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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Jun 12. 2024

일본 중앙 알프스 종주 (상편)

    


산행지 : 일본 나가노현 & 기후현에 위치한 중앙 알프스.

산행일 : 2018년 8월 01일(수)~05일(일) 4박 5일

누구랑 : 산찾사 & 송병성 산우들  총 18명

제1일 차 : 2018년 8월 01일(수요일)

- 09:00    인천공항 집결

- 11 :10   7C1602편 인천공항 출발

- 13 :15   일본 나고야 공항 도착

- 14 :05   나고야 공항 출발

- 14 :40~15:15  카리아 휴게소에서 중식

- 17 :13   고마가네 캠핑장 도착


- 프롤로그 -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파스칼의 말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들어야 할 명언이다.

나만의 휴식처 케렌시아(Querencia)....

나는 오래전부터 일본의 중앙 알프스 종주를 계획했다.

케렌시아 (Querencia)란 용어는 스페인어로 투우사와 싸움 중에 소가 잠시 쉬는 영역을 말한다.

최근엔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간 나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찾아가기까지는 기다림의 연속였다.

사실 이곳은 나의 버킷 리스트 목록 중 최 하위를 차지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림의 연속였던건 좋은 사람들과의 여정 때문였다.

나는 쉼을 목적으로 떠난 여행에서 몸은 더 피곤해져 돌아오지만 영혼은 맑아진다.

그러나 여행은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가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몸도 마음도 상처 투성이가 되기 쉽다.

올해 다녀온 캐나다 로키의 경우가 그랬다.

그래서 어디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병률 시인의 사람이 온다란 싯구의 마지막 구절이다.

자신이 닫지 못하는 문이 있다면 참 불안하다.

그 문을 닫아줄 사람....

이번 여정을 함께 할 산우가 그런 사람들이다.


인생이라는 잎들을 매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메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라고 노래한 이병률 시인의 싯구처럼 그런 사람들 중심엔

나의 고교 선배 송 병성님이 있어 이번 여정은 살포시 설렘으로 일렁인다.


중앙 알프스는 지난해처럼 병성이 형님과 내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대전팀은 내가 제일 존경하고 아끼는 분들만 섭외하여

참여시켰으며 서울팀은 병성형님 지인들로 이룬 분들이라 유유상종이다.

그러니 무슨 걱정이 있으랴~!!!

우린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나고야 공항에 무사히 안착함으로 첫 여정을 시작했다.



일본 입국수속을 끝내고  공항청사를 나서자

임대한 버스가 미리 기다리고 있어 나고야 공항을 떠난 우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기나긴 이동을 시작했는데...



제주항공은 저가 항공사라 비용이 싼 대신 기내식이 없었다.

당연히 우린 그간 쫄쫄 굶고 있었다는 야그다....

그래서 우린 이동 중 제일 가까운 카리아란 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에선 민생고 해결이 시급한 관계로

개인별 취향을 깡그리 무시하고 제일 빨리 나올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하여



산우들께 제공하였는데...

ㅋㅋㅋ

솔직히 나와 병성이 형님이 고심 끝에 고르긴 했지만 맛이 없었다.

그래도 다들 불평불만 없이 맛나게 드셔주시니 고마울 뿐...



민생고 해결을 끝낸 후 다들 끄덕끄덕 졸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도착이다.



병성형님은 서울시청 소속으로 일본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와 권익을 위한 업무를 맡았던 관계로 일본에선 인맥이 탄탄하다.

그중 카톡과 메일은 물론 전화 통화로 사귀어 놓은 고마가네 캠핑장 촌장님은

형님을 보더니 격하게 반가움을 표시했고 직원들은 뛰쳐나와 

우리 짐을 예약된 숙소까지 실어다 준다.



얼마 후..

병성형님이 요청하자 촌장님이 직접 

차량으로 마트까지 우릴 안내하여 장을 볼 수 있도록 편의 봐주신 덕에

쌀과 부식은 물론 오늘 저녁 바비큐로 쓸 고기와 중앙 알프스 산장에서 먹을 

고기까지 넉넉하게 준비하여 산장으로 돌아왔는데




저녁 바비큐 파티 전 먼저 캠핑장 입성 기념으로 

酒님을 섬기고 싶어 한 산우들을 위해 그간 갈고닦은 솜씨를

발휘한 바커스님이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완성하여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 맛을 본 고마가네 캠핑장 촌장님이 아주 환장을 한다.


