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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Apr 07. 2024

네팔 ABC.MBC 트래킹 제6편

(마침내 모두 함께 올라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산행지 : 네팔. 푼힐전망대~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산행일 : 2014년 12월 14일(일)~25일(목) 11박 12일

누구랑 : 산찾사. 만보. 소쿨. 노랑별. 이범찬. 도우미. 안데스.

제7일 차 : 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 데우랄리 : 06:10

-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MBC) : 08:50~09:20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ABC) : 12:10~14:20 (중식)

-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MBC) : 15:45  


전 일정에서 오늘이 하일 라이트이며 제일 힘든 고비가 될 것이다.

그래 그런가?

다들 전날 저녁은 일찍들 잠자리에 든 것 같다.

하긴...

5.6.7의 법칙에 변수를 주어 4.5.6을 적용하기로 한 영향도 크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확한 약속 시간대인

4시에 홍차를 들고 문 앞에 대령한 서브 가이드의 아침 문안인사가

데우랄리 롯지의 아침을 연다.

전날 저녁....

베니어합판 하나로 된 칸막이의 옆방 쥔장인

빵여사는 눕자마자 코를 골며 방귀를 사정없이 뀌어 대더니

오늘 아침에 보니 빵빵하게 부어올랐던 얼굴도 이젠 그만그만 해진 것 같아

다들 고소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아 일단은 안심이다.


머리에 이맛불을 밝히며 시작된 산행...

아주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협곡에 쌓인 눈길을 밟으며 시작됐다.

이 높은 산까지 햇살이 스며들기엔 이른 시각.

싸늘함이 온몸을 엄습하여 몸은 옴 추러 드는데 호흡은 가파르다.

오늘도 역시...

전날 우리 문 앞을 지키던 개가 우리 팀을 따라붙었다.

그런데...

이놈도 호흡이 가쁜가 보다.

배가 들쑥 날쑥하도록 여러 차례 심호흡을 해댄다.

우리만 힘든 게 아니고 이놈도 힘든 것 같다며 만보님이 아주 신기해한다.


해님은 볼 수 없어도

이 고산준령의 깊은 계곡에 날이 밝았음을 알리는 건 하늘이다.

주위는 어두운데 하늘을 보면 쥐어짜면 주르륵 흐를 것 같은 잉크빛 하늘이 밝게 빛을 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던지 ~!!!!!

오늘은 데우랄리에서 MBC를 거처

ABC까지의 거리가 대략 7.8Km로 아주 짧다면 짧은 거리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찍 길을 나선 이유가 안전으로

햇살이 내리쬐는 오전이면 혹 있을 수 있는 눈사태가 걱정이라

1시간 일찍 나서자고 한 메인 가이드 명수의 결정은 현명했다.

사실 눈사태보다는 나중에 걷다 보니 내리쬐는 햇살에 등로의 눈이 녹기

시작하면 내딛는 눈 속에 발이 빠지게 되어 여간 성가신 게 아니고

방수가 안 되는 등산화 같으면 양말까지 젖는다.

이번 우리의 메인 가이드 명수는

대학원의 석사과정까지 밟은 인텔리라 그런지

통솔력에 유모 감각까지 갖춘 인재다.

그런 그가 지난번 히말라야 라운드 코스의 가이드로

한국인을 인솔하여 토롱패쓰 구간을 지날 땐 위험을 감지하여 거의

맞아 죽을 지경의 험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일정을 중지시켜 위험을 막아 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팀원 전체의 목숨을 지켰고 그 당시 개난리를 쳤던 한국의 트래커들은

눈사태로 40명이나 죽고 200명이 부상당한 걸 보고 나서야 비로소 고마워하며

팁으로 1000불을 주고 갔다고 하는데 명수는 그것이 생애 최초로 받아본 거액의 팁 였단다.

사실 목숨을 살려준 댓가로 받은 액수치곤 별건 아니지만...

날이 밝아오자 풍광이 선경이다.

바로 눈앞엔 하이얀 눈을 이고 있는 안나푸르나 3봉과

강가푸르나의 모습이 반겨주자 그 모습을 담느라 다들 시린 손 호호 불며

연신 디카의 셧터를 눌러 대기 시작했다.   


어느덧....

저 멀리 마차푸차레 캠프가 보인다.

아직은 이른 시간.

이젠 천천히 걸어야 된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어진 시점이다.

