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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Apr 07. 2024

네팔 ABC.MBC 트래킹 제8편

(발걸음도 흥겨운 하산길)




산행지 : 네팔. 푼힐전망대~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산행일 : 2014년 12월 14일(일)~25일(목) 11박 12일

누구랑 : 산찾사. 만보님. 소쿨. 노랑별. 이범찬. 도우미. 안데스님.

  제9일 차 : 2014년 12월 22일 월요일  

- 시누와 : 08:05

- 촘롱 : 10:00~10:30 (빵 시식)

- 지누 단다 12:05 

전원 등정에 성공한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분 좋은 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거의 휴식에 가까운 일정이다.

그래서 다른 때 보다 한 시간 늦은 출발이다.

등로는 시누와 롯지를 떠나자마자 바로 내림길로 이어지는데

저 아래의 다리를 건너 다시 올라서면 갈림길의 마을에 닿게 된다. 


와본길을 다시 걷는 거라 식상할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풍광이 우릴 맞아 준다. 


다리를 건넌 후... 


촘롱마을 입구의 이곳 최대 백화점을 지나 


길고 긴 계단길을 걸어 오를 땐... 


이렇게 마방의 후예들이

온갖 생필품을 실어 나르는 대열을 만나기도 하고.... 


등교 중인 어린 학생들을

만날 땐  볼펜을 나눠 주기도 했는데...

그중에서 계단길을 힘차게 뛰어오르는  사내 녀석들을 만났다.

가파른 계단길이 70~80미터쯤 될까?

순간 발동한 치기...

계단길이 꺾이는 지점까지 나를 이기면 사탕을 준다고  그놈들을 꼬실려 경주를 했다....

과연 누가 이겼을까?

비록 배낭을 멘 몸이며 높은 고산지대 라지만

썩어도 준치란 말이 있듯이 난 마라톤 풀코스 서브 3 주자다.

녀석들이 뛰기는 참말로 다람쥐처럼 빠르긴 했다. 

고놈들...

사탕을 못 받게 되자 얼마나 허탈해하던지?

그중 젤 어린놈은 뒤따라 오다 말고 그냥 털푸덕 주저앉는다.

ㅋㅋㅋ

그러나 나랑 경주를 벌인 세 놈 모두에게

사탕 하나씩을 쥐어 주자 그 녀석들 비로소 얼굴이 펴진다. 


한차레 달음박질에 온몸의 땀구멍이 열렸다.

우야튼 쉬었다 가야 할 판....

마침 길옆 제과점을 만나자 우리의 빵여사가 한턱을 낸다.

사실은...

재치 만점의 가이드 명수가 안 사게 만들 수 없게 만들긴 했지만... 


빵이 굽는 동안 빵집의 베란다 의자에서

우린 또 한세월을 낚는다.

이런 시간들이 참 좋다. 


드디어 빵이 나오고... 


우린 정말 맛이 좋은

그러나...

빵 맛보다 더 훌륭한 풍경을 바라보며 식도락을 즐겼다. 


빵 하나론 안된다며 우린 커피까지 주문했다.

그런데....

커피 향이 쥑인다.

이곳의 히말라야 커피는 정말 질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더니 빵집의 커피는 한국의 유명 커피 전문점이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의 수준 높은 질과 향을 선 보여 우리를 감동케 했는데.... 


우릴 한번 더 놀라게 한 건 그 가격였다.

실컷 먹은 빵과 커피값이 1000루피로 우리나라 화폐 기준으로 겨우 만 냥이다.

우리의 빵여사님...

아주 적은 비용으로 모든 일행에게

큰 감동을 준 빵시식은 그렇게 끝이 난 줄 알았다.

그런데...

명수가 또 내지른다.

빵여사님은 한번 더 사야만 사는 게 된다나 뭐라나~?

다들 그래서 또 웃었다.

빵여사님은 기회가 없어 더는 살 기회가 없었는데

그 기회는 한국에서 다시 만날 때 반드시 드릴 테니 잊지 마시길.... 


혹여 이곳을 가시는 분  계시면

아래의 촘롱 빵가게를 지나치게 될 땐 꼭 빵과 커피를 맛보시길 강추... 


촘롱의 마을을 거의 벗어날 때쯤....

갈림길의 이정표가 나야폴을 가리킨다.

나야폴을 향해 진행방향 좌측의 돌담을 이어 걸어 나가자.. 





