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인주 Jun 02. 2019

현재의 나는 과거의 생각, 감정, 경험의 총합이다

쩔어(BTS ver.) 찍었던 시절의 내 일기장을 꺼내다.

이글은, 16년 11월 15일에 적었던 글. 

서랍속에 고이 담겼던 글을 꺼내어 본다.

역시나 나는 이글을 보며 피식웃기도, 부끄러워서 지우고 싶어서 delete 키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이때의 소중한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껴안고 적어간다. 그냥 30살을 시작하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하지만 여전히 생각이 많은 한 여자의 일상의 이야기다.










1

택시 안이다. 시간은 새벽 2:32.
요즘 퇴근시간은 이렇게 늦지않았었는데.
오랜만에 인큐 연구실에서 불태웠다.
택시 아저씨가 볼륨을 높혀주셨다. 인자한 미소로 나에게 인사를 건네주셨는데 그 좋은 느낌이 이어진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인트로 음은 꽤 반가웠으니까.






2

화요일 아침은 스터디 시간이다.
긴 연휴를 보내고 온 터라 삶과
새로운 진행 프로젝트에 대한 목표에 대해 나눴다.
몇가지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이것.


?
2016년이 3달이 남았다.
지금 이시점 나는 이번년도를 어떻게 기억할까.

..
내 답변에 소정쌤께서는
절대 내가 대한민국 평균의 삶을 살진 않았다고 말해주신다.
서른에 하고싶은일이 뭔지를 알고 믿음을 지닐 수 있고
그 기간이 4년만이라면 잘 해낸거라고 말해주신다.
소정쌤의 2016년의 기억을 이야기 듣고..
참 멋지다. 라고 생각했다.
멋진 대표님과 함께일 수 있어 행복했다.




3

방금 전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은
자립 이였다.
난 스펙도 외모도 경험도 모두 평범했었다. 주입식교육을 받아왔고 수능 후 대학을 갔지만 뭘해야할지 몰랐으며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다닌다며 방황했으며, 직장인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과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살고 있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에 등장하는 가족이여도 무관한. 그런 삶

그러다 인문학을 알게되었다. 뭔가 간증스러운데 하하
단순하게 표현해, 인간에 대해 알게된 것이다.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것들에 대해 고찰이 시작되었다.
뜨거운 사랑도 가벼운 사랑도 가족애, 전우애 등 다양한 사랑을 경험하고 성찰하기도 한다.
추상적이였던 세상이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을 맞이했다.
내 삶을 만드는 과정을 알게되었다. 그렇게 서른이 되었다.


이번년도는 내삶에서 가장 깊은 성찰을 안겨줬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사색을 가장 깊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선택으로 떠나보내기도 했으며,
사랑하는 직업을 내 선택으로 지켜내기도 했다.
사랑하는 친구를 내 선택으로 만들어가기도 했다.

모든 내 삶이 사랑하는 것들이 대해 또렷해졌다.
의지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게 이런걸까 싶었다.
마냥 온실 속에 있다가 숲속으로 나온 느낌이랄까.
자아 존중감, self-respect 을 알아가기 시작한것이다.





4

시작이였다
나중에 이 글을 읽으면 피식 웃을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기록의 힘을 믿고, 지금을 적어내려간다.
내가 나를 느끼고 믿어가는 시작점 그 앞에서 :)
이렇게만 살아간다면 꽤 오래산다고 느낄 것 같은데 말야.




5

아마 내일은 잊지 못할 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지않을까 싶다.
디자인씽킹 강의로 20-40대 분들과 인큐가 아닌 외부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내 4회간의 디씽강의를 함축적으로 담았고 또 재밌는 소재들을 결합시켜봤다.
디자인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들었을때는 어떤 반응이 언제 올지 궁금하다.

디자인강의다 보니, 프레젠테이션물에도 정성이 담긴다.
매력적이여야 되니까. 걍 내스타일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어떨까 내일은.
어떤 기분일까. 난 어떤 모습일까.






6

비비드걸, SNS디자이너, SNS성장쌤 , 에듀아티스트 까지.
끊임없이 내 아이덴티티는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하겠지.
블로그, 인문디자인수업, SNS인재양성수업, 디자인씽킹 수업까지 변해오는 동안 아웃풋도 변했었다.

변한다 하더라도, 본질은 모두 예술에 있다는 것이 재밌다.
내안의 야성이 추구하는 바인가보다.



O me! O life!








고마운건, 알수없었던 나의 마음을 3년 전의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듣는다. 

변한다 하더라도 본질은 예술에 있었다. 라는 문장이 마음을 찌른다. 

너가 놓지 않고 살아가고 싶었던게 이거 였잖아. 하지만 환경이 바뀐 지금은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무엇일까. 깊어질 시간이다. 


인스타그램에 나의 이야기를 적으며 나를 만나곤 한다. 

순간의 행복, 감정, 이야기들이 뒤섞여 담아진 인스타의 하나의 게시글은 현재의 나를 보는 것.


하지만 그 행위가 공허해질때가 있다. 

현재의 내가 보이지 않아서. 지금 나는 무엇을 그리고 있고 느끼고 있는지. 그래서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보이지 않아서 사진도 찍지 않고, 글도 쓰고 싶지 않을 때.

그럴때는 되돌아간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생각, 감정, 경험들의 총합. 

과거의 내 삶의 패턴과 생각. 그때 만난 사람들로 받은 영향. 과거에 내가 정의했던 나라는 사람. 


되물어본다.

나는 누구인가. 

현재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데미안,으로 오늘의 나를 마주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