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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Apr 07. 2024

네팔 ABC.MBC 트래킹 제5편

(시누아에서 데우랄리 까지의 여정)



산행지 : 네팔. 푼힐전망대~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산행일 : 2014년 12월 14일(일)~25일(목) 11박 12일

누구랑 : 산찾사. 만보님. 소쿨. 노랑별. 이범찬. 도우미. 안데스. 

  제6일 차 : 2014년 12월 19일 금요일  

- 시누이 : 06:55

- 도반 : 11:30~12:15 (중식)

- 히말라야 롯지 : 14:15~14:20

- 데우랄리 : 16:40 



6일차의 날이 밝았다.

오늘도 역시 5.6.7의 법칙이 적용된 출발이다.

다들 5시에 홍차를 마시며 시작된 카고백 정리로 분주하다.

MBC.ABC등반을 끝내고 돌아와 우린 다시 시누와에서 숙박할 예정이라

포터들의 등짐을 덜어주기로 했다.

그래서 필요 없는 짐은 이곳에 보관했다 내려가는 날 찾아가기로 한 것. 

그런데....

이 짐 정리가 잘 안 되는 분이 딱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빵여사인 도이미 박사님.

그냥 풀어헤치고 넣어다 뺏다를 열나절 열심히 하신 건 분명한 사실인데

카고백을 내달라 포터가 찾아와야 겨우 정리가 될동말동...

군대로 치면 완전 고문관이다. 

그런 반면...

박사장님과 만보님은 둘이 협력하에

짐을 풀어헤치곤 이걸 빼야 되냐 넣느냐로 설전을 벌인 끝에

카고백 두 개가 반으로 줄어든 하나로 정리가 되긴 했는데....

박사장님이 카고백을 들어보니 넣은 거에 비해 이상하게 무게가 무겁더란다.

그래서 다시 가만 살펴보니.

ㅋㅋㅋ

만보님이 엉뚱한 걸 챙겨 넣은 걸 발견했단다.

그래서 그날 우린 퀴즈를 냈었다.

만보님이 챙겨 넣은 물건은 뭘까?

힌트로 내준 게

1. 지극한 효자

2. 중국

3. 공항

4. 깡통

머리 좋은 도박사님도 못 맞추는 퀴즈를 안데스님이 맞췄다.

그 물건은 바로 만보님이 중국에서 남방 항공이 연착되자

그네들이 간식으로 제공된 팥죽 캔였다.

만보님은 어머님께 드리고 싶은 팥죽캔이 제일 소중한 목록 1위였나 보다.

팥죽 캔의 값어치보다는 어머님을 생각하는 만보님의 효심이 빚은

해프닝으로 그래서 우린 또 웃음으로 6일 차의 여정을 시작했다.  


전 일정에서 오늘은 참 중요한 날이다.

고도를 870m나 올려야 하는 고된 일정도 그렇치만

무엇보다 고산증에 대비한 무리한 산행을 지양해야 하기 때문인데... 


다들 아직 까지는 이상 없는 체력인 반면

이범찬 님이 허벅지 근육이 뭉친 상태로 고통을 호소하고

벌써부터 고산증을 서서히 보이고 있는 도이미 박사님 역시 체력이 바닥권이다.

전날 내가 맨소래담과 파스를 주며 마사지를 하라 했으니

예전 마라톤 풀코스를 경험한 여인들이라 끈기와 인내심은 있으리라 생각되어

아주 천천히 진행하면 큰 문제는 없으리란 믿음이 들긴 해도 왠지 걱정이 되는 건 마찬가지....

이 범찬님에게 근육 이완제를 투여하면 좋으련만 이교수 님이 준비한 이완제가

몇 알 남지 않아 최악의 경우에 제공하기로 하고 매물 차게 거절을 했는데

그 고통을 알기에 순간 마음은 짠~해저 와도 어쩔 수 없는 결정였다.   

기타...

도이미 박사님에게 찾아들기 시작한 고산증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무조건 느린 걸음으로 쉬지 않고 걸으며 안정된 호흡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며 무엇보다 수분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그러면 몸의 각 기관에 원활한 산소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금방 고산병에 걸리므로

수분 섭취가 가장 중요하단걸 수시로 주지를 시켰음에도 이분은 정말로 엉뚱하게

다이나목스만 먹으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이분 정말 박사님 맞아~? 

이번 우리 팀엔 박사장님이

처방전이 없으면 구하기 힘든 다이나목스를 많이 가져 오셔서

나눠 줬는데 다이나목스가 고산병 예방에 좋긴 하나 사실 그건 이뇨제로서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역할을 도와주는 거라 수분 섭취를 안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데 그녀는 몸이 힘들어 그런 건 이해를 하나 수통에 물도 넣지 않고 참아가며 걷다

남들에게 얻어 마셨는데 산악인이라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행위였으나

처음 산에 오셨고 산행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조차도 정말  몰라서 그런 것 같았는데 

그녀 스스로도 그걸 아는지 무식한 게 용감해서 이곳을 왔지 알면 못 왔다는 말에  

그냥 참고 봐줄 수밖에 없었다. 


