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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4 결사 : 결별을 알리는 말

<노트북>, <조커:폴리아 되>, <방랑자>, <드라이브 마이 카>

by HANA


2024년 어쨌든 네이버 블로그에 영화 관련해서 뭔가 썼던 글 백업입니다.
시간이 많으신 분들만 읽어 주세요.


2024. 10. 14 (월) /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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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백수 좋은 점: 평일 오후에 팔자 좋게 영화관 전세 낼 수 있음

그 외: 몰라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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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맥아담스 존니스트 예쁘다. 눈, 코, 입 어디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다. 분명 턱에 있는 점은 조물주가 열심히 빚은 후 찍은 마침표일 거야. 뭐든 다 잘 어울려서 옛날 복식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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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잘 만든 멜로 영화를 본 뒤 항상 따라오는 의문: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올가...?" 시간이 지나니 부러움보다는 순수하게 궁금해짐. 내 맘에 불을 피워 어쩌고... 언제든 돌아갈 집이 되어주고... 찰나에서 영원을 보는... 그런 사람. 흠. 좋아했던 사람은 있었던 거 같은데 별로? 그 사람이 없다고 인생이 뒤흔들리고 그러진 않아서. 그렇다고 무성애자로 정체화하기엔 너무 간 거 같고... 아직까지 난 혼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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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해줄래?"."카페나 갈래?", "안주 하나 더 시킬래?"와는 전혀 다른, 뜬금없는 요청이었으나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응, 사랑해!" 지금 보면 참 내가 바보 같고 해맑았다. 왜 그랬는지 물어나 볼걸... 분명 그 애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사랑한단 말을 듣고 싶었겠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 말이야. 2년이나 지난 일이라 그 애가 뭘 원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기억에 남는 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는 것.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밖에 없다. 그 친구는 지금 타지에 살아서 방학에나 얼굴을 볼 수 있다. 얼른 겨울이 왔으면.



2024. 10. 15 (화) / <조커:폴리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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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 장점: 평일 조조로 영화관 무료대관 가능

보면서 인스타를 하든 블로그 글을 쓰던 피크민을 하던 뭐든 괜찮은겅미

그 외: 몰라시발


솔직히 존나 보기 싫었다. 정확히는 존나 꼴 보기 싫었다. 절대 악의 상징이던 조커가 인셀남의 상징으로 전락하다니. 세상에서 꺼졌으면 했다. 하지만 봐야만 했다. 나는 레이디 가가의 오랜 팬이기에.


IMG_2355.JPG?type=w966 넷플에 있어요~


과연! 그는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엔터테이너다. <스타 이즈 본>으로 못 받은 골든글로브, 이번엔 꼭 받으셨으면 좋겠다. 레이디 가가의 다큐 멘터리도 최고니까 꼭 보세요.


아무튼 <폴리 아 되>는 조커에 이입하는 인셀남들에게 한 방 먹였다는 평이 주류인데, 그도 그럴 것이 조커의 광기 어린 총질이 아니라 할리퀸과의 옘병천병 라라랜드... 게이 키스... 한없이 초라한 아서 플렉이기 때문이다. 뮤지컬이라는 방식도 난데없는 벼락이었을 테고.


어쨌거나 토드 필립스는 이번 이야기가 <조커>의 팬보이들에게 실망만을 남겨줄 걸 알았다. 그럼에도 자신의 방식으로 막을 내렸고, 쇼는 끝이 났다.



2024. 10. 19 (토) /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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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이후로 두 번째 보는 바르다의 영화다. <클레오>를 봤을 때나 <방랑자>를 봤을 때나 비슷하게 피곤했지만 여기서는 졸지 않았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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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입과 결말은 모나의 죽음으로 수미상관을 이루는데, 그의 삶을 긍정하지도 않고 부정하지도 않은 느낌이라 좋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슴) 모나. 시몬느였으나 모나로 다시 태어난 모나. 흙길에 풀썩 주저앉아, 때가 낀 손으로 버석버석한 바게트 빵을 뜯어먹는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그 모습은 추레할지언정 비굴하지는 않았다. 모나는 노숙자 신세지만 당당히 원하는 걸 요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라디오, 담배, 성냥, 대마… 항상 무언가를 원했고 그걸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았다. 상대방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쿨하게 그곳을 떠난다. 그 이에게 “악취와 가난의 흔적”만을 남긴 채로.


“너는 완벽하게 자유롭지만, 완벽하게 외롭지.” 이 말은 모순이며, 그렇기에 진리이다. 그래… 인간은 외로움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순 없는 거야…. 애초에, 모나가 완벽하게 외로운지조차 의문이다. “흔적도 없이 자연사”가 아니잖아. 작중 인물들은 계속 모나를 기억하고 있다. 인연이란 건 정원용 가위로 가지를 치듯이 싹둑 잘라낼 수는 없나 보다.



2024.10. 20 (일) / <드라이브 마이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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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류 작가들이 섹스 언급할 때마다 깡! 하고 쟁반으로 내리치고 싶다. 그의 에세이는 정말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아무튼 <드라이브 마이카>는 동명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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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영화는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바로 이거. 가후쿠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와타리의 이야기로 끝난다는 점. (<기쿠지로의 여름>의 주인공이 마사오가 아니라 사실 기쿠지로였던 것처럼.) 부조리극의 대사처럼 공허했던 “그래도 살아야 해”라는 메시지는 후반부로 나아갈수록 힘을 얻는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결국 이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쩌겠어요. 또 살아가는 수밖에.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영화 내내 빨간 차를 끌고 불철주야 하며 달리다 짠~하고 선보인 게 위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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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저 빨간 자동차 ㅈㄴ불편해 보인다…. 뒷문이 없어서 조수석 의자를 접어가며 앞문으로 내려야 한다니. 다리가 긴 오카다 마사키가 타고 내릴 때마다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이건 뭐, 냉장고 안의 끼리코라고 해야 하나… 냉장고에 기린을 욱여넣었다 뺀다면 꼭 저 광경을 하고 있겠지….


쓰고 나니 나는 가후쿠-오토 부부보다는 와타리나, 차라리 타카츠키의 서사가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아마 그 이유는 내가 하루키의 소설을 싫어하는 이유랑 똑같을 거라 생각한다. (난 남의 성생활 존나 안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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