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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70억 명의 사람이 있다면 70억 개의 사랑이

241007 <대도시의 사랑법>, <버스, 정류장>

by HANA
2024년 어쨌든 네이버 블로그에 영화 관련해서 뭔가 썼던 글 백업입니다.
시간이 많으신 분들만 읽어 주세요.



2024. 10. 06 (일) / <대도시의 사랑법>



https://youtu.be/8TeeJvcBdLA?si=0aZ8wJxcnnWJIi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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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박상영 씨가 영노자에 나와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해서 정해인을 캐스팅하자며 농담 따먹기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재수시절부터 저를 지탱해 준 최고의 팟캐스트, 영노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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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odcasts.apple.com/kr/podcast/%EC%98%81%ED%98%BC%EC%9D%98-%EB%85%B8%EC%88%99%EC%9E%90/id127103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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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노숙자

코미디 팟캐스트 · 290개의 에피소드 · 격주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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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드림스 컴 트루다. 정해인 씨는 다른 작품에서 경찰로 등장했지만... 끝내 <<대도시의 사랑법>>은 영화화되어 김고은, 노상현이라는 어마어마한(?) 캐스팅을 업고 당당히 극장에 걸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래, 아니 4년 내에 본 퀴어 영화 중에 최고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내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며 채워지지 않았던 20%를 잘 건드려준 느낌.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준 느낌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도시"는 콜바넴의 북부 이탈리아가 아닌 남조선의 서울을 뜻하니까. 나는 근본적으로 양인이 아닌지라 이입이 쉬울 수밖에.


오랜만에 주말 번화가의 극장에서 관람했다. 옆 좌석에 누군가가 앉는다는 감각이 이상했지만 곧 적응이 되었다. 이것도 이것 나름의 왁자지껄한 재미가 있는 듯하다. 홍수의 키스 상대가 남성 교수임이 밝혀질 때 극장 전체가 "어? 뭐야?" 하는 반응이라던가. (홍보를 헤테로 영화처럼 하니까 대어가 낚이는구나~ . 이걸 노리고 빅 픽처를 그린 거였나...?) 그리고 또 영화가 절반쯤 지났을 때였나. 재희가 쳐맞고 온 홍수를 붙잡고 걱정하는 씬에서 옆자리에서는 기묘한 대화를 하고 계셨다. "둘이 사귀는 거 아냐?" 이러심ㅠㅠ 님 저랑 같은 영화 보는 거 맞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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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집이 출간됐으면 좋겠다. 헤헤. 재희의 말마따나 사랑한단 말보다 보고 싶단 말이 명확하다고 생각해. 이 영화를 본 이상 나는 더는 사랑을 헷갈리지 않을 것 같아. 나도 보고 싶은 친구가 있다. 연애의 감정은 아니지만, 뭐 우정도 사랑의 일종이니까. 그 애에게 홍수나 재희 같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영화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만 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과한 사이다 연출이라든지.) 그렇지만 뭐 어떠랴. 홍수가 밷걸굿걸을 출 때 홍수가 울고 재희도 울고 나도 광광 우럭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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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고은 너무 예쁘다. 난 23년 살면서 두부 상이 노식인 줄 알았는데 그게 깨짐. 특히 입술이 너무너무 예쁨. 움푹 들어간 인중에서 복숭아 같은 입술로 이어지는 라인이 예술이다. 가슴까지 오는 물결 진 머리칼, 눈에 띄는 지름의 원형 귀걸이가 찰랑댈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김고은 씨가 연기한 구재희라는 캐릭터도 엄청나게 매력적이라 스킨스 에피 병이나 캐시 병처럼 "구재희 병"이 도는 거 아닐까 싶었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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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의 오랜 팬으로서 <<1차원이 되고 싶어>>도 영화화가 되었으면. (정해인이 캐스팅되면 더 좋곸ㅋㅋㅋ) 확실히 그의 커리어 하이 작은 <<대도시의 사랑법>>이지만 내 최애 작품은 <<1차원이 되고 싶어>> 다. <<1차원>>은 10대 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리고 마지막에는 시큰해지며 끝나는 소설이다. 왜인지 대만 영화가 생각난다. 나는 아싸 청소년이 등장하면 무조건 그 작품을 올려치는 버릇이 있는데, 아마 거기서 나약하고 음험한 나를 보았기 때문이겠지. 여기서도 재희같이 자유분방하고 쿨한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마음이 간다면 읽어보시라!



2024. 10. 06 (일) <버스,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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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버스, 정류장>을 봤다. 2000년대 초 멜로물의 잔잔한 템포가 나쁘지 않았다. 요새 평소에 마음이 복잡했었는데 담백한 두부 한 모를 먹은 것처럼 소화하기 편했다. <버스, 정류장>은 2002년에 개봉한 영화다. 2002년에도 삐삐를 썼다는 걸 이 영화로 처음 알았다. 하지만 변한 것도 있지만 의외로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동전을 쓰는 빨간 자판기라든지, 촌스러운 폰트의 호프집 메뉴판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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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게 봤지만 여성 감독이 아니었다면 감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애초부터 10대 고교생 소희와 30대 국어 교사 재섭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라서 말이다. 더욱이 재섭은 소위 “예술 하는 남성”들이 이입하기 쉽게 현실적으로 디자인된 캐릭터지만 (문학청년이었으나 국어 교사로 전전, 사회 부적응자, 전 여친을 잊지 못함.), 소희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소녀이기 때문에 (30대 남교사를 좋아하며 대시하는 예쁘고 어린 여자(그래…여기까진 OK), 정숙해 보이지만 실은 세상에 반항하고 싶어 함, 원조교제를 함, 문어체로 의뭉스러운 말을 내뱉음.) 조금 역겹게 느껴졌을 지도. 홍상수 영화를 볼 때랑 비슷한 감상을 느꼈다. 여자가 나오기는 나오는데… 왜 저러는지 몰으겠고… 그래서 이입할 대상을 찾기 어렵다. 그럼 난 혼란스러운 채 내내 영화의 겉에서 빙빙 돌게 된다.


영화에서 재섭은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은 왜 꼬박꼬박 살아야 하지? 띄엄띄엄 살 수는 없을까? 한 일 년쯤 살다가 또 일 년쯤은 죽는 거야. 그러면 사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근데 이게 성매매한 후에 빨개벗고 침대에 누워서 하는 말이다. 웃기다. 문학씹치남아….) 과연, 존나 재밌겠다. 어쩌면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정말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이걸 원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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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인 재섭 이동진 젊었을 때 ㅈㄴ닮음


안경 벗으면 딱 저 모습일 거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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