다들 그 말이 없어도 몇 걸음만 옮기면 호흡이 가파지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이제부턴 본인 의지와의 싸움.

각자 본인 페이스대로 걸어가면 될 뿐이다.

맨 후미엔 메인 가이드가 두 여인과 함께 후미로 처지기 시작한

박사장님을 추스르며 따라오고 맨 앞엔 햇살이 비칠 때면 붉게 변하는

설산의 모습을 디카에 담으려는 욕심에 앞서 나가기 시작한 이교수 님이 선등을 한다.

그 중간에 만보님과 내가 걸었다.

물론....

고산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는 만보님의

성급한 발걸음은 혹시 모를 고산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내가 꽁꽁 잡아 두었다.


드디어 도착한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서브 가이드와 이교수 님이 안 보인다.

?


롯지를 살짝 돌아 나가자

MBC 롯지가 저만큼 떨어져 있는 윗동에도 있다.

아마도 저곳이 오늘 우리가 머물 숙소인가 보다.

사실...

우리의 일정표 대로 하면 ABC가 오늘의 숙소여야 하나

전날 조심스럽게 일행 중 고소증이 있는 분도 그렇고 그곳보다 고도가 낮은

MBC의 롯지가 더 따스하니 숙소를 옮기는 게 어떠냐는 메인 가이드의 요청을

허락 하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MBC로 숙소를 옮긴 이유가 더 있다.

포터들...

요리사들의 짐들도 만만 한 건 아니나

건장한 남성들인 그들보다는 여성 포터가 많이 안쓰러웠다.

젊은 부부와 35살에 홀로 9살 된 아들을 키운다는 여성이 우리들의 카고백을 날랐는데

옷차림도 허술하고 걷다 보면 우리보다 일찍 출발은 했어도 매번 우리에게 추월 당 할 정도로

힘겨워하는 게 마음 아팠다.

그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그것이라면  설령

ABC의 조망이 훨~ 좋다 하더라도 그들을 쉬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우리 숙소의 롯지 아래서

만보님과 함께 뒤따라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박사장님을 선두로

나란히 나란히 씩씩하게들 올라서는 모습들이 반갑다.








다들 올라선 MBC 롯지의 식당....

미리 도착한 요리사가 내어주는 따스한 차 한잔이 어느 때보다 반갑다.

이곳에서 우린 간식을 들며 다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이젠 마지막 한고비만을 남겨 뒀다.

누가 해줄 수 도 할 수 도 없는 마지막 ABC로 향한 발걸음에

비 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의 자랑스러운 박영석 님의 업적을 기린 기념타월이

MBC의 벽면을 장식한 걸 바라보며 다들 용기를 얻어 ABC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오늘 점심은 ABC에서 하기로 했으니

어서 밥 먹으러 가자는 나의 말에 다들 가볍게 일어서긴 했는데...


역시나 발걸음은 무겁다.

그러나...


정말 아름다운 풍광이 그 힘듦을 위로한다.

체력이 좋은 산우나 저질 체력이나 이젠 다들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에

한걸음 한걸음이 아까운 건지 걷는 게 힘든 건지 아리송한 걸음인데...


이번엔 사진사들도 서로들을 찍어주며 원 없이 개인사진을 담아 보았다.

사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본인 사진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번만은 욕심이 난 건 사실이라 서로들 이심전심으로 많이들 박아 주셨다.

그러다 보니...

만보님과 이교수 님 그리고 내가 맨 후미에 서게 된다.

하긴...

서로들 사진 한 장 담고 나면 일행들은 십리는 달아나고

그걸 쫓아가기엔 이곳의 산소용량은  평지의 50% 미만이라 힘겨움에 일찌감치 포기...







햇살이 강렬하다.

설맹이 걸릴 수 있음을 와서 걸어보니 알겠다.

살갗을 스치는 바람 또한 면도날에 베인 듯 따가운데

느껴지는 따사로움은 뜨거울 지경으로 복사열이 장난이 아니다.

마침내...

그 복사열에 굴복당한 만보님과 난 반팔차림으로 무장 해제를 당했다.


힘겨움 보다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우린 모든 걸 잊을 수 있었다.

무뚝뚝하던 이교수 님이 연신 비명을 지른다.

아옷~!!

아옷~!!

그러며 하는 말...

나 못 가~


이교수 님은 그럼 오지 마~!

만보님이 먼저 달아나고

그 뒤를 내가 따라서 ABC의 더 좋은 풍광을 만나러 힘겨운 오름질을 하자...

