸다 정상비에서 사진을 찍던가

그도 아님 산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라 해놓고 분화구 둘레길을 돌기 위해 떠났다.

후지산 둘레길은 거리 2.6km에 1시간 20분 소요로 돼 있다.

지금껏 꽁꽁 묶였던 족쇄가 풀린 산찾사...

가뜩이나 제일 늦게 올랐는데 일행들을 기다리게 할 순 없어

그때부터 냅따 뛰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이 상사점에 이르러

가슴이 터질 듯 요동치자 몰려든 고통이 오히려 쾌감을 일으킨다.

ㅋㅋㅋ

기분 좋다.


정상비에서 500m을 지날 때쯤....

반대서 올라서던 강원장님을 만났다.

혹여...

마눌 초록잎새가 못 알아 들었을까 의심스러워

혹시 초록잎새를 보면 산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란 말을 전해 달라며 강원장님께 부탁했다.


분화구 둘레길은 황량하다.

화산재와 용암이 굳어진 암릉뿐....

그러나 그 아래를 바라보면 운해바다가 펼쳐진 신세계다.


여유롭게 걸으며

주위 풍광을 즐기고 싶지만 마음은 다급하다.

재빨리 디카를 꺼내 주위 풍광만 담아가며 내처 달린다.



마침내...

내 발걸음이 후지산 정상 맞은편 봉오리에 안착.


정상에서 못 찍은 사진을

반대편 봉오리에서 담아 보기로 했다.

돌탑에 디카를 올려 셀카로 사진 한 장을 담은 뒤엔



또다시 부지런히 달려 내려서자

신사를 모신 산장 주위엔 인파가 잔뜩 몰려있다.

후지산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다.


대다수 일본 사람들은 운해 산장 쪽에서 올라와

정상을 찍고 분화구 둘레길을 걸어와 이곳에서 바로 하산을 하는 것 같다.


번잡한 그곳을 통과 후

언덕에서 되돌아보니 그곳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황량한 화산재의 지그재그 등로를 따라 줄줄이 내려서는 게 한눈에 보인다.


다시 되돌아온 정상의 산장.

시간을 체크해 보니 정확히 35분 만에 분화구 둘레길을 끝냈다.

이후...

초록잎새를 찾아 나는 정상 주위의 군중틈을 헤집고 20여분을 찾아 돌아다녔다.

마지막 일행들이 무사히 내려서는 걸 확인하기 위해

병성이 형님이 그곳에서 기다고 있었는데 초록잎새는 못 봤다고 했다.

그러다 정상비에서 내려서던 우리 팀을 만났는데 분명하게

하산하는 초록잎새를 확인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초록잎새를 찾아 또 내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9 합목을 내려서던 초록잎새를 만났다.

정상에서 빨간 장미님과 바커스님을 만나 함께 하산을 하던 중이라 했다.

으29~!


초록잎새를 만난 순간

산찾사의 발목엔 또다시 족쇄가 걸린다.

ㅋㅋㅋ

느릿느릿 속 터지는 발걸음이 또 시작되었다.

하산길엔 그런 우릴 버려두고 바커스님은 이미 군중틈으로

사라지자 나는 두 여인의 뒤를 따라 답답증을 참아가며 걸음을 이어간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빨간 장미님이 산소탱크 바커스님을 따라

후지산 정상을 향하느라 죽을똥을 싸지 않았을까란 나의 생각에 허를 찌른다.

바커스님 말에 의하면 9 합목을 지나자 지금껏 우리 팀의 선두를 유지하던

바커스님과 전사님이 빌빌대는 게 답답했던지 먼저 올라갈게를 외친 빨간 장미님이

괴력의 힘을 발휘하며 순식간에 정상으로 사라지더란다.

오우~!!!!

농담 삼아 바커스님이 그런다.

울 마눌님이 그간 애기중지 보관하던 옆구리와

뱃살에 저장된 파워젤 6개 정도를 빼먹어 그런 괴력이 나왔다나 뭐라나?

ㅋㅋㅋ

그 소리에 다들 웃었다.

한때 울트라의 지존였다던 전사님은 물론 뛰었다 하면

무조건 마라톤 서브 3을 밥 먹듯 하던 바커스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빨간 장미님의 그 괴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고산은 개인의 타고난 능력이다.

예전 말레이시아 코타 키나발루를 올랐을 때

라반라따 산장까지 초록잎새는 기운이 펄펄 넘처난 반면

함께 온 친구 부인은 너무나 힘겹게 올라왔었다.

그런데...

라반라타 산장에선 완전 역전이 된다.

그때부터 두통에 시달리며 아무것도 먹지를 못 했던 초록잎새와 달리

친구부인은 생글생글 웃으며 산장의 뷔페식당에서 접시에 음식을 산같이 쌓아놓고

맛나게 먹더니 다음날 새벽엔 정상까지 아주 가볍게 올라서는 게 아닌가?

