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망적 행복에 솔직해질것.
나 요즘 우울해.
"어 나돈데.." "아 오늘 나 텐션 좋은데 둘다 왜그래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 사실 먼저 꺼내어줘서 고마웠다. 나도 우울함속에 빠져 하루하루 그나마 넷플릭스(stanger things ...)로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던 하루였거든. 그렇게 우울함을 물고 있는 두분, 텐션을 올려주시는 두 분과 함께 전시투어를 마치고 저녁파티를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우리의 목적지는 가락시장. 우니를 파는 금성횟집으로 향한다. 해산물 러버에 요즘 집에서 술마시는걸 좋아하는 친구덕분에 꿀정보는 자연스럽게 흘러온다. 우니는 1인1판을 마다하지않는 클라스를 환영하는 친구들. 거기에 광어와 도미까지 떠서 기다린다. 회 뜨는 시간동안 사장님께 애교부리며 쫑알쫑알 거리니 김 날치알 등등 쏟아지는 챙김거리는 사랑이다.
두손이 무겁게 향한 곳은 가락시장 몰 안에 있는 우주식품. 각종 세계에서 건너온 식품들을 파는 곳인데. 구경하는 재미도 엄청나다. 여튼, 목적은 하나. 해산물에 술이 빠질 수는 없으니까. 수많은 주류들 속에서 우리의 픽은 화이트 와인이였다.
한움쿰 장바구니를 각자 나눠들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그녀가 말했다. "화이트 와인에 얼음 넣어 마셔본적 있어요?" 얼음? "아니요. 한번도 마셔본적 없어요. 어때요?"
돌아온 이야기는 배우 윤여정의 인터뷰 이야기였다. "제가 어떤 영상을 봤는데 윤여정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인터뷰어가 윤여정에게 <20대 친구들에게 조언한마디 해주세요> 라는 질문을 한거에요. 그런데 <난 조언같은거 싫어 안해. 그냥, 화이트와인에 꼭 얼음을 넣어마셔봐> 라고 말하는거에요. 그 인터뷰할 때도 와인을 마시고 있었어요."
핵멋. 벌써 차가운 화이트와인을 들이킨것만 같았다.
우린 그녀의 멋짐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진짜 조언따위. 오늘의 순간을 느끼고 즐길 줄 아는 디테일이 필요했다.
당장 이 이야기를 모두와 공유했고, 와인에 얼음을 띄어 마셨다. 브라보! 우리 모두는 외쳤다. 사실 26000원짜리 와인이 이렇게나 맛있을 줄도 몰랐고. 회의 퀄리티와 친구 홈무드에 걸맞는 플레이팅은 너무나 훌륭했다. 아, 어머님의 갓김치와 어딘가에서 공수해 왔다던 김맛도 더해져서.
아. 이게 정말 모든 감칠맛이 살아나는 순간이 아닐까. 대화는 계속됬다. 우울감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숯한 해결법들과 이야기들은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몇시간동안 펼쳐진 이성과 감성들의 뭉쳐짐이 나를 살렸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듣기 시작하면,
취향에 너무나도 들어맞는 음식과 술로 오감을 깨워주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이해하려고 귀기울이는 태도들을 만나기 시작하면,
발리에서 벌거벗고 수영하던 때와 같은 기분이 든다.
가장 원초적이지만 편안하고 자유로운 따뜻함 말이다.
숨을 쉬었다.
눈을 반짝였다.
나에게 솔직했다.
특별하지 않지만 평범하지도 않은 그런 소중한 사람들.
공식적인 자리로 연이 닿았고, 우연치 않게 술을 마시고 마시고 마시다가 새벽까지 계속된 날이 있었다. 대화가 미친듯이 재밌고 끊이지 않아 꾸준히 함께 만났었다. 그렇게 이어지고 이어져 3년이 넘어가는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뭐랄까 그때 당시의 우리는 무언가 찾고 있던게 같았었던 것 같다. 느끼고 알고 싶은 영역도 비슷했던 것 같다. 가볍게, 하지만 정이 많고, 예술적인 감각이 잘- 통하며 다른듯 같은듯 정말 신기한 사람들의 모임. 소중히 지켜지길 바랄 뿐.
오늘따라 집에가는 길 높고 푸르른 하늘앞에 나는 작아졌다. 정말 수고했다는 말한마디를 나에게 건네어 주던 하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숨쉴 곳을 찾아내는 나의 방법을 알게되어 다행히 울지 않고 웃을 수 있었다.
내 욕망 앞에 솔직하며,
내가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지나가는 시간 속에 사는 나에게 조금은 진지하게 물어봐주길.
마음의 여백 속에서 진짜 내가 보이니까.
@인스타그램에서 채워진 이야기를 더 깊게 담아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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