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힐 전망대 경유 츄일 리 마운틴 디스커버리 롯지)
산행지 : 네팔. 푼힐전망대~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산행일 : 2014년 12월 14일(일)~25일(목) 11박 12일
누구랑 : 산찾사. 만보. 소쿨. 노랑별. 이범찬. 도우미. 안데스)
(히말라야 트래킹 개념도)
(히말라야 고도표)
제4일 차 : 2014년 12월 17일 수요일
- 고레파니 롯지 : 05:15
- 푼힐 전망대 : 06:40~07:30 (일출조망)
- 고레파니 롯지 : 08:20~ 09:20 (조식)
- 데우랄리 : 11:45~11:50
- 반단티 : 13:30~14:10 (중식)
- 타다파니 15:30
- 츄일리 마운틴 디스커버리 롯지 : 16:45
이른 새벽 문을 두드리는 노크...
문을 열자 건네지는 따스한 홍차 한잔.
매일 아침마다 이어지던 이 행사는 귀국 후 아침이 돼서도
또 누가 홍차를 들고 문 밖에 서서 기다릴 것 같은 착각을 일게 만들 정도로
이들은 철두철미하게 우릴 상전이나 귀족처럼 받들어 모셨다.
오늘은 일출을 위해 좀 이른 아침 출발을 했다.
다들 평안하셨는지?
고라파니 숙소의 해발이 2860m 정도라 이미 고소의 증세가 있었을 텐데....
다행히 다들 별 증상 없이 주무신 것 같다.
다만....
범찬님이 예민한 건지 잠을 못 주무셨다 하고
도이미님은 얼굴이 통통하게 부었다.
그래도 그 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이라 산행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우리 팀 전체가 별 탈 없이 고산에 적응된 건 아마도 범찬님과 도이미님의 덕택일 듯싶다.
고소엔 그저 아주 천천히 걸어 올라야 신체가 적응을 하게 되는데
우리 팀의 전체 진행속도를 저질체력에 맞추다 보니 자연 우린 고소에 적응이 된 듯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고산등반은 급한 성격에 체력왕성의 산우는 오히려 산행팀에 있어서
득이 아닌 최악의 해악이 된다.
예전 킬리만자로 등정 때 난 왕성한 체력의 산우들 발걸음을 늦추느라
그네들과의 신경전으로 감정까지 상할 뻔한 일도 있어 오히려 고산 등반의 팀산행엔
저질체력의 산우가 훨~ 편하다.
맨 앞에 서브 가이드 그리고 맨 후미에서 내가 일행을 이끈다.
전체적인 조율은 역시 메인 가이드 명수가 지휘를 하다 어느 시점에서
발 빠른 산우들의 묶인 발걸음을 풀어 준 듯 두 여인과 나만 남긴 채 다들 사라지고 없다.
산행 경험이 없는 두 여인....
더우면 벗으라 했더니 조막만 한 배낭에 겉옷조차
걸 칠 곳도 없어 내 배낭에 받아 넣어주고 진행을 했는데
일출을 못 보면 어떡하나의 조급증까지 달래야 했다.
내 경험상 일출은 아직 멀었다.
어느새...
어둠이 완전 벗어지고 잉크를 풀어놓은 듯
푸르고 시린 하늘이 드러난다....
다시 도진 조급증의 여인들...
뒤에서 따라가는 내가 미안했던지 먼저 가서 사진을 찍으라 한다.
그러나...
여긴 고산이다.
해님도 저 높은 고산준령을 올라서려 서둘면 고산병으로 고쿠라 진다.
그만큼 이곳의 일출은 더딜게 뻔하다.
드디어....
푼힐 전망대에 무사히 안착을 했다.
히말라야 산군이 한눈에 잡힌다는 최고의 전망대에 서자
흰 눈을 이고 있는 고산준령들이 산찾사를 마중 나왔다.
우리 팀이 올라서고도 한참이나 기다려 시작된 일출....
