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멘토링에 집중했다. 1월 CBT때 나와 은재형이 직접 멘토로 뛰어보니 전문성 부족이 느껴져 현직에 몸담고 있는 업계별 전문가를 멘토로 섭외했다. 예상대로 전문성을 더하니 멘토링 자체로선 멘티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그렇다면 남의 집 프로젝트 차원에선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을까? 기획 단계에서 검증해 보고 싶었던 것들은 이렇다.
1. 호스트와 무관한 제3자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호스트와 손님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2. 거실이라는 공간을 손님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3. 전문성이 더해졌으니 돈을 받아보면 어떨까?
막상 해보니 더 다양한 검증 요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참석한 모든 손님들에게 구글폼으로 후기를 받아 그들의 실제 경험과 만족도를 살펴보니 다행히도 한계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옅보게 되었다. 덕분에 자신감이 조금더 생겼다. 아래와 같이 진행했던 두번의 멘토링에 대한 손님들의 후기와 내가 느낀 바를 함께 정리해 본다.
호스트와 무관한 제3자의 콘텐츠에 대하여
손님들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떤 콘텐츠를 누가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지, 공간이 콘텐츠 제공자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느냐는 큰 고려대상이 아닌 듯 했다. 바꿔 말하자면, 남의 집 멘토링에서 '남의 집'은 단지 형용사일 뿐 이들에겐 '멘토링'으로 소구되었던게다. 업무 관련 외부 강연을 즐겨찾는 나 역시 누가 발표하냐가 중요하지 강연 장소와 연사와의 관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과 같은 맥락.
남의 집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내 입장에서는 거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당위성 혹은 명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디에서 하건 콘텐츠가 좋으면 사람들은 찾아온다. 때문에 주최하는 호스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호스트는 행사를 기획하고, 판을 벌릴 뿐 콘텐츠를 제공하는 순간만큼은 연사 (콘텐츠 제공자)가 그날의 주인공이다. 손님들은 호스트엔 관심이 없다.
그러면 호스트는 뭐하러 이런 판을 벌여야 하는가? 현재까지의 경험치로 보자면, 재미와 수익.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말에 딱히 할 것이 없는 독거청년에게 이런 딴 짓은 쏠쏠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내가 기획하고, 실행한 것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주고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돈도 번다. 위의 멘토링을 유료로 했더라도 신청했을까? 설문을 통해 아래와 같이 답을 받았는데 좀더 자세한 얘기는 다른 챕터에서 이어 가겠다.
거실이라는 공간에 대해
거실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공적인 듯한 멘토링을 받는 것에 대해 손님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멘토링 신청 단계에서 남의 집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와 실제 멘토링을 받아보니 남의 집이 어땠는지에 대한 설문 결과는 이랬다.
남의 집 거실이라는 공간을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멘토링을 진행하는 장소로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무엇보다 생전 처음보는 이의 집에 방문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피력한 이가 없었다는 게 신기했다. 분명 요즘 한국인의 생활패턴상 타인의 집에 방문하는 횟수가 지극히 적을텐데, 그것도 생면부지 누군가의 집에 가는 것에 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은 남의 집 프로젝트 기획자 입장에선 찬스다.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다들 남의 집에 대한 호기심, 설렘을 가지고 있다는 거! 물론 우리 집이 은재형의 센스덕에 이뻐 보이는 것도 한몫 했을거다. 그외에 남의 집을 가정집 컨셉의 카페로 인지했다는 게 재밌었다. 그러고 보니 애견카페, 스터디카페 등등 여러 컨셉의 카페가 있지만 가정집 컨셉은 없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적은 모수의 설문으로부터의 유추이지만, 남의 집 거실이라는 사적인 장소가 공적인 장소로 치환되면서 신선함, 색다름이 전달된다는 걸 확인했다. 즉, 좋은 콘텐츠를 거실로 가져오면 그 매력이 배가된다는 가설을 좀더 강하게 밀어붙여볼 여지가 생긴 셈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손님은 공간의 소유주와 무관하게 콘텐츠를 소비한다. 한데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이면 색다른 매력이 더해져 참여욕구 (혹은 지불의사)가 높아지는거다.
수익화에 대해
가능은 할 것 같다. 한데 의미있는 수익일지는 미지수. 앞서 소개한 것처럼 참가자들이 지불가능한 금액였으면 유료 멘토링였어도 참석할 의사가 있었다. (써놓고 보니, 당연한 명제군;;) 그러면 얼마정도 낼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설문에는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두 멘토링 모두 평균 15,000원에서 20,000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되었다. 멘토링 참가자들 대부분이 대학생인 것을 감안하면 그 나이대 타겟에서의 멘토링 ARPU(인당지불금액)인게다. 요새 직장인들 대상으로 유료 판매되는 강연 콘텐츠의 가격이 5만원 안팎인 것에 비교하면 덕없이 낮은 가격대다. 사업성만 놓고 보자면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콘텐츠 타겟의 연령대를 높여야겠다 싶다. 대학생 타겟의 낮은 가격대로 콘텐츠 소비량을 늘리면 되지 않겠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거실에서 생산될 콘텐츠는 오프라인 재화이기 때문에 커버리지면에서 온라인 콘텐츠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소비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거실을 크게 늘리지 않는 이상 콘텐츠 소비량은 증가될 수가 없다.
몰랐던 니즈, 네트워킹
처음보는 멘티 6~8명이 거실 책상에 둘러앉으면 처음엔 어색하다. 당연하겠지. 이들이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할까 고민도 살짝 하긴 했으나, 멘토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메인이라는 생각에 멘티간의 관계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끽해야 시작할 때 간단히 자기소개 나누고 박수치는 정도가 그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전부였다. 한데 몇몇 멘티들은 멘토로부터의 가르침 뿐만 아니라 그들간의 네트워킹도 원하는 듯 했다.
아래와 같이 후기에 남겨진 멘트 중간 중간에 멘티간의 소통을 원하는 흔적이 보였고, 가격을 묻는 질문에도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기능을 합쳐서 35,000원'이라며 네트워킹에 높은 부가가치를 책정하는 분도 있었다. 때문에 원활한 네트워킹을 위해 참석한 멘티의 타겟을 좀더 명확히 하자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멘토링을 마치고 멘티분들을 배웅할라치면 몇몇분은 '이대로 끝내긴 아쉬워요~'라는 느낌의 눈빛과 발걸음을 내비쳤다. 위의 후기를 보기 전에는 '멘토와 좀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보네~' 싶었는데, 그들이 보여준 발걸음은 '뒷풀이 없나요?' '같이 밥이라도 먹고 헤어지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로 2017년 1분기가 끝난다. 3달간 거실에서 멘토링과 도서관이라는 두가지 오브젝트를 가지고 신나게 놀았다. 다음 분기에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남의 집 프로젝트를 이어갈 생각이다. 아직 멘토링과 도서관으로 실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적지 않지만, 경험의 깊이보다 폭을 늘리는 것이 남의 집 프로젝트의 목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오브젝트를 남의 집 플랫폼 위에 올려볼 생각이다. 이제 날도 풀렸으니 거실 밖으로도 나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