의외로 조망이

아주 뛰어난 게스트 하우스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들도 한결같이 한국인이 많이 찾아 온결 증명하는 한국 음식을 판다는 광고판을 내 걸었다. 




총롱마을의 마지막 롯지....

이젠 계속 내리막길을 앞두고 우린 길고 긴 휴식에 든다. 


그곳 놋지의 소녀는 핸드폰을 갖고 있다.

만지작만지작...

뭘 그리 열심히 들여다보는지? 


그러나...

그 소녀의 할아버지는 미동도 않은 채 

머나먼 한 곳을 내려보며 명상에 잠겼다.

평생 이곳에 살며 이 산골을 벗어난 적이 없을 것 같던

저 어르신은 무슨 생각에 빠저 있는지? 


길게 이어지는 계단길...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우린

그 내리막길의 끝자락까지 단숨에 걸어 내린다.

그런 후..

지누 단다 마을의 맨 끝집에다 여장을 풀었다. 


롯지에 짐을 들여놓고 나온 우리가 

홍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이 정원에는 어느새

우리의 주방장님이 특별히 준비한 양식으로 점심상을 차렸다.

맛~?

우리의 주방장은 양식이든 한식이던 솜씨 하난 나무랄 데가 없다.

덕분에 우리 일행들은 트래킹을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몸무게가 늘어날게 확실하다. 


식사 후 남는 시간이 너무 많다.

점심으로 불어난 배를 소화를 시키는 사이

만보님은 물티슈의 스티커를 떼어 AM 트래킹 광고에 수고를 하시더니... 


살그머니 롯지의 텃밭으로 나를 이끈다.

그리곤....

나무에서 열린다는 토마토 서리를 감행하셨다.

덕분에 토마토를 입에 넣어 봤는데...

흐미~!!!

을매나 시금털털한지 금방 뱉어 내야 했다.

오후에 가이드가 그 열매를 준다 했는데 그래서 우린 정중히 사양. 


배를 꺼춘 다음 우린 노천의 온천장을 향한다.

준비는 사각팬티만 걸치면 된다.

그런데...

입장료가 궁금하다 굽쇼~?

궁금하면 오백 원만 내란다.

정말 그랬다.

이곳 입장료는 한국화폐로 치면 단돈 오백 원이다. 


온천장 가는 길은

숲 속길을 계속 걸어 내려가 강바닥까지 가야 된다. 


그곳에 온천장이 있었다.

남녀 혼탕이다.

옷만 갈아입을 수 있는 칸막이 건물이 온천장 시설의 전부... 


이 온천장은 외국 미녀들의

비키니 차림새가 눈요기 감이다.

쭉쭉 빵빵의 풍만한 여인과 같이 나란히 앉아서 하는 온천욕 이라니~!!!

상상만 하여도 설레는데 그게 실현되고 보니

ㅋㅋㅋ

다를 입이 찢어진다. 


그래서 혹시라도

몸이 후끈 달아오르면 어쩌지란 염려는 안 해도 된다.

그 즉시 강물에 머리까지 풍덩 담그면 된다.

그 순간....

온몸에 오소소 돋는 찬기운에 정신은 번쩍 들고

달아올랐던 쌍방울은 어느새 오글오글 쪼그라 드니 이거 참 대박이다. 


넉살 100단의 만보님....

마음은 쭉쭉 빵빵의 여인에게 향했으나

그 본심을 숨기고 괜히 수염만 그득한 저 남정네에게 수작을 걸어 친구가 된다. 


그동안 씻지 못한 찝찝함을

일시에 날려 버리고 뽀샤시 한 모습이 된 우리들....

2층의 숙소에 나란히 앉아지는 노을에 시시각각 변모해 가는

히말라야 설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한다. 


그런데....

이젠 저 정도엔 감정들이 무뎌졌나 감동이 없다.

뭐~

저 정도는 그저 그런 풍광이란 눈빛들...

이궁~!!!

눈 다 버려 놨으니 한국에 돌아가면 우찌 할꼬~? 


오후의 한가로움이 흘러.. 


이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얼마 후...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됐단다.

식당으로 향하자 이미 식단이 차려졌다. 


오늘의 주 메뉴는 염소고기....

계속 산행을 하는 동안 메인 가이드 마노즈(명수)는

지금 모시는 손님들을 VIP로 모시라는 본사의 연락을 3번이나 받았단다.

아마도...

희선이가 영향력을 행사한 모양이다.

그래 그런가?