국내의 고만고만한 얕은 산이나 여기의 고산이나 일출은 다 같은 모습이라
뭐~ 특별히 감동스런 건 없다.
그러나...
그 여린 아기 햇살을 받은 설산이
붉게 묽들어가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 경이롭다 할 수 있다.
지금껏...
감정 표현이 없던 이 교수님이 괴성을 내 지른다.
흐미~!
저 근엄한 교수님이 왜 저래~?
그날 푼일 전망대의 일출을 보고 나서부터 그는 그랬다.
교수의 근엄이며 체신머리는 물론 온갖 겉치레를 벗어던지며
원초적인 모습으로 서서히 변모를 하더니 이후 그는 가끔씩
우리 팀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 놓은 분위기 메이커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그런 점에서 자연은 참 위대하다.
안나푸르나는 풍요의 여신을 뜻한다.
내가 꿈꿔 오던 안나의 미모가 바로 저 모습였는지?
나는 조신한 여인처럼 나긋나긋하고 오밀조밀 섬세한 아름다움을 생각했다.
그런데....
풍요의 여신이라 그랬나?
스케일이 너무 거대하고 방대하여 우락부락 거친 남성을 연상시킨다.
안나푸르나의 그런 모습 앞에서 나는 반항할 생각조차 못 한 채 그냥 그대로 압도당하고 말았다.
푼힐 전망대에 서면
전설처럼 말로만 들었던 숱한 봉오리들이 죄다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유명한 봉오리들이 내 눈엔 다들 고만고만 하기에
풍요의 여신 안나가 거느린 하나의 이름 없는 졸개로만 보일 뿐이라
굳이 그 이름을 찾아 확인해 보려던 마음조차 어느 순간 일시에 놓아 버렸다.
그저 그냥 여신 안나의 풍요로움만 보이는 대로 즐기면 될 뿐이라
그런 것에 별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란 마음이 불현듯 들었다.
오랜 시간 푼힐 전망대에서 머물렀다.
이젠 되돌아가야 할 시간...
다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언제 다시 이 모습을 또 볼 수 있을는지?
숙소에 되돌아와
아침 식사 후 우린 4일 차 일정을 준비한다.
오늘부턴 좀 여유로운 일정이다.
하루에 걷는 시간이 대략 6시간 남짓....
충만한 가슴에 스며든 기쁨으로
고레파니의 롯지를 벗어난 우린 울창한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데우랄리로 향한 길은 가파른 숲 속길이다.
지금은 눈꽃으로 화려하게 장식을 한 이 숲 속이 3~4월이면
한꺼번에 붉은 꽃을 피워 올린다고 한다.
이곳의 울창한 숲 속 아름드리나무가 죄다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 다.
그 모습이 얼마나 멋질까?
하얀 설산과 대비되는 붉은 꽃들의 향연...
생각만 하여도 울렁~!
랄리구라스의 숲 속을 빠저 나오자
와우~!!!
조망이 쥑인다.
푼힐 전망대가 따로 없다.
이곳도 그곳 못지않을 조망권이라 다들 감동의 도가니...
그 기쁨의 퍼포먼스를 이렇게...
또 요렇게....
일찍 산행을 끝내면 밤이 길다기에
다들 해찰을 떨며 마음껏 이 시간을 즐긴다.
내가 언제 다시 또 이런 호사를 누릴까~?
그러니 누릴 때 누려라....
항상 씩씩하게 잘 걷는 안데스님도 신났고.
나 역시도....
산찾사가 불러만 주면 어데든 따라 갈꼬얌~!!!
그런 만보님이 제일로 신나 어쩔 줄 몰라 깡충 히말라야 산맥으로 솟아오르자.
덩달아 맘 좋은 만보님을 꼬실려 데려 온
따라쟁이 산찾사도 한번 씩씩하게 날아올라 본다.
능선을 따라 걷다 만난 롯지...
