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롱을 지나 시누와로 향한 여정)
산행지 : 네팔. 푼힐전망대~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산행일 : 2014년 12월 14일(일)~25일(목) 11박 12일
누구랑 : 산찾사. 만보. 소쿨. 노랑별. 이범찬. 도우미. 안데스
제5일 차 : 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 츄일리 마운틴 디스커버리 롯지 : 08:15
- 촘롱 : 12:50 ~14:10
- 시누와 16:00
츄일리 롯지의 아침.
노크와 함께 건네진 홍차가 몸을 깨운다.
오늘 일정은 거의 휴식에 가까울 정도로 홀가분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라
지난밤 우리는 롯지의 로비에서 오랜만에 마음 놓고 맥주를 마시며 여흥을 즐겼다.
그래서 오늘은 5시에 제공되는 홍차를 마시며 일어나 짐을 정리해
6시에 식사를 하고 7시에 출발을 하던 5.6.7의 원칙을 6,7,8로 변경했다.
그래 그런가?
이른 새벽부터 허덕대지 않아도 되는 1시간의 여유로움이 참 좋다.
롯지의 아침...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히운출리와 마차푸차레가
아침 햇살을 받아 빛을 뿜는다.
역시..
아무리 쳐다봐도 질리지 않는 풍광이다.
우리보다 먼저
포터들이 카고백을 묶으며 떠날 채비를 한다.
저걸 어떻게 머리에 걸어 걷는지 호기심에 한번 해 보기로 했다.
역시...
만만치 않다.
무게 중심을 잡기도 힘들다.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니 목뼈가 온전한 게 이상할 지경....
대구의 박사장님도 한번 해 보신다며 목에 걸었는데
ㅋㅋㅋ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금방 두 손을 든다.
남자도 힘든 일을 여자가 하는 걸 본 우리 팀의 여성 산우님들이 하는 말...
정말이지 이곳에 태어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나 뭐라나?
떠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만보님이 메일주소로
보내 주기로 하고 외국인 친구도 함께 담아 본다.
전날 저녁...
저 외국인 친구는 츄일 리 롯지로 내려오다
이곳에 서식하는 표범을 만났다고 우리에게 자랑을 한 친구 다.
츄일 리 롯지를 내려서자마자 등로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어찌 살아 가는지?
건너편을 바라보니 산 사면을 일궈 만든 다락밭 사이로
길들이 보이는데 우리는 강바닥까지 내려갔다시 올라야 한다.
내리막의 경사도를 낮춘
지그재그 꼬부랑길에서 바라보는 풍광들이 선경이다.
다들....
바쁘게 걸어야 할 이유가 없어 그런지
설산과 대비되는 신록의 다락밭과 농가의 풍경을 감상하며
디카에 담느라 여념들이 없는데....
이 내리막길엔
아주 작은 롯지와 민가들도 있어 여행객의 쉼터가 돼 준다.
츄일리 롯지에서 내려다볼 땐
그저 한 30여분이면 내려설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곱절의 시간이 돼서야 우린 킴롱콜라(Kimrong Khola) 다리를 건넜다.
맑은 시야와 공기에 노출된 풍광이 그런 시각 차이를 만든 건지?
예전 일본 북알프스의 야리다케 산장을 보며 30분이면 올라가겠구나 했던 길을
두어 시간 넘게 걸렸던 일이 문득 생각나게 한 내리막 길였다.
그런 후....
한동안 또 오르막길.
그렇게 올라서고 보니 이번엔 우리가 내려왔던 반대편의 풍광이 우릴 마주 본다.
오름길 이후 우리는
한적한 전원의 풍광을 즐기며 편안한 걸음을
계속하게 됐는데 가끔씩 학교에 가는 이곳 어린이들을
만나게 되면 초콜릿과 사탕 그리고 볼펜을 나눠 주는데...
욘석들...
역시 또렷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란 인사말을 한다.
어느덧 발길이 구르중 마을에 이른다.