"맛~ 좋아요~!"

"정말 마시 써요~!"


헐~!

촌장이 제법 한국말을 한다.

한국에만 30번 넘게 배낭여행을 했다니 그럴 만도 한데

입맛도 아주 한국인으로 소주도 사양 않고 넙죽넙죽 받아 마신다.

ㅋㅋㅋ



저녁식사 시간...

고마가네 촌장님이 모든 준비를 끝내 놓은 자리에 함께 모인 우린

서로 초면인 대전팀과 서울팀 간 본인 소개로 얼굴을 익힌 후 바비큐 파티를 시작했다.



캠핑장에서 소고기와 삼겹살이 구워지고 술잔이 오간다.

다들 왁작지껄~!

분위기 차~암 좋다.



그런 우리 팀이 좋아 보였나 보다.

슬금슬금 캠핑장의 젊은이들이 우리 곁을 찾아든다.

대만에서 온 젊은 친구들인데 우리가 건넨 음식을 잘 받아먹는다.

덕분에 캠핑장은 대만과 일본 한국이 어우러진 국제 바비큐 파티장으로 변했다.

분위기 참 좋다.

내일은 어떨지 모르지만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굵어지자 운치가 더해진 이국의 첫밤이 깊어만 간다.



제2일 차 : 2018년 8월 02일 목요일  

- 06:00    고마가네 캠핑장

- 06:30~06:50  시다비라이다역

- 06:57   센조지키역

- 08:00~08:15  호켄산장

- 09:18~09:30  산자다께

- 12:30~12:55  히노키오 다케

- 14:03  루마자와 다케

- 15:28  히가시가와 다케

- 15:48~16:02  키소도노 산장

- 17:30  우츠기 다케

- 17:40  우쯔기 고마미네 휴테에서 1박




캠핑장 통나무 집은 아래층 2인실에 거실과 

주방 화장실이 있고 2층엔 4인실 침대가 놓여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나는 세 팀을 성별로 나누다 보니 초록잎새랑 다른 동에 묵게 되었다.

우리 동 아래층 2인실엔 제일 연장자이신 산산님 부부에게 할애했다.



지난밤은 참 아늑했다.

밤새 쏟아지던 빗줄기가 그치던 새벽에

든든하게 팀별로 아침식사를 해결한 우린 산행을 준비한다.

떠나기 전 일단 단체사진을 담은 후...



각자 산행에 필요한 물품과 산장에서 제공한 도시락을 담은 배낭만 남기고

나머지 물품은 트렁크에 담아 산장에 맡기고 나자 중앙 알프스로 향한 셔틀버스가 도착했다.

이곳에선 15명 이상이면 셔틀버스가 숙소까지 직접 찾아온다.



중앙 알프스 종주는 2박 3일이 소요된다.

다만 1662m까지 셔틀버스로 올라 2612m의 센조지키역까지

케이블카로 올라갈 경우엔 1박 2일이 가능하여 우린 좀 더 편한 일정을 택했다.

케이블카 운행을 시작하는 시라비다이라 역까지 올라가는 셔틀버스는 겨울철에도

제설차가 있어 운행을 한다고 했다.



산장을 떠난 지 30분 만에 케이블카 매표소에서 입산 신고서와 함께 표를 구입한 우린



마침내 케이블카에 승차를 하였는데



오우~!!!

케이블카 운행속도가 제법 빠르다.

1662m에서 2612m로 올리데 걸린 시간이 겨우 딱 7분 30초다.



케이블카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안내 방송을 한다.



드디어 도착한 케이블카 센조지키역....

여기부터 1박 2일 여정의 중앙 알프스 종주가 시작된다.

일본에서 산세가 아름다워 알프스란 이름을 얻은 지역은 히다산맥의

북 알프스, 기소산맥의 중앙 알프스, 아카이시 산맥의 남 알프스로 세 군데다.

오늘 남 알프스를 종주하면 우리 부부는 일본의 세 군데 알프스는 모두 졸업이다.



산행 시작 전...

