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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종주 8일 차

(스리랑카에서 호캉스)

by Yong Ho Lee


여행지 : 스리랑카

여행일 : 2025년 2월 10일(월)~19일(수) 9박 10일

누구랑 : 산찾사와 함께하는 산우들

주관사 : 모니무슈 알파인 가이드 투어

제8일 차 : 2025년 2월 17일 월요일

- Riu Srilanka All-inclusive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 -


날을 넘긴 여파로 늦잠을 잤다.

일어나긴 했어도 몸이 천근만근으로 무겁다.

나는 지난밤 酒 님을 향했던 信心에 대한 은총이 쓰나미로 몰려든 아침을 맞았다.

이상한 건 몸은 그런데 마음엔 평화로움이 차오른다.

햐~!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눈을 뜬 이 순간이 나는 행복했다.

이날 나는 가급적 위장에 부담이 적은 과일로 대충 아침 식사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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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 종일 먹고 마시며 맑고 깨끗한

인도양의 해변에서 파도를 즐기던가 그것도 아님

낮잠을 자는 이름하여 호캉스의 여정이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니 믿을 수 없단다.

해외에 나갔다 하면 언제나 깊은 산속 오지나 끌려다니던 초록잎새의 야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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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우린 해변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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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쩌면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일이든 인간관계든 그래서 살아가는 삶에는 청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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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그간 살아오며 덕지덕지 묻었던 삶의

찌꺼기와 어쩔 수 없이 부대 키며 살아야 했던 인간관계로

앙금처럼 마음속 켜켜이 쌓였던 미움과 원망들을 한꺼번에 드넓게

펼쳐진 인도양의 바다에 내다 버린 청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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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줄게 다 받아~!

인도양의 바다는 우리 부부의 마음속 찌꺼기를 다 받아 주었다.

그건 바다의 어원이 무엇이든 다 받아 준다는 의미의 바다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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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꽤 많은 시간 동안 웃을 수 있었다.

진심이 느껴지는 마음과 행동을 건네는 사람.

생각만 해도 자꾸 웃음이 나오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람.

우리 부부와 함께 해변을 걸었던 산우들이 그런 사람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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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겹치고 때론 엇갈리며

서로가 서로에게 얽히고설키며 살아가기에

서로를 대하는 행동에서 배려와 존중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똑같은 옷을 입은 저 여인들...

ㅋㅋㅋ

서로 결이 맞는 친구라서

함께 여행지에서 구입한 옷을 입었다나 뭐라나?

우린 저 둘이 자매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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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땡볕이 곤혹스러워 야자수 그늘 아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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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냐?

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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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마눌님 왈~!

이젠 이런 여행만 하고 시포용~!

이궁~!!!

이런 컨셉에 맛 들이면 참 곤란하긴 한데

이젠 우리 부부도 그럴 나이가 된 것 같아 한편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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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맞는 친구는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고 그래서 행복을 느끼는 방식과 이유가 같다.

아래 두 처자가 그런 타입 같다.

물론 울 부부도...

자랑 같지만 그런 부부여서 우린 갖은것 없어도 지금껏 잘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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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이크~!

넌 뭐니?

난 파충류는 다 싫다.

저놈이 이구아나라는데 징그럽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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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을 피해 달아난 곳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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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이다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했던 꽃밭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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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변으로 나갔더니 반가운 언니들도 출타를 하셨다.

간호대학을 졸업 후 지금껏 열심히 직장 생활만 하셨던 누님들이다.

이 누님들이 이젠 조바심이 나셨다.

갈수록 체력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란다.

누님들은 내가 번 돈 다 쓰고 저세상에 가시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계셨다.

그래서 정년 하자마자 배낭여행으로 대학 동창생들끼리

똘똘 뭉쳐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 후 남미까지 다녀오셨다고 했다.

사실 올 4월엔 저 누님들 요청으로 동티베트 호도협과 메리설산 트래킹 팀이 결성되었다.

(참고 : 혹시 같은 마인드를 갖고 계신 산우 분들 계시면 제가 모시고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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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후 오전 산책은 그렇게 끝이 났고

점심 식사 후 우린 다시 뭉쳤다.

아직도 울렁증이 있던 난 점심도 과일로 채웠다.