우리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출렁다리를 건너
오르막을 올라서게 되고
그곳 길목에 자리한 아주 작은 가게방에서 다리 쉼을 하며
이 가게 쥔장인 저 여인에게
점방의 음료수를 각자 한 캔 씩 구입해 갈증을 삭이며
情이 담긴 초코파이를 그곳 소녀에게 전해주며 한국인의 情을 베풀었다.
한차레 다리 쉼에 힘을 얻은 우리는
오르락 내리락의 등로를 따라 걷다 만나게 된
힐탑이란 간이매점에서 또 길고 긴 휴식에 들어갔는데
이곳은 콤롱을 거처 비레탄티로 갈 수 있는 분기점이 된다고.
이곳 힐탑 간이매점에선
커다란 고목을 잘라놓은 나무 그루터기에
네팔인이 앉아 있다 내려오기에 조망이 좋을 것 같아 내가 한번 올라 보았다.
역시 그곳에서 보는 풍광이 쥑인다.
그런데...
내가 내려서자 만보님이 따라서 올라서고
그 뒤를 또 이교수 님이 올라섰는데 고소 공포증이 있던
대구 박사장님이 내가 올라설 때부터 다리를 후들대며 하신 말씀에
다들 되짚어 지며 배꼽을 잡았다고 한다.
하신 말씀은 뭐 특별한 건 없다.
"대장이 저러면 안 되는데~"
"아니 나이 든 사람은 철없이 왜 또 따라서 저래~?"
"어이구~!!!"
"가리키는 선상님도 저러니 할 말 업데이~"
아마 다른 사람이 저렇게 말을 한다면 크게 웃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양반은 참 특이하다.
같은 말을 해도 억양이나 표정과 느낌은 물론 감정까지 확연히 다르다.
우린 첫날부터 트래킹 일정을 끝낼 때까지 그런 말투의 박사장님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보가 터졌는데 아마도 일 년 웃을 것 다 웃고도 남았을 것 같다.
참 재주도 그런 재주는 없다.
공부를 해서 배울 수 만 있다면 한번 해 보고 싶을 정도의 유머와 위트의 말솜씨는
힘든 일정 내내 우리 팀의 활력소가 된 피로 회복제 비타민과 같아서
다들 그런 말들을 했다.
"앞으로 박사장님이 해외 나가실 땐 설령 그곳이
지옥이라도 아주 즐겁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무조건 따라 갈꼬얌~!"
다시 또 이어진 발걸음이
힐탑 간이매점을 가로질러 촘롱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간다.
그렇게 걷다가 힘들면 또 쉬었다 가니
남들은 히말라야 트래킹을 간다고 하면 디지게 고생한 걸로 알겠지만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세상에 이런 신선놀음이 또 어디 있으라~!!!!
우리는 건너편 능선의 다락밭도 구경하며...
그렇게 걷다 보니 마차푸차레의 꼬리가 우릴 마중 나왔다.
반색을 하며 이곳에서 단체 사진 한번 담아 보려 하자
메인 가이드 명수가 그런다.
"대장님 더 좋은데 있으니 거기서 박아요~"
명수가 말한 곳은 그리 멀지 않았고 정말 그랬다.
최고의 조망처가 바로 우릴 맞아 준다.
그래서 단체사진 한 장 남겨 주시고...
이후부터 우린 정말 환상적인 풍광을
바라보며 꿈속 같은 길을 행복하게 걸어 주셨는데...
촘롱마을의 중학교를 지나자마자...
등로는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우리가 점심을 먹기로 한 촘롱의 롯지가 이젠 바로 코앞..
그래서 우린 이곳의 언덕에서 갖가지 포즈로 기념사진을 담으며 해찰을 부렸다.
드디어 도착한 촘롱의 롯지...
촘롱의 롯지 뜰에서 내려다보니
외국인 한 무리가 우리 건물 아래의 마당에 자리를 잡고 휴양 중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저들은 요가 트래킹 컨셉으로 이곳에 머물던 유럽인들였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오므라이스...
맛~?
역시 환상.
하긴...
