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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문지기 Apr 09. 2017

남의 집 2호

고기집에서 미술관을 기획하다.

이야기는 두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의 집 도서관을 야간에 운영했더랬다. 저녁 8시 즈음 도서관 운영을 마치고, 책을 보던 손님들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자연스레 책상은 밥상으로 바뀌고 이내 술상이 되었다. 다들 초면인데 어색함이란 없었다. 책을 볼 땐 그렇게 어색해 하더니 술이 놓이니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밤과 술의 힘이란.


이 자리에 동네 주민으로 친해진 조성균 형님(이하 맥스형, 아래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도 함께 했다. 맥스형은 연희동 인근에서 '수다캠프'라는 고기집을 운영하며, 그 건물 2층 공간을 미술작가들의 작업실로 개방해서 신진 작가들을 후원하고 있었다. 그런 맥스형에게 남의 집 프로젝트가 영감을 준 모양이다.


난 남의 집 미술관을 해야겠어!


급조된 남의 집 술상. 이때 남의 집 미술관이 발아했다.


처음엔 술자리 분위기에 취해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근데 맥스형은 진심였다. 작가 후원을 하며 쌓아온 네트워크를 통해 밀어봄직한 신인 작가를 물색해서 신인 개인전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전시 공간은 평소 미술 작가들의 작업실로 내주던 그 곳, 수다캠프 2층. 고기집 건물에서 미술 관람이라니!


맥스형의 추진력은 대단했다. 한달 뒤, 작가 선정을 완료하고 일정 뿐만 아니라 전시 컨셉도 픽스했다. 고래 작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김형주 작가가 남의 집 미술관 1호 작가로 선정되었다. 고래를 통해 공존의 메시지를 전해온 작가의 의도를 반영해 전시회 타이틀은 '어우러지는 인생'으로 정해졌다. 남의 집 프로젝트도 타인과 집주인의 어우러짐을 의도했으니 여러 모로 적합한 타이틀이구나. 라고 나 혼자 생각했다.



며칠 뒤엔 이렇게 포스터까지 나왔다. 포스터에 적힌 '남의 집 미술관 프로젝트'라는 문구를 보니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되었다. 남의 집 2호가 탄생한거네! 나와 은재형의 연희동 브라더스에서 시작된 남의 집 프로젝트가 인근의 수다캠프로 확산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남의 집 도서관을 운영할 때 브런치에 이런 글을 끄적였더랬는데 진짜로 실현된거다.

내 생각이 주변으로 전염되고 있다는 데에 모종의 책임감이 일었다. 맥스형이 홀로 추진하고 있는 기획전에 힘을 실어주자 마음을 먹고 나의 경험치를 살려 모객을 맡기로 자처했다. "형~ 이번 전시가 남의 집 프로젝트 이름으로 진행되는만큼 제가 모객은 확실하게 책임지겠습니다!"


멘토링과 도서관 모객에 사용했던 네이버 예약 플랫폼을 활용해 남의 집 미술관의 매력을 극대화하려 꼼지락꼼지락 거리기를 며칠. 차별화를 위해 전시 공간의 의외성을 부각시켰다. '고기집에서 미술 전시를 한다고!' 수다캠프에 방문해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이런 곳에서 전시를 한다는 게 상상이 되니?'라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까지는 매번 해왔던터라 어렵지 않았다. 이젠 작가와 작품을 어필할 차례. 미술쪽에 조예가 깊지 않아서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하나 막막했다. 작가 인터뷰라도 해야하나? 싶던 찰나 맥스형이 작가노트라는 문서를 전해주었다. 쉽게 말하자면 작가의 포트폴리오. 이게 노다지였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생각들이 잘 정리되어 담겨 있었다. 이를 홍보의 구색에 맞춰 사사삭 재구성하니 그럴싸한 미술 전시 홍보 페이지가 탄생했다. 짜잔! 


남의 집 미술관 홍보 페이지


홍보 페이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구체적인 미술관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하러 수다캠프에 가니 가지튀김이 상위에 올려져 있다. "연희동 가지남을 위한 특별 메뉴에요." 예전에 같이 식사할 때 내가 가지음식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한적이 있었는데 그걸 귀신같이 기억하고는 손수 만들어 주셨던거다. 감동!


가지튀김에 등심까지 곁들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슬쩍 여쭈었다. 

"전에 남의 집 도서관 오셨을 때 요 미술관하시겠다고 했었잖아요~ 어떤 영향을 받아서 결심하신거에요?" 

이에 맥스형은 답했다 

"남의 집 거실에서 초면인 사람들끼리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경험이 굉장히 신선했어요. 남의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묘하구나 싶었죠. 그걸 경험해 보니 내 공간에서도 무언가 해보고 싶었고 제 관심사인 미술작품으로 이어진거죠." 

맥스형은 맥주 한모금 더 들이킨 후 말을 이어갔다. 

"제가 미술 작가분들을 후원하면서 보니 신인 작가들에게 본인의 작품을 전시할 기회가 주어지는 건 극히 드물더군요. 갤러리나 전시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신인 작가들에게 전시 명목으로 여러가지 행태의 부조리까지 행해지죠. 화가 나더라구요. 그러던 차에 남의 집 프로젝트를 보니 어라? 내 공간에서도 전시를 해도 되겠는데? 싶었죠."


남의 집 미술관에 이런 심오함이 있었다니. 맥스형의 진심이 가지튀김을 타고 전해졌다. 다음날 맥스형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포스팅이 올라왔다.



이쯤되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예상했을 것이다. 나의 마지막 문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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