2,990m에 위치한 데우랄리 롯지에서 우린 잠시 휴식 후에...
반단티로 이어지는
급격한 경사도의 내림길로 향했다.
다들 안전을 위해 아이젠을 착용 후 조심스럽게 내려서자.
반단티 마을에 이른다.
그런데...
와우~!!!!
이곳은 기온이 급격히 치솟아 오른다.
우린 동토의 땅에서 나른 나른하여 게으름이 실실 피워오르는
한낮 봄날의 중심으로 들어섰다.
반단티의 아랫마을 놋지에 이르자.
벌써 한식 전문 요리사들이 밥상을 펼쳐 놓고 기다린다.
메뉴는 라면 밥....
항상 한식의 메뉴가 제공될 때마다
이 번 것이 최고로 맛있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식탐과 식욕을 자랑하신 만보님이 라면을 곱빼기로
주문을 했는데 그날 이후부터 아예 얘네들은 알아서 만보님껜
밥과 국 등등... 먹거리는 곱빼기로 알아서 대령을 했다.
물론...
이번에도 만보님 왈~
이 세상에서 먹어 본 음식 중 최고란다.
이젠 다들 만보님 말은(?) 신용하지 않는다.
사실 우린 만보님이 안 맛있는 게 뭔지 그게 궁금할 따름인데
맛없다란 말씀은 아직까지 아니 트래킹의 전 일정을 끝낼 때까지 들어 볼 수 없었음을 밝힌다.
그런데...
정말 맛은 있었냐 구여~?
해발 2,990m에서 먹는 건 개사료라도 다 맛있다는 게 이곳의 정설이고 진리란다.
점심 식사로 배를 불리자
걷기가 더 싫어진 동료들의 게으른 발걸음은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도 평탄하고 부드러운 육산의 등로를 만나
룰루랄라~ 편안한 발걸음을 이어 걸을 수 있었다.
계획대로 라면
이곳 타다파니(2630m)롯지에서 여장을 풀어야 하지만
우린 좀 더 걸어 내려가 고도를 낮춰 이곳보다 더 따스하고 아늑한
츄일리 롯지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그 길은 촘롱이란 이정표를 따라가면 되고...
간혹 길이 헷갈릴 경우엔
이곳의 트래커들을 위해 나무나 바위에 페인트 칠을 해 놓은
저 표식을 따라 진행하면 되며 저 표식은 우리나라 산하에 널려 있는
시그널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시겠다.
울창한 원시림의 숲 속을 빠저 나오자
가이드가 이젠 다 왔다 하여 우린 바로 저 앞에 보이는 롯지가 그곳인 줄 알았다.
아담하고 경관이 좋고 한가로우니 우리뿐일 거란 생각에 다들 좋아라 했는데...
웬걸?
그 집의 안마당을 가로질러 좀 더 내려갔는데...
짜잔~!!!!
드디어 히운출리와 마차푸차레가 정면으로 보이는
우리의 안식처 츄일 리 미운틴 디스 커버리 롯지가 반긴다.
그곳은 따스하고 아늑했으며 또한 한가로워 모두들 만족한 하룻밤을 보냈다.
츄일 리 롯지에서 앞을 보니
계곡의 반대편 산기슭의 좁다란 길이 내일 우리가 걸어 내려
마차푸차레가 보이는 협곡으로 꺾어야 하는 등로가 자세하게 내려 보인다.
오늘 까지는 모두들 별문제 없이 건강하다.
다만...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범찬님과
고산증세가 좀 남아 있는 도이미님이 마음에 걸리긴 하나
아마도 내일쯤 좀 더 걷다 보면 분명 신체가 적응되리란 믿음이 생긴다.
이곳 롯지에서 우린 오랜만에
묵은 때를 벗기는 샤워와 디카와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을 시키며 몸과 마음이 편안한 안락한 밤을 보내며 힘든
여정이 남아 있는 MBC, ABC 등반에 대한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