그렇게 하루종일 걷는데 뭐든 안 맛있겠냐 하겠지만
우리의 한식 전용 요리사가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춘 간은 아주 기막히게 잘한다.
그러니 다들 좋아할 수밖에...
반찬도 무우 하나를 가지고도
채를 썰던 나박나박 썰던 모양을 달리해 내어 놓은데
웬만한 음식 정도론 칭찬에 인색한 나도 그냥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솜씨다.
실컷 배를 불렸으니 또 망중한을 즐긴다.
잘 버텨주고 잘 걸어준 고마운 발에게 히말라야의 시원한 공기를 선사하고...
다 함께 설산을 배경으로 사진도 담아가며 즐긴다.
사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루쯤 이렇게 롯지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리는 시간을 보내며 내 영혼을 쉬게
하고 싶단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는데....
먼 훗날...
내가 정년 한 이후 여건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번 찾아와 다정한 나의 옆지기와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단 희망을 품어 본다.
쉴 만큼 쉬었나 보다.
다들 가자는 말이 없어도 다들 알아서 길 떠날 준비를 한다.
촘롱을 내려서는 길....
마을엔 온통 트래커의 쉼터인 롯지며 가게들이 즐비하다.
그곳에서...
빵이면 사족을 못 쓴다는 도이미씨가 빵을 구입했다.
대전 모모 연구단지의 책임 연구원 박사님인 도이미씨는
그날부로 빵여사란 별명을 얻었는데 아울러 박사답지 않은 어리숙함과
허술함 그리고 맹한 구석으로 인해 우리들의 놀림감이 됐는데
아무리 놀려 먹어도 노여움을 타지 않는 성격이라 끝내는 우리가 두 손 두 발을 다 들은 케이스....
내려가다 만난 소녀...
촘롱마을을 다 내려서면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는
백화점(?) 쥔장의 손녀로 한국말을 잘 알아듣고 영어는 아주 유창하여
기특하게 생각했는데 가이드왈~ 이곳 학교에선 영어를 필수로 가리키며
한국인이 먹을 거와 학용품을 잘 나눠주니 자연 기초적인 한국말은 다 알아듣는 단다.
촘롱마을 끝에 이르러
저 다리를 건너 내려온 만큼의 고도를 높여주는 언덕을 힘겹게 오르면...
우리는 제5일 차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시누와 롯지에 이르게 된다.
롯지에 도착하면 우리가 항상 받는 접대가 또 기다린다.
바로 우리의 요리사가 우리 일행의 도착을 기다렸다 대접하는 뜨거운 생강차 한잔.
이 생강차는 그래서 항상 그날 여정의 마무리를 의미한다.
시누아 롯지...
아직은 한낮이다.
오늘은 그래서 정말로 밤이 아주 길 것 같다.
일찍 저녁을 먹고 나자
산촌의 밤은 더 일찍 찾아들어 벌써 사위는 어둠에 잠겼다.
길고 긴 밤을 어떻게 보내?
그런 우려를 잠재우는 오락 타임을 갖기로 했다.
우리가 준비한 안주 그리고 이곳 로지에서 구입한 럼주와 맥주면 훌륭한 파티준비 끝.
지금껏 우릴 위해 수고한 포터와 요리사도 같이 불렀다.
롯지의 식당에서 책을 보던 외국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우릴 본다.
재들 모야~?
오락부장은 만보님이....
다들 디집어게 만든 퐁당퐁당 시리즈에선
급 관심을 보인
외국의 처자도 마침내 함께 어우러지게 됐는데....
그 끝은 마침내 점잖을 떨던 우리의 가이드
마노즈(명수)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타임에서 절정에 이르렀고
네팔의 포터와 요리사팀의 현지 노랫가락이 장단을 맞추자 시누아의 밤은
어느새 깊은 한밤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깊고 깊은 한밤....
갈증에 잠이 깬 롯지의 베란다....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건너편 촘롱마을 불빛은 아름답다.
아~!
정말 황홀하리 만큼 아름다운 히말라야 밤의 풍정에
순간 왈칵 밀려든 행복에 가슴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