일단 몸물 먼저 빼고 기념사진을 담은 뒤

다 함께 힘찬 발걸음을 옮긴 우릴 맞아준 남 알프스는



초반부터 아주 힘든 오름길이다.

우리 팀은 결코 서둘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다 

뒤를 돌아보니 남알프스 능선 뒤편으로 후지산이 조망된다.

나는 어젯밤 비가 내려 걱정을 했는데 오늘 날씨가 그야말로 환상이다.



벌써부터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진다.

초반부터 선두권을 향하던 초록잎새를 불러들인다.

길게 걷기 위해선 힘을 아껴야 하고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후미에서 걸어야 하기에...



우측의 이나마에다케 능선과 좌측의 호켄다케 능선사이로 이어진 협곡은

지리산 중산리에서 오르다 보면 천왕봉을 향한 막바지 오름과 그 느낌이 똑같다.

그 힘든 길을 올라서자 성질 급한 산우들을 먼저 보낸 병성이 형님이 후미를 기다리고 계셨다.



저 멀리 호켄산장을 뒤로하며 오름짓을 하는 선두권과 달리 

산산님이 산들님을 에스코트하여 이나마에다케 능선과 만나는 안부에 안착하자

그제야 줄줄이 사탕으로 후미 그룹이 힘든 기색으로 그 뒤를 따라 올라선다.



후미 그룹이 다 올라선 걸 확인 하자 호켄다케로 걸음을 옮기던 

병성이 형님과 초록잎새가 걸음을 멈추고 왜들 안 따라오냐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왜는?

힘들게 올라왔으니 그들도 이젠 쉬었다 가야쥐~!



선두는 이미 땀이 마르고 추위가 찾아들어 걸어야 하지만 후미그룹은 이제 휴식 시작이다.

그러나 그들은 선두만큼 길게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이래저래 고달픈 저질 체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서글퍼 보이는 신세 같은데

얼굴 표정만 보면 괴로움보다는 해맑은 얼굴에 행복 가득한 표정들이다. 

ㅋㅋㅋ



후미 그룹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체력 난조로 도중 어쩌지 못하면 팀 전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후미그룹의 진행이 답답해도 채근하면 안 된다.



다행히 호켄다케에선 선두 그룹이 후미를 기다려 준다.

사실 그들이 후미 그룹을 기다려 주었다기보다는

그곳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이 그들의 발목에 족쇄를 채운게 맞다.

우야튼...

팀 전체가 함께 걸을 수 있어 진행자인 난 참 좋다.

비로소 마음에 여유로움이 찾아들자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호켄다케 정상에선 예전에 올랐던 북알프스 능선이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올라서자 북알프스 능선은 호켄산장 뒤 기쇼고마게 다케에 가렸다.

딘장~!

이럴 줄 알았다면 저기 기쇼고마게 다케를 다녀올걸....



다시 시작된 걸음엔 진행속도가 참 더디다.

그만큼 등로가 험로였다.



여긴 자칫 발 한번 잘 못 디디면 낭패다.

그러니 다들 긴장된 걸음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험한 등로만큼 풍광은 선경이다.

험로와 아름다운 풍광에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던 등로는



아직도 저 아래의 센조지키 건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가 걸어야 할 2864m 우츠기다케로 향한 능선은 멀기만 하다.



암릉길은 오름과 내림의 부침이 심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름다운 풍광이

자주 선두의 발목을 잡는 바람에 우리 팀의

대열은 유지되고 또한 휴식할 수 있어 후미그룹의 부담을 덜어준다.

우린 그렇게 한동안 오름과 내림이 반복되던 암릉구간을 조심스레 걸었다.



등로를 걷다 종종 마주친 일본인은 대다수가 노인층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헬멧을 착용했고 진행을 정말로 여유롭게 한다.

그들은 우리가 하루에 걷는 한 코스를 두 구간으로 나눠 짧게 걷기 때문이다.



어느덧 힘겹게 한고비를 넘겼는가 싶은데... 


새롭게 또 맞아준 암릉에서 내려다보니

헐~!

이제 겨우 우린 케이블카 종착역인 센조지키를 막 지나고 있었다. 



어느덧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까지 걸어봐서 도저히 체력이 안될 것 같으면

센조지키로 내려가 케이블카로 하산을 해야 된다.

