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롯지에서 시누아로 하산)
산행지 : 네팔. 푼힐전망대~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산행일 : 2014년 12월 14일(일)~25일(목) 11박 12일
누구랑 : 산찾사. 만보님. 소쿨. 노랑별. 이범찬. 도우미. 안데스.
제8일 차 : 2014년 12월 21일 일요일
- MBC 롯지 : 06:55
- 데우랄라 : 08:45~08:50
- 히말라야 롯지 : 10:05~10:30 (피자 시식)
- 도반 : 12:03
- 밤부 : 12:55~14:00 (중식)
- 시누아 : 16:10
지난밤은 생각보다 훨~ 따스하게 보냈다.
한밤...
갈증에 잠이 깨어 일어난 한밤.
아름다운 MBC 롯지의 산정에서 수없이 쏟아지던
별빛에 취해 난 한정 없이 뜰을 서성대며 한밤을 지새우다 다시 잠든 새벽
역시 또 찬바람을 몰고 들어온 친구들이 건네는 따스한 홍차로 8일 차의 아침을 맞았다.
포터들이 먼저 떠날 수 있도록
카고백을 정리해 문 밖에 내어 놓으며 바라본 하늘...
게으른 해님이 언제 솟아오를지 모를 하늘은 그러나
이미 맑게 개였으며 잉크빛의 하늘은 톡 건드리면 금방 물이 쏟아 저
내릴 것 같이 맑고 투명하기만 한데 그 하늘 아래를 흘러가는 한떼의 구름들은
신비스러울 지경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이른 조반을 끝내고
우린 좀 더 조망이 좋은 아랫마을의 롯지로 내려섰다.
그곳 MBC 롯지엔
일출을 기다리던 외국인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침낭으로 무장을 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누에의 고치 같다.
한쪽에선 삼각대를 받치고
해가 떠 오르기를 기다리는 외국인도 있고...
드디어...
아침의 아기 햇살이 설산에 드리운다.
순간....
하얀 설원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해님이 더 솟아오를수록
그 모습은 순간순간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와우~!!!!!
손이 얼어도 좋았다.
그저 그 모습을 온전히 담아낼 수만 있다면.
그런데....
이 순간만큼은 대포동급 미사일을 탑재한 고성능의 디카가 정말 부러웠다.
미러리스 디카의 한계 인지 아님 내공의 부족인지?
후에 확인하니 그날 현장에서 보던 그 모습들에 비해 현저히 뒤진 화질이 못내 아쉽다.
일출의 모습들이 지나간 얼마 후...
우린 드디어 기나긴 귀로의 일정에 든다.
지금부턴 왔던 길 그대로 내려서기.
아직은 얼어붙은 동토의 땅이라
자칫 부상의 염려에 웬만하면 아이젠 착용을 권하여
조심스러운 하산길을 이어 갔는데...
어느 돌탑을 앞두고 메인 가이드 명수가 걸음을 멈춘다.
그런 후...
얼마 전 풍경 사진을 찍던 한국의 여대생이
낙상하여 죽은 장소가 여기며 그의 부모가 찾아와 자비를 들여
등로를 보수하고 그녀의 혼을 달래는 돌탑을 쌓았는데 그게 바로 저거라 가리킨다.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돌탑을 뒤로한다.
순간 다들 먹먹해진 가슴을 안고 내려서다 보니...
우린 어느새
데우랄리 롯지에 도착을 한다.
데우랄리 롯지의 마당에서
또 명수가 강 건너편 암봉을 가리키며
부처님 형상의 바위를 찾아보란 숙제를 내준다.
?
멀리서 가만 보니 정말 부처님 형상의 바위가 눈에 띈다.
아무리 봐도 영락없는 부처님이다.
그것도 완전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신 모습 그대로 다.
위의 사진에서
부처님 형상의 부분만 따로 확대해 본 게 아래의 사진.
데우랄리 롯지여 안녕~!
다시 또 우린 길을 재촉했다.
그러다 만난 한국인 부부....
젊음이 부럽고 이렇게 젊었을 때 이런 오지 트래킹을 온 사실이 부럽다.
여행은 길 위의 학교라 했던가?
이들은 이런 여행을 통해 그들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질 거란 생각이 든다.
발걸음이 우리의
휴식처 되어준 히말라야에 롯지에 이른다.
우린 이곳에서 꼭 시식을 해 봐야 한다는
이곳의 명물 히말라야 피자를 3판이나 시켜 함께 나눠 먹었다.
겉은 바삭하게 굽고 속은 부드러워 식감은 좋은데
다만 좀 짜게 만든 게 옥에 티...
그래도 다들 맛나게 드셔준다.
특히...
우리의 빵여사는 없어서 못 먹는다.
한입 가득한 저 행복에 겨운 표정이 압권이다.
히말라야 롯지에서의 달콤한 휴식....
그곳에서 나의 모습을 디카에 담아 본다.
이곳에 와서 한 번도 면도를 하지 않아 그런지
겉늙은 모습의 내가 낯설다.
ㅋㅋㅋ
이런 모습으로 집에 가면 마누라님이 나를 알아나 볼까?
히말라야 롯지를 거처 도반을 지나자
등로 주위의 식생이 달라진다.
온통 대나무...
밤부가 가까워 옴을 알려주는 생태군락이다.
고도를 낮추니 반대로 기온이 급 상승 한다.
우린 드디어 동토의 땅을 벗어나자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의 중심에 들어선 느낌이 팍~ 들었는데
어느 개울을 건너게 되자 갑자기 만보님이 웃통을 벗어 제킨다.
그러더니...
흐미~!!!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개울에 머리를 풍덩 담그고 세수를 한다.
그 모습을 보자...
나 역시 가만있을 수 없어 벗어 제켰다.
그리고...
더러운 이 몸은 맑고 깨끗한 안나푸르나의
개울을 오염시킨 불손한 행동을 하고야 말았다.
죄송~
드디어 도착한 밤부...
여기서 우린 좀 늦은 점심 식사 후...
내처 우리의 8일 차 숙소 시누와 까지 걸어 내린 후 일정을 마무리했다.
밤부의 마을....
대나무가 지천이라 그런지
저렇게 솜씨 좋게 엮은 대나무가 지붕의 쓰임새가 되는데
흐미~!!!
지붕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단 생각이 절로 든다.
여름날 거실에 쫘~악 깔아 두면 참 시원 할 텐데...
드디어 도착한 시누와 마을....
대바구니의 그네에 앉아 있는 아기가 이쁘다.
울타리 콩을 수확하는 아낙네...
예전 우리의 농가와 사는 게 별반 다르지 않음에 친근감이 들고...
뒤뜰에서 천진난만하게 노는 녀석도 이쁘다.
따스하고 안온한 이곳 시누와...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묵었던 숙소 그대로 이층에 앉아 밖을 내다보니
다락밭 사이로 건너편 촘롱마을이 정겹다.
밤이면 초롱초롱 빛나는 야경도 아름다운 시누와의 밤이 기다려지는 오후의 한낮이다.
일찍 도착한 여유로움....
힘든 일정을 끝낸 홀가분함이
너무나 기분 좋은 시누와 놋지의 하루가 또 그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