롯지를 벗어날 때쯤 시누와 마을의

끝집에 살고 있는 산골소년이 부리나케 쫓아 나와 우릴 바라본다.

그런데...

가저온 볼펜은 가방 안 깊숙이 있고

나에게 먹거리는 준비한 게 없어 그냥 지나친다.

잠시의 귀차니즘...

지나고 보니 은근 마음에 걸린다.

볼펜이라도 주고 올걸.... 


마을을 벗어난 얼마 후...

메인 가이드가 갑자기

오늘부터 우리에게 제공되는 한식에 육류는 없다고 선언한다.

그 이유는 여기의 입간판에 내용이 쓰여 있단다. 

이제부터 우리는 

본격적인 신들의 땅에 들어서게 됨으로

신령스러운 이곳에선 절대 육류를 금하는데 만약 어길 때에는

반드시 산신의 노여움을 입게 된단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구라가 어딨 냐는 우리의 의중을 읽었나?

가이드가 보충설명을 한다. 

예전....

안나푸르나 등정에서 실종된 박영석과 그 일행의 제사를 위해

돼지 머리를 가져와 제를 지낸 일이 있은 직후 바로 이곳에 눈사태 난 일이 있어

그 이후로부터 현지인이 한국 산악인에 대한 평이 그닥 좋지 않았던 일이 있었단다. 

이궁~!

그저 좋지 않다면 설령 미신이라 해도 안 하는 게 좋으련만....

그런데 육류 중 단 하나 양들은 신들에게 받치는 제물이기에 그건 허용한다고.... 


육식을 금한다는 안내문을 지나자마자

제법 규모가 번듯한 롯지를 만나게 되는데

?

이곳도 시누와 마을이다.

우리의 시골동네처럼 여기도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며 우리가 머문 롯지는 아랫마을 시누와였다. 


윗마을 시누와 롯지엔 히말라야 베이스캠프의

트래킹 개념도가 세워  있는데 구간 거리표와 시간이 그중 제일 정확하다며

지금껏 걸어온 여정과 가야 할 지명을 또박또박 가리키며

메인 가이드 명수가 다시 설명을 해 줘  모두들 이해를 시켰는데...

누구라고는 말 못 한다.

어째 또 금방 까먹고 무식한 나한테 물어보는가~? 


계속되는 오르막이 끝나고 이젠 내리막이 시작된다.

밤부란 지명이 대나무를 뜻 한 단다.

그래서 그런가?

내려가는 등로는 온통 대나무숲 군락이다. 


내리막길에선 설산과 마주한다.

보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던 마차푸차레의 모습이

이제야 가만 살펴보니 정말 물고기를 닮긴 닮은 것 같다.

처음엔 물고기 모양이라 해서 아무리 형상을 그려봐도 나오지 않아

저게 무슨 물고기냐 했더니....

봉오리가 물고기의 꼬리를 닮지 않았냐란 말을 들었다.

그래서...

명수에게 다음번 한국인을 안내할 땐

魚頭肉尾(어두육미)의 뜻을 알려주며 맛있는 머리와 몸통은

먹어 치우고 꼬리만 제가 저렇게 남겨 놓았어요라고 설명을 하라 일러 주었다. 


이번 트래킹 일정 내내

제일 잘 먹고, 자며, 싸야 하는 여행 고수의 일면을 보여준 만보님...

그동안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바지런한 행동에 산찾사가 제동을 걸어 버렸다.

오늘만큼은 절대로 뛰지 말 것.

설령 사진을 찍다 일행과 아주 멀리 떨어지게 되더라도

조급증에 빨리 걷지 말고 아주 천천히 따라오실 것을 주문했다.

고산병은 느닷없이 찾아든다.

주의해서 나쁠 건 없다.

그날....

만보님은 아주 조신하게 산찾사의 말을 잘 들어 그런가?

다음날엔 ABC까지 제일 먼저 씩씩하게 올라선 후 펄쩍펄쩍 

튀어 오르는 연어들처럼 싱싱하고 왕성한 체력을 보여 주셨다. 


이곳 안나푸르나 트래킹에서 계속 우릴 따라오던 개들....

주인 없는 개들이란다.

이놈들 참 유순하다.

우리가 먹거리를 챙겨주긴 했어도 그걸로 양이 차진 않을 텐데

그래도 줄기차게 따라오며 길을 인도하는데

때론 앞서가며 원숭이나 해로운 동물들을 짖어서 쫓아 내준다.