투리님과 찜질방님은 체력이 안되면 그렇게 하겠다며 따라오셨다.

그런데 걸을만하셨나?

아무 말 없이 일행을 따라오신다.

그렇다고 내가 그리로 하산하라 할 수는 없다.

평소 암릉을 무서워하던 투리님은 오히려 이런 암릉이 반갑다고 하셨다.

다들 험한 암릉 탓에 천천히 진행한 덕에 체력소모가 없어 견딜 만 하나 보다 생각될 뿐..... 


갈림길 이후부턴 까칠하던 암릉이 온순해지며 등로가 안정을 찾자 


흐미~!

선두권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초반엔 선두 그룹이 종종 가던 길을 멈추고 산우들을 기다려 줌에 그러려니 했다. 


그때까진 후미그룹이 잘 따라와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신경은 온통 후미그룹에게 쏠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들의 표정과 걸음에서 힘겨움을 넘어선 산우들이 감지된다.

내 경험상 저 상태론 더 이상 진행 불가다. 


이미 선두는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일단 중간 그룹이 대열을 유지하며 선두 그룹이 

지금처럼 후미를 기다려 주기를 희망하며 진행을 했는데.... 


저쯤 언덕이면 선두가 있을까?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

그땐 이미 후미와 중간 그룹의 거리도 차이가 많이 났다.

나는 더 늦기 전 이젠 결단을 내려야 했다.

더 이상 지체하면 팀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때부터 나는 선두를 따라잡기 위한 추격을 했다.

이 고개를 넘으면 있겠지?

젠장~!

없다.

몇 구비를 넘어 달려가는 동안 솔직히 화가 치민다.

겨우 한 고개를 넘겨 내려다보자 능선 안부를 씩씩하게 걷던 산우들이 보였다.

목이 터져라 부르자 영문을 모른 채 오히려 나보고 빨리 따라오란 제스처를 취한다.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삿대질을 하는 나를 바라보던 산우들...

뒤늦게 심각함을 느꼈나?

다들 가던 걸음을 멈췄다. 

이젠 수습을 해야 할 순서....

선두그룹과 함께 후미그룹을 아무리 기다려도 따라붙지 못한다.

이미 점심때를 넘긴 시각...

도시락을 먹으며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도저히 밥알을 넘길 수 없다.

겨우 한 덩어리를 입에 욱여넣다 그마저 먹지 못하고 후미그룹을 마중하기 위해 

병성이 형님만 데리고 발을 떼어 놓은 순간 언덕을 힘겹게 내려서던 산우들을 발견했다.

후미그룹의 상태는 심각했다.

팀 전체의 위기다.

일단 히노키오 다케까지 올라가 진행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히노키오 다케....

후미그룹이 이곳마저 따라붙지 못해 짧은 거리임에도 20여분을 기다려야 했다.

전체가 여기서 진행을 포기하고 히노키오 대피소로 갈 건지

두 팀으로 나누어 종주를 할 건지로 의견이 분분하다.

문제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두 팀으로 진행해도 안심이 되는데 그게 안돼 불안하다.

그런데...

서울팀의 한분이 영어는 완전 능통이며 일본어는

대화에 지장 없을 정도인데 종주할 체력이 안 돼 포기를 하겠단다.

그분에겐 죄송하나 팀에겐 잘 된 일이다.

곧바로 팀을 나누며 후미 그룹에겐 지금부턴 안전을 보장 못하며

각자도생 하는 길 밖에 없으니 무리한 산행을 자제해 달라 부탁을 하자

이곳을 위해 지리산 종주까지 연습하고 왔으니 걱정하지 마란다.

결국...

6명이 남고 나머지 12명만 종주하기로 했다.

팀이 분류되자 병성 형님의 발걸음엔 흥겨움이 사라졌다.

그러나 어쩌랴~!

적당한 시기와 장소에서 사태가 수습된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 


후미 그룹을 히노키오 대피소로 보낸 이후엔 다들 한동안 말을 잊고 걷기에만 열중이다. 


이럴 경우엔 남은 자나 이어 걷는 자나 찝찝함은 매 한 가지다. 


다들 헤어지고 나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먹을걸 우리들이 다 가지고 있어 남은분들 전체가 쫄쫄 굶는 것 아닌지?

