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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07 <<네무루바카>> 감상문

독서모임 1기 1회차

by HANA

https://youtu.be/dZpvt93kqPU

Hump Back - 친애하는 소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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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무루바카>>는 이시구로 마사카즈가 20대 시절에 그린 만화다. "<<네무루바카>>는 제가 대학생 때 어떤 정신 상태였는지를 꿈을 좇아 발버둥치는 '선배'와 나태한 대학 생활을 보내는 '이리스'의 이야기로 바꾸어 그린 것입니다." 음... 나는 이 둘 중 이리스에 가까운 것 같다. 항상 선배처럼 닿을 듯 닿지 않을 듯한 존재를 동경하는... 그리고 꿈을 좇고 있긴 하지만 발버둥까지는 아니란 말이지. "좋겠다... 선배는 바깥 세계와 톱니바퀴가 맞물려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내 톱니바퀴는 어떻게 하면 돌까?" 그러게요... 막막합니다... 사는 게... 급식 먹을 때부터 짜증 났었다. '젊은 게 좋다~'라며 팔자 좋은 소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봐요! 젊음은 특권 같은 게 아녜요! 젊으니까 문제인 것들도 많다고요! (백은영 말마따나) 삶이 너무 길어요... 봇짐 하나 없이 수백 개의 먼 산을 지나가야 한다고요... 막막하다고요....


아무튼, <<네무루바카>>는 젊은 작가의 고뇌와 포부 등이 보여서 재밌고 귀중한 만화라고 생각한다. "나 깨달아 버렸는데요~ 부자 아래의, 아래의, 더 아래가 저네요. 저는 평소에도 제가 사회의 밑바닥 신세라는 걸 알고는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위로 올라갈 사다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달까...", "선배, 요즘은 주변에 너무 정보가 많아서 나랑 같은 레벨의 인간이 어느 계급까지 오를 수 있는지 일찌감치 훤히 보이거든요." 이걸 읽고 흔히 말하는 요새의 젊은이들이 무기력하고 거세된 듯 구는 건... 그들이 정보 과잉의 시대에 태어나서 일지도.


그리고 흥미로웠던 것: 헛사이클(=빙빙 돌기만 하고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는 부질없는 사이클 안에서 수요와 공급이 성사되어 버리는 것. 자기 과시욕을 채우기 위해 이루어진 공간) 오... 이거 약간 마이너 탐라 같기도(ㅋㅋㅋ) 그래도 여기서 일컫는 아티스트의 서클보다 동인의 서클은 훨 건강해 보이는데 왜일까? 결국 자의식이 문제인 건가? 마이너 탐라의 사람들은... 자기를 아티스트보다는 장르 소방관? 긴급 구조대?쯤으로 생각하는 비장한 사람들밖에 못 봄. (저 역시도 그렇고요 살 려 야 한 다)



Gz__4FPaYAAI0Y5.jpg 이런 느낌


ㅋㅋㅋ이시구로 샘 대체 어떤 사람들에게 데이신 겅미? 요점은 끼리끼리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다는 거네. 더 넓은 곳, 세상으로 나가기는 두려우니 호의적이기만 한 반응만 주는 안락한 서클에 안주하게 되고. "혼자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개인전은 열지만 정식으로 평가받는 대회나 콩쿠르는 자기 분수를 알게 되는 게 무서우니까 회피하고..." 여기서 나도 모르게 한 예술가 그룹을 떠올려 버림. 그들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아티스트의 휴식처" 혹은 "나르시시트의 무덤"... 그래, 이 둘 중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자를 원한다면 이걸 꼭 알아야 할 거다. 휴식처는 휴식이 끝나면 다시 몸을 일으켜 바깥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 굴레 속에 있으면 깨닫지 못하니까.



+나카자키(DVD방 알바남)는 분명 100% 원본이 따로 있다. 이시구로 쌤은 주변인을 보고 그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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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속쉬원했던 대사로 마무리할까 한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시건방진 소리 나 늘어놓는 새끼가 가장 열받는다고!" 예술계에 있는 어중간 따리(나 포함해서)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다. 냉소하고 조롱하는 건 참 쉽지. 근데 알아...? 네가 나불댈 수 있는 건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서야... 쌩 일반인보다는 잘 알겠지만 업계인이 되면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망생이들, 씨네필들 등등이 설칠 수 있는 거라고. 쫑알쫑알 시끄럽네! 그냥 뭔가 해보라고 이 녀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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