고산은 이래서 누구든 직접 와서 경험해 봐야지 장담할 수 없다.

우야튼...

이 글을 빌어 속 시원하게 천하의 바커스님과

전사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빨간 장미님께 존경과 경의를.....

ㅋㅋㅋ


끝없이 올라서는 일본인들과 뒤엉킨 등로가 복잡하다.

이미 해가 중천인데 끝없이 끝없이 정상을 향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 새벽 차분하게 착~ 깔려 있던 운무가 일출 이후엔 정상을 향해 몰려들더니

이젠 사지분간을 못 할 정도로 깔려있어 조망이고 뭐고 없다.

우리가 보기엔 별 의미가 없는 등반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로 후지산을 오른다.

그들은 후지산을 영산이란 믿음에 순례의 행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올라설 땐 힘겨워하던 초록잎새가 내리막길은 수월하게 걷고 있다.

찌프러진 표정도 밝아졌다.

컨디션이 회복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다.

갈 때가 다 되니 고산 적응?

어쩜 그럴 수도....


드디어 운해산장에 도착하여

맡긴 배낭을 찾아 5 합목 주차장을 향하려는데

아직 내려오지 못 한 일행들이 이제 막 8 합목을 통과했단다.


우린 지루함에 5 합목 주차장에서 기다리로 한다.

다행히...

생각보다 빨리 후미팀이 함류했다.

비로소 우리 팀은 계획된 산행을 일정대로 무사완주로 완성을 시켰다.


이젠 귀향을 준비한다.

우린 시즈오카로 향하다 일본의 유명 라멘집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다.

그런데...

라멘양이 곱빼기로 무지하게 많다.

다들 못 먹고 남겼는데 이게 웬걸?

날씬하고 연약해 보이던 제주의 세 자매가 그릇을 말끔히 비워낸다.

그걸 본 마눌님이 그런다.

"저렇게 잘 먹고 몸매가 날씬한 건 도대체 모야~?"

"먹기만 잘하냐~?"

"저 집 막내는 서방님 배낭까지 대신 메고 신랑을 끌고 후지산을 올라가더라~!"

ㅋㅋㅋ



이윽고...

시즈오카에 안착한 우린 호텔에서 간단한 샤워 후 다시 뭉쳤다.

지금부턴 관광컨셉...

여자들이 아주 신났다.

나는 개인적으로 산행보다 더 힘든 게 쇼핑 일정이다.

뭘 살게 있을까 싶은데 다들 한 보따리씩 챙긴다.

다들 가족을 위한 간단한 선물과 먹거리가 대부분이다.

일단...

호텔로 귀환한 우린 저녁만찬 때 로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다 되어 로비에 나설 때쯤....

초인종이 울린다.

제주댁의 막내가 슬그머니 뭔가를 내민다.

그간 너무 수고 많았다며 병성이 형님과 나에게 선물을 준비했단다.

이런~!!!!

오히려 우리가 민폐가 됐을 텐데 이런 선물을?

우야튼 고맙게 받았다.

아주 이쁜 양산인데 마눌님은 햇빛 가리개를 할 때마다

항상 명랑하고 활달하던 그녀들과 함께 남알프스 종주와 후지산이 생각날 거다.


오후 6시에 로비에 모여 시내로 이동을 시작한

우리들이 찾아든 곳은 시즈오카의 유명 맛집인데 酒님은 무한 리필이란다.


사람수에 맞춘 갖가지 정갈한 음식들이 계속 나온다.

다들 대 만족....

맛 끝내 준다.

식탐이 많은 난 그래서 기어이 탈이 났다.

ㅋㅋㅋ

술만 좀 적당히 마셨으면 됐을 텐데 음식이 좋다 보니 선을 넘겼다.

내 체질엔 그럼 반드시 설사가 난다.

으29~!!!!  




그런데...

우리 팀의 주당들 대단하다.

이 집 망하게 생겼다.

사케에 병맥주 생맥주를 추가 주문하는 벨이 연속으로 울린다.

그 많은 음식을 먹고도 끝없이 들어가는 저 술...

술배 따로 있다는 말 정말로 맞는 소리다.

그날밤....

만찬을 끝내고 돌아온 일행들이 또

일본의 전통 먹자판 시장골목을 순회할 테니 밤 9시에 로비에서 만나잖다.

우리 부부?

만땅이라 내려오란 소리를 못 들은 척 쌩~을 까고 편안한 일본의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


  제5일 차 : 2017년 8월 07일. (월요일)   

- 07:10 시즈오카 CITIO호텔

- 07:25 호텔옆 공항버스 정류장

- 08:35 시즈오카 국제공항

- 11:40 인천발 RS 711편

- 13:20 인천공항 도착  

전날 항공사에서 메시지가 왔다.

태풍 노루의 영향권에 들어 비행시간을 당긴단다.

예정시간보다 2시간 빨리 우린 공항을 향했다.