이번엔 풀장이다.

나는 풀장으로 가기 전 객실에서

수영복을 입은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자 두 끼를 과일로 때워 그런가?

홀쭉해진 뱃살엔 그간 비계에 가려 숨겨져 있던 빨래판 복근이 드러났다.

초록잎새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자 배꼽을 잡고 웃으며

그럼 지금 당장 세탁이 되는지 안되는지 빨래 한번 해보자며 초록잎새가 비웃는다.

이런~

된장...

ㅋㅋㅋ

역시 풀장에선 다들 한순간에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진 개구쟁이 소년 소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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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울 마눌님이 제일 신났다.

초록잎새는 예전 키나발루 트래킹을 끝내고 찾아든

마무트 섬에서 이런 컨셉으로 하루를 보낸 이후 처음이라 너무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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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장에선 가르쳐 주는 것 없어도 다들 참 잘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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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풀장엔 호텔 직원들이 상주하며 서비스를 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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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손목에 띠를 두른 손님이

원하면 위스키. 맥주 칵테일. 콜라 등등 뭐든지 다 준다.

그중에서 조나단은 여성들이 마시기 좋은 칵테일 품명을 미리

알려줬는데 지나고 나면 까먹고 기억엔 없지만 그 맛은 아직도 혀끝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일단 다들 그걸 주문하자 순식간에 제조에 들어간 직원들이 곧바로 우리들 손에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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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이 그런데 아주 달콤해 마시긴 좋다.

그런데 이것도 술이다.

울렁증이 이제 가라앉은 난 조심스러워 이후 콜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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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시설은 모든 게 다 완벽했다.

그러나 그런 완벽한 시설을 즐기는 인간들 중엔 꼴 보기 싫은 인간들도 있었다.

어젯밤 호텔에서 제공한 공연에서도 그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는 비 흡연자라 멀리서 담배를 피워도 그 냄새가 정말로 싫다.

그런데 풀장 바로 옆 벤치가 놓여있던 쉼터에서 가끔 그 고약한 담배 냄새가 풍겨났다.

쳐다보면 어젯밤 공연장에서 흡연하던 자들이다.

딱 들어보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금 전쟁 중이다.

그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어제 뉴스엔 북한에서 파견된 용병들이 총알받이로 4천 명이 죽었다고 했다.

자기들 나라는 지금 치열한 전쟁 중인데 저들은 도대체 무슨 특권층이길래 저렇게 흥청망청인지?

그들이 얼마나 얄밉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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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도 힘이 있어야 잘 논다.

러시아 놈들도 뵈기 싫고 기력도 딸리기 시작한 우린

힘을 충전하기 위해 낮잠이나 한숨 자려고 객실로 귀환했다.

그런 우리와 달리 이날 우리들님과 현숙. 연심 씨는 자는 것조차 아깝다며

저녁 식사 때까지 풀장을 떠나지 않았다.

우와~!

정말 대단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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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에서 한숨 늘어지게 자고 나니 몸은 더 축~ 처진다.

그래서 우린 내처 호텔에서 밖을 내다보며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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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우린 다 함께 쫑파티를 겸한 김혜숙 님의 생일 축하 파티를 하기로 했다.

전날 조나단은 어렵게 오늘을 위해 생일 케이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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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호텔 지배인이 외부 음식은 뭐가 되었든 절대 반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촛불만 켜고 시식은 안 하겠다고 해도 안된단다.

혹시 손님들 중 탈을 일으키면 호텔 측 음식이 잘 못된 것이란

누명을 쓰게 됨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란다.

어쩌겠나?

악법도 법이라면 따라야 쥐~

이날 우린 호텔 측에서 제공되는 각종 음식과 주류를

맘껏 마시며 돈 안 들인 우리들만의 쫑파티를 거창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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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밤을 묵었던 이 호텔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깊은 밤 초록잎새가 베란다에서 야경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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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잎새의 시선이 머문 곳엔 이미 날을 넘긴 시각까지

흥겨운 음악에 맞춰 여행객들의 춤사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무리 속엔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부럽다.

우리도 저런 여유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뎅~!

기회 되면 우리 가족도 이곳에서 호캉스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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