가스와 버너 코펠은 누구 배낭에 있고 고기와 누룽지, 라면 반찬 등등...

기억에 의존해 확인한 품목을 확인 후에도 불안함은 지속된다. 

흐이구~!!!! 


얼마를 걸었던가?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 멀다. 


지금껏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오후에 들자 먹구름이 몰려든다. 



왔던 길을 되돌아본다.

사람 걸음이 참으로 무섭긴 하다.

어느새 2728m의 히노키오 다케가 멀찌감치 물러나 있다.

지금쯤엔 히노키오 능선 아래의 저 붉은 지붕의 대피소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6명의 우리 산우들은 이쪽 능선을 바라보며 함께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걸 생각하자 가슴 한쪽이 먹먹해진다.

그곳을 떠나올 때 히노키오 다케를 올라오지 못해 그 모습을 확인 못 한 투리님도 걱정스럽다.

다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다들 말없이 묵묵히 걷던 걸음이 루마자와 다케를 넘겼다. 


걷다 보니 이젠 종주팀도 두 팀으로 나뉜다.

선두는 대전의 산우들로 7명  후미는 서울팀 5명으로.

그들은 잘 따라는 오는지?

빨리는 못 걸어도 꾸준히 끝까진  잘 걷는다 했으니 걱정은 말자... 


이젠 한계에 다다를 시점임에도 다들 잘 견딘다.

등로는 뚜렷하나 때론 얕은 관목사이로 길을 감춘 탓에

운무가 짙게 끼면 잘 못 찾아들 위험이 내재된 길이라 갈림길에선 신경이 곤두선다.

이래서 예전 부산팀이 악천후를 만나 조난사고를 당한 지도 모른다.

그 사고 이후 이곳 중앙 알프스 산장은 일본 가이드를 채용하지 않으면 예약불가로 규정이 바뀌었다. 

다행히 우리는 일본 관광객 편의를 담당하는 업무를 하는 병성 형님이

이곳 등산협회의 지인들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린 빠른 진행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걸었다. 



15:28에 드디어 우린 히가시가와 다케를 지났다.

이젠 내리막길...

그 끝엔 키소도노 산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 산장을 향한 길은 급격한 내리막길이다. 


해발 2584m 키소도노 산장....

일본 산악 가이드를 채용해야 예약을 할 수 있는 산장이다.

처음 계획은 이곳에서 숙박을 할 예정였는데 산악사고 이후 바뀐

예약규정 때문에 우린 2864m 우쯔기다케를 넘겨 그 아래의 산장까지 가야 한다.

그곳 산장 예약은 병성이 형님 덕에 할 수 있었다. 


키소도노 산장에서 모자란 식수를 보충 후

오랜만에 길게 휴식에 들며 후미팀을 기다려 본다.

그러나...

서울팀은 아무리 기다려도 보이질 않았다. 


걱정스럼을 안고 출발한 얼마 후

운무에 휩싸인 키소도노 산장을 내려다보니

일본인 등산객 뒤로 서울팀 산우 한 명이 따라 내려서는 걸 확인했다.

그럼 된 거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이후 우린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힘겹게 우쯔기 다케를 향했다. 









드디어....

우쯔기 다케에 올라서자 


우리의 안식처가 되어줄 산장이 내려 보인다.

반갑다.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얼마 후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산우들을 위해 나는 쇠고기와 삼겹살로 먹거리를 준비했는데

이런~!!!!

너무 지치고 피곤했던가?

여성 산우님들 전체가 고기 한 점을 못 넘긴다.

그냥 고기대신 라면 국물이나 먹고 싶어 하여 라면을 끓였는데 그마저 먹는 둥 마는 둥이다. 


어느덧 산장엔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얼마 후...

드디어 서울팀이 산장에 도착했다.

정말 의지의 한국인이다.

그들에게 일단 불판의 고기를 남겨놓고

식사를 할 수 있게 비박용 렌턴을 비춰준 후 숙소에 들었는데.

ㅋㅋㅋ

그들은 이날 늦은 밤까지 왕성한 식성을 보여줬다.


늦은 밤....

우쯔기고마미네 휴테의 야경이 정겹다.

사실 더 걷는 게 힘들어 그렇지 풍광만큼은 시설 좋은 키소도노 산장보다 여기가 훨~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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