병성이 형님이 이곳저곳 알아온 고통 편은 공항버스인데

우선 호텔서 가까워 좋고 리무진 버스라 안락하여 편안해서 좋았다.


시내 몇 군데를 경유하던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린 후


시즈오카 공항에 우릴 무사히 안착시킨다.

호텔을 떠난 얼마 후부터 내리던 비가 공항에 이르자 제법 거세다.

본격적으로 태풍권에 들어선 것 같다.


일찍 나오느라 밥을 못 먹은 우리들...

공항 내 식당에서 해결을 하기로 했는데 의외로 저렴하고 맛이 좋다.

마지막 공금으로 밥값과 후식으로 커피와 음료수 값을 지불하고 난 후 돈을 헤아려 보니 남았다.

그래서...

4박 5일 여정을 계획하고 안내를 하느라 노심초사했을 병성이 형님께

나머지 남는 돈을 드리고 싶어 일행들께 내 의사를 조심스레 타진해 보니 다들 찬성한다.

사실...

전날밤늦게까지 또다시 일본의 밤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닌

후일담을 듣고 싶어 병성이 형님께 언제 들어오셨고 어딜 다녔나 물어봤었다.

당연 들린 게 술집였단다.

일본의 술값은 장난이 아닐 건데 어떻게 했냐 물어보니

다들 얼큰한 상태라 병성이 형님 본인이 그냥 카드로 긁었단다.

어이구~!!!

아마도 최소 30만 원은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이 형님 성격에 당연 그렀을 거라 짐작은 했는데 사실 그 순간 내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스럽게 공금에서 그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 금액이고 모든 분들이 흔쾌히 호응해 주셔서 감사했다.

절대 못 받겠다는 형님이 다행히 수용해서 그나마 내 마음은 물론 함께 하신 분들도

마음이 가벼웠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처음 계획된 비용에서  실수로 버스 임대료만

책정하고 그것에 함께 포함해야 될 고속도로 통행료를 빼먹어 비용이 모자랄 줄 알았다.  

다행히 일본의 물정을 잘 아시는 형님이 리더라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공금에 대하여 한 가지 더....

6만천 엔을 남긴 총무가 떡고물로 떨어진 잔돈 천 엔 그리고

10엔짜리 몇 개쯤을 남겨 엿을 사 먹었음을 양심고백 하니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를 바라며 혹여라도 이에 유감 있는 사람은 조용히 찾아오시면 내가 먹었던

엿을 멕이겠음을 밝힙니다.


점점 더 거세지는 빗줄기...

과연 비행기가 뜰까?

얼마 후..

그런 불안을 잠재우고 우린 시즈오카 하늘을 날았다.


쌩하니 도착한 인천공항....

점심 한턱 쏜다는 우리의 리더 병성 형님의 만류에도

바쁜 일정이 있다며 제주댁 가족과 공항에서 이별을 했다.


인천공항 내 한식당...

병성이 형님이 쏘는 거라 비싼 걸 시켜 바가지를 씌우고 싶었다.

그런데...

바커스 형님이 58멍 같은 친구라고 꼼수를 부려

제일 빠른 고속버스표를 사 오더니 제일 빠르게 나오는  싼데이 음식을 시켰다.

ㅋㅋㅋ

그래도 얻어먹는 건 왠지 졸라게 맛나다.

그간 밍밍하여 니맛도 내 맛도 아닌 일본 음식에 식상했던 난

아주 말끔하게 싹싹 그릇을 비워 냈다.

형님~!

잘 먹었어요~!  


 에필로그


전원무사 종주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우린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멋진 추억을 공유하는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일정 내내 리더로 수고하신 송병성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 외...

성격 좋고 배려있는 행동으로 모두를

편안하게 해 준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저는 깊은 산중을 산행하다 보면

폼나게 멋진 아름드리나무가 태풍에 뿌리까지 뽑혀 있는 걸 종종 봅니다.

그런데...

대나무는 태풍에 부러지지 않더라고요.

왜일까?

대나무엔 다른 나무에서 볼 수 없는 마디가 있는 까닭이라 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요~?

마디가 없는 삶은 쉽게 부러집니다.

아무리 바빠도 삶의 마디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대나무처럼 속까지 비우면 더 좋겠지요.

힘겹게 살아가는 살이에서 잠시 떠나 있던 4박 5일이

저는 대나무처럼 삶의 마디를 만든 기간였다 생각합니다.

일상을 떠난 휴식이 정말로 필요한때 이번 여행을 함께 하신 분들과

또다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필연적으로 겪게 될 어려움에 처했을 때

결코 쓰러지고 넘어지지 않을 마디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를 담아 내년 여름휴가 때 다시 뵙겠습니다.

산에서 건강을.... 산찾사. 이용호.  

추신 : 우리가 시즈오카를 나오자마자 태풍 노루가 덮쳤다고 합니다.

         평소 덕을 많이 쌓으신 님들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쌩구라를 푼다고 생각하실 님들을 위해 아래 태풍 진로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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