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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Apr 07. 2024

네팔 ABC.MBC 트래킹 제2편

(트래킹 1일 차 : 힐레 씨이유 롯지~고레파니 롯지)




산행지 : 네팔. 푼힐전망대~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산행일 : 2014년 12월 14일(일)~25일(목) 11박 12일

누구랑 : 산찾사. 만보. 소쿨. 노랑별. 이범찬. 도우미. 안데스)

  제3일 차 : 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 힐레 씨이유 롯지 : 06:45

- 티케둥가 :  07:07

- 반탄티 : 11:00~11:50 (중식)

- 낭게단티 : 13:40

- 고레파니 : 15:30 

전날 한잔의 술이 숙면에 도움이 됐다.

이른 아침 단잠을 깨우는 노크...

문을 열어주자 훅~! 몰려든 찬바람에 몸이 옴 추러 든다.

모야~ C...

순간의 불쾌감은 그러나

깊고 그윽하여 호수같이 선한 눈망울의 어린 포터와 마주한 순간 사그라든다. 

나마스테~!!! 

따스한 홍차 한잔과 함께 

그가 남겨 놓고 간 인사 한마디가 내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다.

나마스테란 말은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감사드립니다란 뜻으로

이곳 네팔인들이 아주 넓은 의미로 쓰이는 인사말이다. 

나마스테~!!!

만남의 의미이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름다운 다리를 놓은 소통의 시작이 되는 이 인사말을

우린 히말라야를 걸으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트래커와 주민들과 나누게 된다. 

따스한 홍차에 이른 아침 굳어버린 몸이 풀리자

먼저 트래킹에 필요한 물품을 챙겨 우리보다 한발 먼저 떠나야 하는

포터를 위해 카고백을 정리해 밖에 내어 놓은 후 아침 식사를 끝낸 우리 일행은

느긋하게 출발을 기다린다. 

이곳 히말라야를 트래킹 하기 위해선

아래의 사진과 같은 팀스와 퍼밋이 반드시 필요한데 우린 메인 가이드가

우리 팀 전원의 허가증을 보관하며 입산과 하산 때 비레탄티에서 하게 되는  체크를 대행했다.

참고로...

팀스는 트래커의 입산과 하산을 관리하는 증명서로

발급 비용이 20불이며 실제 입산 허가증인 퍼밋은 23불이 든다. 

 

 (TIMS 서식)


  (등산허가증인 퍼밋)


드디어....

공식적인 안나푸르나 트래킹의 일정에 든다.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 됐다면 나야 폴에서 티케둥가까지 걸었어야 했는데

틀어진 일정 때문에 힐레까지 지프차로 올라 이곳에서 묵었기 때문에 오늘의 일정은 좀 더 걸어줘야 한다. 


포터들이 먼저 떠나고

우리 팀의 한식 요리팀이 그 뒤를 이어 숙소를 빠자 나간 얼마 후....

우리도 그네들의 뒤를 따라 좁다란 마을의 골목을 빠저 나가며 안나푸르나의 일정이 시작됐다. 


이른 아침...

스멀스멀 피어 올라오는 운무가 우리의 뒤를 따라온다.

아침 공기가 신선한 숲 속의 마을을 벗어날쯤... 


힐레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롯지에선

유럽의 배낭 여행족들이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애네들....

참 부럽다.

이들은 필~이 꽂힌 곳이라면 이렇게 한 곳에서

몇 날 며칠씩 야영을 하며 여유로운 트래킹을 즐긴다. 


포터와 요리사들의 등짐이 애처롭다.

저들은 저 등짐을 머리에 걸고 걷는데 쳐다만 봐도 목이 온전할까 싶다.

우리의 메인 가이드 명수도 19살 때부터 포터 생활로 돈을 벌어 대학원까지 맡쳤다 하는데

정말 무거운 짐은 고개를 돌릴 수 없고 눈동자만 굴려야 한다고... 


저들의 정당한 임금은?

단돈 12불이 하루 일당이다.

그래도 저 힘든 고역이 이곳에선 벌이가 괜찮은 편이란다.

하긴...

이곳의 교수 월급이 우리나라 돈으로 30만 원 정도라니 이해가 된다. 


몽환적인 풍경이 아름다워 걷는 길이 흥겹다.

고소 적응을 위해 굳이 빨리 걸어야 할 이유가 없기에

가급적 제일 저질체력을 기준으로 보폭을 맞춘다.

그렇게 하지 않음 할 일도 없는 롯지의 밤이 너무 길다.  