사실 마지막 히말라야 롯지의 저녁 메뉴는 이게 아녔는데

우린 정말 황송한 대접을 받았다. 


염소고기의 잡냄새를 없애 그런가?

다들 정말 맛나게 드셨다.

특히 이교수 님은 제대로 몸보신을 하셨다. 


식사를 끝내자....

주방장의 특별 이벤트가 있었다.

전원 완주의 축하 케이크.

순간..

우리 팀은 감동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다.

정말...

우리에겐 생각도 못한 특별 이벤트의 선물이다. 


이벤트의 마무리로

우리 팀의 최연장자인 만보님이 케이크 절단식을 거행했는데

히말라야 트래킹을 생일케이크로  시작해서 케이크 절단식으로 마무리까지 하시는 영광을 누리셨다. 


오늘밤을 끝으로....

그간 우리를 위해 수고를 한 포터와 요리사들과 내일 점심 이후엔 이별이다.

그들의 수고를 위로하며 감사드리는 마지막밤을 함께 보내며 


우리는 우리 팀 정성을 모아 마음을 전달하는 시간을 갖었다.

사실..

우리에겐 적은 금액이나 이들에겐

크다면 클 수 있는 금액을 전달하며 우리의 고마움을 전했고

진심으로 그들은 우리를 고마워했다. 

사실...

그들의 눈망울을 보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만보님은 매일 아침 일찍 그들을 찾아가 개인적으로

포터와 요리사팀 전원에게 팁과 함께 가저온 먹거리를 나눠 주고

줄 수 있는 옷들은 죄다 나눠주고 마지막엔 스틱까지 주고도 뭘 못 줘 안타까워했으며

대구의 박사장님은 가져오신 옷들은 물론 여기 오시며 구입했다던 

아이젠까지 주더니 더는 줄게 없었던지 마지막엔 여행자용 가방까지 주고 오셨다.

안데스님은 같은 여자로서 보기 안 됐던지

본인이 입어보도 않았다는 네파의 고가옷을 여자 포터에게 주시공....

그래서 그랬다.

이들이 괜히 이런 특별 이벤트를 우리에게 할 이유가 없다.

그만큼 했으니 해주는 것뿐...

사실 베푼 것보다 우리는 그 이상 몇 배의 보답을 받았다. 


여기서...

이곳 네팔의 히말라야를 트래킹 하시는 분들이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여행사를 통해 가시는 단체의 비용엔 반드시 불포함의 옵션이 있다.

그중에서...

가이드 기사팁의 명목으로  개인당 100불의 비용이 책정되는데

사실 이 100불은 가이드 기사의 팁이 아니라 그네들의 일당이다.

그걸 여행경비로 잡으면 전체 경비가 올라가게 되니

여행사에선 낮은 가격으로 포스팅을 하기 위한 편법을 이용한 거라 보면 된다. 

그런 줄을 모르는 트래커들은

당연히 현지에서 100불을 지불하면 팁을 다 주었다고 생각할 테고....

팁을 더 달라는 현지의 포터나 가이드 요리사팀과의 트러블이 생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일당을 받았지 결코 팁을 받은 게 아니다. 

여행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이런 병폐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만 이런 원인은

여행사들의 잘 못만이  아니란 게 문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자꾸 싼 거만 찾다 보니 모객을 위해선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여행사에선 이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에게 가끔 문의해 오는 분들에게 난 항상 이렇게 이야기를 해 준다.

어차피 현지에 가면 그 돈 다 들게 돼 있으니  

같은 곳 같은 일정의 패키지라면 그중에서 제일 비싼 걸 택해서 가시라고.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런 곳에 선 제발 아낌없이 쓰시라 권하고 싶다.

롯지에서 밥을 사 먹으면 1인당 만원 정도의 숙박비를 삼천 원만 받는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포터를 고용해 오신 한국인이 삼천 원의 숙박비를 깎아 달라고

빡빡 우기고 있으니 어쩜 좋으냐며 우리의 가이드에게 그쪽 포터가 하소연을 하더란다.

이런 분들...

노지에서 할머니들 행상에겐 악착같이 깎으며

백화점에선 자신을 위해선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물건을 에누리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왜들 그러는지....

정말 그 소리를 들었을 땐 한국인이란 게 쪽팔렸다.

공정여행이 어떤 건지...

한번 들 생각 좀 해주시길 당부한다. 

그날...

기분 좋은 마무리의 끝자리라 그랬다.

난 참말로 오랜만에 내 최고로 주량껏 酒님을 모신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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