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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인주 Jun 23. 2019

성장통을 겪고 있는 나에게.

넌 섬이 아닌 우주의 아름다운 별이고 지구야


아..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거야? 



하루의 시작에 내가 나에게 말을 걸 때가 있다. 오늘은 저 문장이다. 으악. 33살의 6월 토요일 아침 나는 병원에 갔고, 백화점에서 건강하면서 취향을 반영한 음식을 테이크 아웃한다. 그리고 향하는 곳은 일. 작업 미팅이다. 아.... 이럴 수가. 맑디 맑은 하늘이 불편해지는 순간이다.  신이 있다면 이런 맑은 날을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 사색이 필요하지만 내 손은 넷플릭스를 향한다. 난 요즘 셜록에게 빠져있다.

"이 세상에는 수십억 삶이 얽혀 있고 모든 가닥은 서로 교차해. 예감이란 거미줄 위의 움직임에 불과하지. 각자의 줄이 가진 데이터를 알아내면 미래를 완전히 계산할 수 있을 거야. 수학처럼 필연적이겠지."

라는 말을 하는 셜록이 매력적이다. 미래를 완전히 계산할 수 있다면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도 확신이 설까?





인스타에도 즐비했던 오늘 하늘. 맑디맑은 하늘과 빽빽히 싸여가는 컨텐츠들과 텍스트





그런데,

나는 어렵다는 말이 어렵다.

그리고 힘들다는 말이 힘들다.

즉, 나는 이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내 마음속



타인에게 무게를 짊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 나라는 사람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 마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상대에게 주기 시작한다. 당신은 나와 있으면 안전해- 라고.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이런 나를 먼저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기를 원했던 걸까. 혹은 그 마음을 받아주고 되갚고 싶어 하는 사람을 원했을 수도 있다. 



어느 순간 나는 어렵다, 힘들다, 나도 지금 방황 중이다.라는 말을 아끼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 들었던 그 말은 꽤 상처가 되었는지 나를 괴롭힌다. 나로 살아왔던 나를 깨고 커져야 하는 시기를 만난 게 너무나 벅찬가 보다. 하지만 누군가를 찌르며,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나는 여전히 안에 있다. 누구에게 정말 나는 나의 마음을 건넬까? 같다. 그럴 거야.라는 추측의 언어가 불편하다. 이제는 그런 물렁거리는 말로 나를 가려두고 싶지 않은 나를 만난다. 








야채그득한 닭가슴살 들어간 브리또,  초맛있는 고기 김치 새우만두, 오니기리를 나눠먹는 행복한 점심








너는 지구인데 

왜 섬이 되려 해. 



슈가가 남긴 문장이 나를 감싼다. 도대체 맥락 없이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던 문장이다. 하지만 왜인지 계속 떠오른다. 오늘은 손으로 종이에 쓰고 그리기까지 했다. 지구, 그리고 섬을. 끌림이 있는 거다. 풀으려 사색을 시작했다. 대체 넌 무슨 의미니? 섬. 혼자 고립되어 있으려고 하는 상태를 뜻했다. 지구는 나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주변을 돌이키면 누군가 있는 것. 둥-그런 곳의 지구. 자꾸 걸어 나가면 만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행성. 좀 더 크게 바라보면 말이다. 너무 혼자 있으려고 하지 마, 주변의 사람과 손을 잡어. 넌 더 큰 행성이며, 혼자가 아니야.라는 울림.



safety 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교육의 시작은 바로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곳에서 만큼은 너로서 존재해도 돼. 너를 존중하는 곳이란다. 자유로워도 사랑해도 되는 거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큐를 좋아했다. 나를 비롯해서 말이다. 아, 내가 무장해제되는 그런 순간. 그것은 무엇이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답은 타인에게 먼저 활짝 열어둔 나에게 있다. 교육도 그 마인드로 시작했으니까. 관계란 쌍방향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정말 맞다. 그래서 자가 에너지를 키워보려 한다. 한동안 누군가의 "이렇게 살아야만 해"라는 가치들이 내 안을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다는 말을 타인에게 하기 어려웠다. 어렵다는 것도 말이다. 내가 safety하지 않게 느꼈을 수도. 타인에게 내가 형성한 그 존을 파괴하고 싶지도 않았다.(파괴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다 어렵다. 우리의 거리의 관계에서 사랑하고 싶다. 여전히 순수하게 마음을 열어놓고 나누고 싶은데. 왜 나는 나만 용기를 낸다고 생각할까. 그게 사실일까? 현재를 인지하려 노력한다. 오늘의 나. 오늘의 나. 오늘의 나. 

맙소사 나도 모르게 3번이나 반복한다. 오늘의 나라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 단어를 말이다. 왜 노래 가사에 이런 단어를 굳이? 반복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작사가에게는 꽤 중요한 감성이었을 수 있다.라고 믿어지는 중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알려주고 싶은 거다. 중요한 단어를. 들려주고 싶은 거다. 내 마음속에 박히게.





난 정말 수박없이는 못살아. 으악 또 수박먹고싶다.....







사진 속의 나를 들여다보니 

너무 다정하고 예쁘고 

활기차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늘 많이 웃었고, 짜증 났고, 긴장했으며, 감성적이었고, 답답했으며 행복했다. 먹고 싶은 것도, 마시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있었으며 생각에 그치지 않고 움직여해 버렸다. 눈썹도 너무 두껍지 않게 새로 산 슈에므라 아이브로우 컬러까지도 맘에 든 개시를 했다. 화장품 거울이 아닌 큰 화장실 거울에서 화장을 해서 그런지 이곳저곳 팩트도 잘 먹고 쉐딩도 자연스레 먹혔다. 



지금 나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통증을 즐길 수 없다. 그 단계는 아직 아닌가 보다. 그러니 괜히 그런 척 센 척하지 말고, 여전히 살아가려고 하는 나를 응원해주자. 셜록으로 방탄으로 도망치는 것도 그냥 너잖아. 드라마에서야 슬럼프에서 한큐에 빠져나올 수 있는 거고 동화 속에만 아름다운 순간들이 존재하는 거야. 통증에서도 내 몫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래서 아픔을 느끼는 상태가 심각하구나 라고 느껴지지 않고 무뎌진 일상이 되는 거잖아. 그러다 다시 통증에 정신을 차리기도 하고,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기도 내가 내밀어 다시 한 뼘 커지기도 하겠지. 


그 나날을 경험하고 있는 거다. 아픔이 있으니 웃는 날이 있는 거야 하면서 견디는 게 아니라 이 모든 오늘이 나라고. 내가 살아낸 여러 날의 오늘을 느끼는 거다.

감사하자. 웃으면서 살았잖아 오늘. 존재를 존중해주는 사람들과 대화했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돈도 충분했고, 치과치료에 깨진 돈 금액들을 생각해봐. 낼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렴. 감사하자. 저 사진들이 다는 아니겠지만. 분명 저 순간의 나는 나로 존재하며 충실했으니까. 그런 나 자신에게는 부끄럽지 않으니까. 



그러니 , 수고했어 오늘도, 정말 잘했어.

넌 이 우주의 아름다운 별이고, 섬이 아닌, 지구야




@에듀아티스트 용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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