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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인주 May 31. 2019

 데미안,으로 오늘의 나를 마주하다.



같은 내용의 책은 존재할까?



데미안,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문장을 외우고 있다.

내 안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아보려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문장을 외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나는 무엇을 아는지 보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에 매력을 더 느낀다. 

물론 문장과 단어를 암기한다는건 정말 큰 자산이 된다. 정확하게 말하고 전달하는 능력으로 발전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면 다른 이야기가 되버린다.


제목부터가 나를 꼬신다. 자신을 선택해 읽어달라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지금 내가 읽는 책의 문장들> 역시나 김연수 작가는 소탈한 표현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독자란, 다른 책을 펼치고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이다.

무릎을 탁쳐도 좋다. 당연하다고만 받아드리고 싶지 않다. 알고 있지만, 잊게되는 본질이지 아니한가. 이 문장을 만나고는 10000% 동의했다.


사람이란, 하나를 보고도 자신의 존재로 끌어당겨 해석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문장은 춤을 추기 시작하고 변주를 만들어낸다. 아-주 미세하게 말이다. 다른 내용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같은 내용의 책은 정말 존재할까? 쓰는 사람, 읽는사람, 또다른 읽는사람 등 모두가 자기만의 세상을 보고 있었다. 

 


기획회의 시간,






현재의 나다움을 만나다.


헤르만헤세의 작품 <수레바퀴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이 세작품은 그의 대표적 자전적 소설. 정말 수십번을 훑어읽으며 수업을 준비했던 때가 있었다. (인큐시절 각 프로젝트마다 대표도서로 지정되어 있었기에, 수업전날에는 항상 발췌독을 해서라도 꼭 훑어 읽었다.) 사실 가장 애정하던 책은 <수레바퀴아래서>였다. 누구보다 주인공 한스에 이입해있었지 않았을까. 자연을 사랑하지만 주변의 인정을 바라며 걷는길을 달리하던 아이. 내가 동경하던 하일러를 곱씹었고, 자유로움을 갈구했던 시기. 그리고 한스와 하일러가 하나가 된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태어날때부터 지니고 있던 그 성향을 품고, 자유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한스가 하일러가 하나가 되는것 처럼. 나의 20대는 그 과정이였다. 이제, 그 균형을 알게된 30대의 나.




의문이였다.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는가.





찾았다.

끌림으로 선택한 데미안.

텍스트를 마주하며 나의 컨텍스트를 만났다.

현재의 나다움은 여기에 있었다.








2019용인주가 마주한 문장.


-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 모든 인간은 저마다 자기 자신일 뿐만아니라 세상의 현상들이 오로지 단 한 번 이렇게 교차하는 지점, 무슨일이 있어도 중요하고 주목할 만한 유일무이하고 아주 특별한 지점이다. 


- 인간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살아서 자연의 의지를 실현하는 한 경이롭고 주목받아 마땅하다.


- 모든 인간의 삶은 저마다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고, 그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하나의 좁은 길에 대한 암시이다. 일찍이 그 누구도 완벽하게 자기 자신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저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 오로지 나의 관심은 내가 스스로에게 이르기 위해 디뎠던 삶의 발걸음들로 향한다. 모든 근사한 망중한, 행복의 섬과 낙원, 그런것들이 발휘하는 마법을 나는 모르지만 그것들을 멀리에서 광채를 발하게 그대로 놔두려 한다. 


- 이런 삶을 사는것이 내게 주어진 본분인 듯 보였고, 이를 맛보는 것이 내 운명인듯했다. 나는 운명을 갈망했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언제나 내 곁에, 그리고 내 위에 있었다.


- 모든 대화가 나 자신을 형성하도록 도왔고, 모든 대화가 내가 허물을 덮어주었다.


-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이 쉬워지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떤 꿈이든 새로운 꿈에 밀려나기 마련이죠. 어떤 꿈도 붙잡으려고 해서는 안돼요.


- 나는 자유로웠고 온종일 나자신을 위해 살았다.


- 그는 사랑했고 사랑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린다.


- 그들은 한 인간을 죽이는데 몇그램의 화약이 필요한지는 정확하게 알면서도, 신에게 어떻게 기도해야하는지 몰라 한 시간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 수 있는지조차 몰라





리디북스, 맥과 호환되어 단숨에 읽고 필사하기 좋았다. 힛 맥을 개시해보렸습니다!






문장을 이해하려고 했던 일들이 나를 이해하는 일이였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나를 잃기도 했다. 누군가는 자신을 탄탄히 사랑할 수 있을때 사랑을 하라고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퐁당안겨버리는 나는 이 과정이 자연스럽다. 이번 데미안을 읽으면서 얼마나 상상을 했는지 모른다. 와닿지 않던 글귀들이 단어로 쪼개져서 보이기도 했다.


나에게 남은 두문장.


-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이 쉬워지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떤 꿈이든 새로운 꿈에 밀려나기 마련이죠. 어떤 꿈도 붙잡으려고 해서는 안돼요.


- 나는 자유로웠고 온종일 나자신을 위해 살았다.


내마음엔 새로운 꿈이 밀려오고 있고, 어쩌면 지나간 꿈을 붙잡으려고 했기에 힘들었을 수도 있다.

자유로웠다. 온종일 나 자신을 위해 살았다. 이 과거형의 단어를 구사하며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어졌다.


그래,

나는 자유롭고, 나자신을 위해 살아가고 싶다. 지금 이순간의 나의 마음이였다.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보며 자유롭게. 아마 그 마음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그 무엇을 만나야할 타이밍이라고 느껴진다. 

고마웠던 시간. 데미안과의 만남. 



다시 이 책을 또 꺼내어 봐야겠다.

그럼 또, 어떤 문장- 아니 나를 만나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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