실제로 이곳 숲속엔 맹수들이 사는데 개와 함께 걸으면 안전하단다. 




어느새 우린 밤부를 지난다.

아직 발걸음엔 싱싱함이 느껴지는 걸음들이다.

오늘 산행도 그리 길지는 않은 편이나 고도를 높여야 하는 힘겨움이 있다.

고산 적응을 위해 우린 넉넉한 마음으로 은근과 끈기로 오름길을 이어 걸었다. 


밤부를 지나며

대숲의 등로가 원시림으로 바뀐다. 


마치...

아프리카의 열대우림 속을 지나는 것처럼

이끼류가 번성한 숲 속의 등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 순간.

하늘이 벗어지며 마차푸차레가

그 아름다운 미색을 온통 들어 내놓고 우릴 유혹한다. 


한동안 하늘을 모가지 아프게 올려다보던 우린

어느새 이곳이 오늘 점심을 먹기로 예정된 도반과 지척의 거리임을 깨닭게 된다. 


드디어 도착한 도반 롯지.... 


우리가 넘 빨리 따라왔나?

요리사들이 미처 준비를 못 했다.

식사 전 먼저 따라주는 오렌지 주스 한잔으로 갈증을 삭인 후.... 


도반 롯지의 바로 앞 강가로 폭포를 구경하러 갔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물줄기.

장관이다.

그런데....

저렇게 멋들어진 폭포가 글쎄 이름도 못 얻어 그냥 무명폭포 란다.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산정에서의 식사....

비록 육류는 없다 해도 맛은 기막히다.

다들 양껏 잘 들 드셔준 다음... 


충분한 휴식 후 떠나기로 했는데....

저런~!!!!

도박사님이 피곤이 상접했나 보다.

오후의 달콤한 오수에 빠저 들어 헤어날 줄 모른다.

이쁘게 코까지 고셨다면 믿을까? 

난 박사라면 많이 알고 해박하여

범접하기 좀 힘든 부류려니 했는데 이분은 전혀 아니다.

자기 분야 외엔 전혀 아는 게 없는 맹추.

ㅋㅋㅋ

어리숙하고 얼빵하며 또한 제대로 뭐 하나 똑바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분이라 대하기 편하여 놀려 먹기도 좋은데

성격도 좋아 그저 헤~ 하고 웃어 버리니 박사는 무슨 박사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어떤 땐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닌 것이 오다가다 만나는 외국인과  유창한 영어 대화는 물론

일본인을 만나면 또 일본어가 줄줄이 막힘없이 나오니

박사가 분명한 인텔리 여성이 맞는 것도 같고....

우야튼...

아리송해~!!!! 



중식 후 충분한 휴식에 힘을 얻어 우린 떠났다.

초반 완만하던 등로가... 



울울창창

열대우림 같은 숲 속에서부터 고도를 높인다. 



걷는 내내...

양 협곡의 암벽엔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무명폭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그중 한 곳을 가리키며 가이드 명수가 이름을 지었다며 하는 말....

저게 손가락 폭포란다.

다섯 마디 손가락처럼 흘러내리는 폭포를 보니 그 말이 맞긴 하는데

사진을 형편없이 담아 와 실감이 나진 않는다. 


걷다 보면...

능선상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롯지가 내려 보인다.

히말라야 롯지다.

그런데...

실제 걷는 건 보여지는 것보다 너무 멀어~ 


그 히말라야 롯지에서 다시 우린 긴 휴식에 든다.

그런데....

그새 고도를 많이 올리긴 했나 보다.

길게 쉬기엔 추위가 방해를 놓는다.

그래서 우린 아주 천천히 춥지 않을 정도의 보폭을 유지하며

오늘 우리들의 안식처 데우랄리로 향했다. 


일행보다 많이 뒤 떨어진 도이미님과 이 범찬님을

메인 가이드 명수에게 일임했더니 알뜰살뜰  잘 보살펴 안심이 된다.

마노즈(명수)는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한 학구열에 불타는 열정 파라

뒤늦게 학업에 매진 중인 범찬님이 때마침 외국인을 상대로 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전공여서 환상의 궁합이라 아마도 범찬님은 힘든 고통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수목한계선도 넘긴 듯....

양 협곡의 강을 끼고 이어진 등로를 따라 걷는 길은 황량하기만 한데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면 정말로 환상적인 설산들이 맞아주니 걷는 게 힘은 들어도

황홀할 따름이라 다들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젠 다 왔다.

저기 보이는 롯지가 데우랄리...

우리는 결코 서둘지 않았으며 아름다운 산하에 빠저 들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발걸음으로 동토의 땅 데우랄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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