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에트랑제>
2024년 어쨌든 네이버 블로그에 영화 관련해서 뭔가 썼던 글 백업입니다.
시간이 많으신 분들만 읽어 주세요.
2024. 09. 21(토) / <해변의 에트랑제>
https://youtu.be/IrCeMxPZb9E?si=DJJ5-FgqWRmjl_0A
누가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라 했던가. 이번 주말에 <해탄적일천>을 보겠다는 계획은 크림소다의 거품처럼 어느새 사라지고, 나는 개뜬금 없이 <해변의 에트랑제>를 봤다. 그냥… 마침 티빙에 있길래…. (그나저나 요즘 너무 일본 영화만 보는 것 같다. 내 안의 이완용을 구마하고 싶다.) 나는 이 영화가 동명의 1차 BL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 원작 만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작가인 키이 칸나의 그림체가 너무 예뻤기 때문에 인상에 남았었다. 중학교 시절 단행본의 표지를 프린트해 놓고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세월이 흐른 작품이기도 하다….
아무튼 <해변의 에트랑제>는 오랜 시간이 흘러 애니메이션 영화로 다시 나타났다. (1차 BL 작품이 무려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지다니, 그만큼 팬덤이 대단한 거겠지.) 작화는 중학생의 내가 느꼈던 감상 그대로였다. 반짝반짝하고, 따뜻하고, 예쁘고. 지브리 GIF를 올리는 텀블러 계정에 하나 껴놔도 모를 법한…. 그리고 또, 보면서 애니메이션 작화에 있어서 배경 파트가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음을 느꼈다. 화려한 캐릭터 애니메이팅에 묻히는 감이 좀 있지만 아무래도 작품의 무드라는 게 배경에서 나오기 때문에. 특히 “해변”의 에트랑제처럼 장소 자체가 중요한 작품에서는 말이다.
스토리 부분에 있어서는… 이걸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1시간 안에 내용을 욱여넣느라 수많은 감정선이 생략된 것 같다. 원작을 보지 않은 나도 알 수 있었다. (정말로 딱 도입 15분 만에 남주 둘이서 첫 만남-연심을 품음-서로의 마음을 확인함이 이뤄짐) 차라리 느긋~하게 TV 애니메로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무튼, 2010년대 초 게이물이 다 그렇듯이 현실에 부딪힌 게이 둘이서 “우리는 남자니까 만나선 않되…” “그래도 네가 좋아!!!!” “뭐? 나도!!!!” (갑자기 게이 둘에 낀 비련 한 연적 포지션의 헤테로 여성 등장) (하지만 Love Wins 했다) ”그이를 잘 부탁할게요…“ ”우리 둘이 행복하자 “ ”응!!! “ (메데타시메데타시) … 하며 지지고 볶는 내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련이 닥친 퀴어를 음울하기보다 밝고 산뜻하게 연출했다는 점일까. 뭐, 이건 퀴어물이 아니라 BL이니까….
주인공은 미오와 슌. 이 둘이 커플이다. 근데 2024년에 보는 나로서는 새끼야 저렇게 남리남리 하고 예쁘고 어린애가 들이대는데 그냥 사궈주면 안 되냐??? 싶을 뿐이고…. 들이대는 쪽이 미오고, 슌은 회피충이다. (TMI: 슌은 내가 좋아하는 똥스타의 애호캐, 마시로 토모야 군과 캐디와 비슷해서 호감이 “었”다.) 슌이 미오보다 키가 좀 더 큰 편이라 당연히 공일 줄 알았는데 깔리길래 오우옠ㅋㅋㅋ 싶었음. 나는 공수 따위 상관없지만 키작공은 무조건 지지하는 파이기 때문에. 그런데도… 이런 나인데도 선입견을 갖고 함부로 판단해 버렸다. 역시 사람은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바라봐야….
결론적으로 보는 내내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결코 키작공 BL이라서가 아니고요…. 예쁜 작화로 눈 씻고 뭐 하는 거옄ㅋㅋㅋㅋㅋ하며 보기 조은 영화입니다.
(+에트랑제가 뭔가 했더니 *불란서어로 ‘이방인’, ‘부외자’라는 뜻이란다~.)
(*연상미를 어필하는 방법 by 예지주: 프랑스를 불란서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