이젠 마라톤 풀코스의 30킬로를 넘겨 제일 힘든 마지막 구간을 달리는

마라토너의 심정이라 생각되는 범찬님과 도이미님을 제키고


선등을 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우리도 힘듦 보다는 주위의 풍광에 또 발목이 잡힌다.

어쩜 저리도 하늘이 이쁠꼬~!!!

사방팔방 우리를 둘러싼 설산의 아름다움은

그 배경이 되는 하늘이 너무 맑고 투명하여 싱그러운데

가끔씩 운무가 피어오르면 그 모습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되어 가슴을 뛰게 한다.













드디어...

ABC의 관문을 통과 후...


우린 ABC 롯지의 뜰에서

세상을 다 갖은것처럼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랐고....


그동안...

주인 잘 못 만난 죄로 고생 고생한

나의 발에겐 ABC 고원의 맑고 시원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을 푸짐하게 내리쬐는 선물을 주며  아무 생각조차

하지 않는 무상무념의 시간을 보내는 멍~ 때리기에 들어갔다.


이윽고...

하나 둘 올라서기 시작하는 우리 산우들.

다들 희열에 찬 얼굴이다.

잠시 후...

햇살이 따사로운 롯지의 뜰에서 우린 점심을 대접받았다.

메뉴는 라면밥.


역시 곱배로 받아 놓은 밥상에 행복한 만보님.

천상의 라면맛을 니들이 알아란 저 표정.


매일같이 해서 받치던 전업주부에서 일시 해방된 안데스님.

누가 해 주는 건 설사 맛이 없어도 맛있다는 저 여인조차 진심 어린 말을 했다.

지금껏 내가 해 온 음식이 이 보다 맛날 수는 없을 거다라고...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

무식해서 용감한 여인 둘이 아마도 제일 감회가 새롭지 않았을까?

세상에나~!!!

처음 산에 입문하는 사람이 한국의 지리산이나 설악산도 무모할 진데

그곳이 히말라야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라니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했다.

그런데...

평생을 새벽 출근하여 밤늦게 퇴근하며 연구실에서만 보냈다는

도이미님은 다녀와서 한다는 말이 또 기가 막히고 코가 다 막힌다.

다음 목표는 EBC라나 뭐라나~?

나원 참~!!!


박사장님 역시 갱상도 사나이의

무뚝뚝을 내세워 감정 표현은 은근슬쩍 감추고

있지만 저 속 마음엔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거다.

이분....

세계 여행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이나

내가 다리심이 떨어질 때나 가려던 관광이나 골프 여행만

다녀본 터라 이런 고산의 설산 트래킹은 처음...

이런 트래킹을 계획하면

일단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몸을 열심히 가꾸게 되더라며

그래서 일 년에 서너 번은 꼭 트래킹으로 가야겠다니 앞으로 나를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그동안....

흰 수염이 반이나 되는 나이를 먹도록

살아오며 꿈꿔 오던 내 꿈의 한 자락을 밝고 올라선 지금....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랄 뿐...


식사 후 게으름의 한낮 햇살을 듬뿍 받으며 취했던 휴식을 끝내고

우리는 네팔의 럼주 한 병을 들고 이곳 안나푸르나에 영원히 잠든 사나이들을 만났다.


잔을 부어 주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묵념의 시간을 보낸 후


도저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발걸음을 돌렸다.

이젠....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시시각각 그 모습이 달라지는 구름들이

연출해 내는 환상의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모습들을 뒤로하고 내려서려니 가슴 한켠이 도려 내 듯 안타까움이 인다.






그냥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을걸이란 후회가 일었다.

아무리 춥고.

아무리 고산에 해골이 두쪽이 나는 아픔이 있더라도.

포터들의 애처로운 눈빛마저 그냥 질끈 눈 감아 버림 되는데란 뒤늦은 후회....

솔직히 내 마음이 그랬다.

지나고 보니 그곳의 밤하늘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란 생각도....

ㅋㅋㅋ


올라서기보다는

내려서는 게 더 어려운 줄은

그저 높은 벼슬자리에 앉은이나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힘든 게 이거였던가?


내 마음을 온통 그 자리 그곳에 남겨놓고

난 허망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ABC를 내려와야 했다.

아마도 그 후유증은 좀 길게 이어지지 않을까 ?

그만큼....

나에겐 영원히 잊지 못 할 추억으로 남을 ABC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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