맨 앞엔 서브 가이드가

그리고 후미엔 내가 맡고 메인 가이드는 몇 되지도 않지만

선두와 후미의 간격을 체크하며 트래킹을 이어갔는데 이 형식은 일정 내내

흐트러짐 없이 이어갔다. 


어느덧....

우린 전날밤 묵었어야 할 티케 둥가에 이른다.

지금 한국의 날씨는 영하의 기온이나 현지의 이곳은 서늘한

초가을의 기온이라 걷기엔 정말 좋은 날씨다. 


우리의 70년대 농가와

사뭇 닮은 정겨운 산촌의 마을풍경이 낯설지 않고 아름다워

멀고 먼 타국이란 느낌이 없어 이곳을 선등 했던 산우님이 마치 지리산 자락을

걷는 느낌였다는 게 이래서 그랬나 보다란 생각이 문득 든다.

티케 둥가를 뒤로하는 현수교를 지나자 등로가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오름질에 산우님들이 힘겨워한다.

그러다 길옆 돌탑에 이르러 다들 걸음을 멈췄다.

이게 뭘까?

가이드 말에 의하면 산사태로 이곳의 주민이 죽은 장소라

그를 위로하고 추모하는 탑을 세운곳이라고...

이곳은 우기에 접어들면 가끔씩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가 종종 발생한 단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길에서

반대편을 바라다보니 산자락마다 다락밭을 일군 마을이 보인다.

그곳에서 제일 그래도 번듯한 건물이 눈에 띄는데 그게 이곳 유일의 학교라고....

몇몇의 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듯 달려 내려간다.

가이드가 하는 말이 학교 시간에 늦은 학생들로 저곳까지 가야 한단다.

그네들을 보니 어린 시절이 떠 오른다.

포장도 되지 않은 먼지 구덩이 같던 1번 국도를 따라

십리길을 걸어야 했던 등교와 하굣길에 마주치던 미군용 트럭을 향해

우린 다 함께 그 의미와 뜻도 모르며 외치곤 했었다. 

기브미 시가렛트~!!! 

그러면 달리던 트럭에서 쏟아지던 초콜릿과 사탕들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러나 거의가 다 그냥 지나치던 트럭을 향해선 우린 짓궂게 쑥떡을 먹이고 달아났었다.

그때가 생각나 바쁘게 뛰어내려 오던 소년 소녀를 붙잡았다.

그리고...

내가 준비해 온 볼펜을 나눠주자

이놈들 눈빛엔 기쁨으로 일렁인다.

그러더니 아주 뜻밖에도 정확한 발음으로 고맙습니다란 말을 들었다.

아마도 이곳을 다녀온 수많은 한국인 트래커의 작은 나눔이 있었나 보다 짐작된다. 

한국의 情문화....

외국인은 절대로 그런 경우가 없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들은 오고 가며 어린애들을 보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초콜릿이나 사탕 등등....

먹거리를 꼭 챙겨줘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다 보니

이곳의 어린이들이 고맙다란 한국말을 자연스레 배운 것이라 짐작된다.  



아직도 더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야 한다.

그 언덕길을 거의 넘길 때쯤... 

가파른 산 사면을 다락밭으로 일군 작은 마을의 롯지가 우리 일행을 맞아 준다.

잠시 우린 이곳에서 가이드가 건네주는 차를 마셨다. 


찌아라고 했던가?

따스한 한잔의 차와 함께 소담스럽게 담아 내어놓은

옥수수를 튀긴 튀밥이 우리의 입맛을 감미롭게 하는 동안에.... 


인정 많은 우리의 만보님은 뭘 하실까~?

먹쇠의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주던 우리의 만보님은

그 좋아하는 먹거리를 외면한 채 힘겨운 삶을 견디며 살아가는

포터에게 배낭을 풀어 간식을 일일이 먹여주고 계셨다. 

이번 우리 팀의 포터는 여자들이다.

남자도 힘겨운  포터일이 안쓰러워 간식을 나눠주면

그녀들은 살짝 돌아앉아 품에 숨겨놓고 먹지를 않는다.

아꼈다 집에 두고 온 자식에게 먹이려는 어미의 마음이란 걸 우린 뒤늦게 알았다.

그녀들....

어느 땐 밥값도 아끼려고 그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점심까지

굶은다고 메인 가이드가 전해 줘 그런지 인정 많은 만보님은 아주 지극정성으로 그녀들을 챙겼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줄 건 따로 챙겨주고 이렇게 직접 먹여까지 주셨다.

그뿐인가?

우리 팀원들 아무도 모르게

이른 아침엔 매일같이 1달러의 팁을 건네신걸 난 알고 있었다. 


이런 게 공정 여행이고 나눔이다.

누구는 저 양반이 너무 풍풍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만보님은 생활이 넉넉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본인에겐 인색하나 남들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성격이라 존경의 대상이다. 

빌 게이츠가 길거리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으면서도 수 조원을 기부 한 선행과 

이번 땅콩 회항사건으로 검찰에 출두한 조현아가 둘렀던 삼천만 원 상당의 목도리와

1억 원이 넘는다는 외투에 비해 그녀의 인격은 반비례했다는 걸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다시 시작된 걸음...

시간이 흐를 수 록 또 고도를 높일 수 록

산행경험이 없는 우리 팀의 두 여인이 힘들어한다.

살그머니 치켜드는 우려...

그러나 그녀들은 마라톤 풀코스의 경험이 있다기에 그 인내심을 믿는다. 









발걸음이 어느덧

해발 2200m의 반단티 마을에 이른다.

이곳 롯지의 개념도를 앞에 두고 메인 가이드 마노즈(명수)는 전체적인

우리의 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어 산우들이 이번 트래킹에 대한  윤곽을 잡아 줬다. 


반단티 마을의

맨 끝에 위치한 롯지에서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았다.

이곳에서 우린 점심을 먹기로 한다. 


이곳 롯지의 풍광이 참 아름답다.

산 능선엔 눈꽃이.... 


그리고 산아래엔

운무가 산하를 희롱하는 풍광이 선경이다. 


그 선경을 발아래에 두고

우린 세상에서 제일 맛난 비빔밥을 먹었다.

참기름까지 넣어 싹~싹~ 비벼 낸 비빔밥이 환상 그 자체다.

이번 우리 팀을 따라온 한식 주방장의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어디서 배웠냐 물어보니 한국의 식당에서 3년을 익힌 솜씨란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더니 우리의 네팔친구는 삼 년 만에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셰프가 다 되었나 보다. 


걷는 동안은 추운 줄 몰랐는데 가만있으니 많이 춥다.

그런데...

반단티 롯지의 꼬마 녀석은 추위엔 아랑곳없이

천진난만하게 여기저기 홀로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점심 식사 후엔

더 이상 쉬지 못하고 추위에 쫓겨 길을 나섰다.

주위의 풍광은 열대우림을 연상시키나 잠시라도 쉴라치면 엄동설한이다.

점점 고도를 높일수록 수온주가 내려감을 몸이 먼저 체감한다. 








어느덧...

발걸음이 낭게단티를 넘긴다.

여기서 우리가 묵게 될 고라파니 놋지까지는

대략 1시간 조금 더 걸린다 하니 거의 다 온 거나 진배없다. 




낭게단티를 넘기자 풍광이 변했다.

완전 눈꽃산행.... 


수백 년은 됨직한 고목들이 흰 눈을 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못 해 본 눈꽃 산행을 다 하다며 여성 산우들이 좋아한다. 


드디어 도착한 고라파니... 


우리를 지나치던

소년과 소녀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아이고 귀여운 녀석들...

아무리 춥고 힘들어 귀찮아도

그냥 갈 수 없어 우리는 배낭을 풀어 초콜릿과 볼펜을 선물했다. 


우리의 숙소는 고라파니의 윗마을에 위치해 있다.

여러 롯지중 그래도 제일 큰 규모이며 거실에 해당하는 큰 방엔

장작불을 붙인 난로가 있어 들어서자마자 추운 몸을 녹일 수 있어 좋다. 

우리는 각자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은 후 난로가 있는 방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 메뉴는 뜻밖에도 백숙...

양도 푸짐하고 맛 또한 뛰어나다.

내일은 푼힐 전망대의 고산에 적응하려면 마늘을 듬뿍 먹어야 한다며

가이드가 주방장에게 마늘을 더 내어 놓으라 하여 다들 토종닭과 함께 닭죽으로 몸보신을 했다.




어느덧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트래킹의 3일 차 밤이 저물어 간다.

저녁식사 후 난로가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던 동료들이 하나 둘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를 찾는다. 

침소로 향하다 바라본 하늘엔 간간이 내리던

눈발이 그치자 총총총 보석처럼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잔치가 벌이고 있다. 

히야~!!!!

아름답다.

별들이 저렇게 빛나는 밤이라면

내일은 분명 날씨가 좋은 거란 생각에

한눈에 잡힌다는 푼힐 전망대의 기대치가 높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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