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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문지기 Apr 12. 2017

동네가게를 탐하다.

남의 집 프로젝트 다음 아이템은 동네가게로 정했다. '뭣이여! 거실에서 가게라도 운영하나?', '이젠 거실에서 안하고 남의 가게에서 하나?' 라고 추측하실 수 있다. 아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예전처럼 거실에서 진행된다. 대신 콘텐츠 제공을 동네가게가 한다. 청자는 동네주민. 즉 동네가게와 동네주민을 이어주는 자리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가게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동네주민에게 전하는 동네가게 사장님 특강쇼! 그런데 이걸 왜 남의 집에서 하게 되었나? 




# scene1

연희동에 이사온 뒤로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가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포켓몬고하는 것 마냥 후미진 곳에 자리잡은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 가게들은 묘하게 두가지 특징으로 수렴한다. 첫째, 간판이 없거나 있어도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둘째, 가게 주인은 모객에 무심해 보인다. 손님이 들어오던지 말던지. 이러니 더 궁금해진다. '나에게 이렇게 대하는 가게는 니네가 처음이야.'



#scene2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최근 몇년간 은재형과 이태원, 연희동 등 핫플레이스에서 거주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간접적으로 체감했던터라 혹했다. 후루룩 재밌게 읽혔고 유익했다. 처음 접하는 분도 계실테니 책의 내용을 빌어 간단히 설명하자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런 단계를 거친다.


1단계: 위험을 무릅쓰는 소수의 젠트리파이어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하여 색다른 문화적 생산활동(식당, 카페, 공방, BAR 등등) 을 시작

2단계: 젠트리파이어들이 생산한 문화적 생산물이 중산층의 관심을 얻게되어 유동 인구가 늘어남.

3단계: 대중매체가 지역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대형 개발업자가 집입하고 부동산 가격 및 임대료가 상승함.

4단계: 부동산 시장의 논리가 지배함에 따라 선구자 젠트리파이어들은 영향력과 관심을 잃고 다른 곳으로 떠남.


이태원은 이미 4단계여서 나와 은재형이 전세로 살던 집이 고가에 팔렸고 그래서 우리는 연희동으로 오게 되었다. 우리는 젠트리파이어가 아녔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렇게 거주민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연희동에 오니 이곳은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였다. 인근에 있는 연남동이 4단계로 접어들면서 그 지역에 있던 젠트리파이어들이 다수 연희동으로 넘어왔고 이마저 대중의 관심을 받아 주말만 되면 외지에서 놀러온 이들로 인해 연희동 일대 교통은 혼돈상태에 빠져든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연희동 골목에서 발견했던 가게들이 젠트리파이어라 불리우는 분들의 작품였구나.' 라는 사회학적 고찰을 하게 되었다. 근데 단계상으로 이들이 곧 임대료 상승이라는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더불어 그 자리에 그들을 대신해 프렌차이즈 커피숍과 패스트푸드가 들어서면 얼마나 슬플까 생각했다.


#scene3

나는 남의 집 프로젝트와 무관하게 지역 자치 활동도 겸하고 있다. '연희동 마을 계획단' 이라는 이름으로 연희동 주민센터 (예전의 동사무소 혹은 동해) 주관 하에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마을 계획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지역구 활동이다. 마을 계획단에 대해서도 브런치에 글을 연재 중(인데 글이 하나밖에 없다;)이니 아래 브런치글을 클릭하면 어떤 모임인지 좀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참여한 이 모임에서 오랜 시간 연희동에서 살아오신 주민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대부분 40~50대였고, 연희동에서 10년 이상 거주해 오신 분들였다. 마을 주민들끼리 모이다보니 서로 알고 있는 동네 정보를 주고 받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나처럼 뜨내기 동네주민에게는 꿀정보들이 넘쳐났다. 근처 박물관 위치, 공원 핫스팟 등의 생활 밀착형 정보부터 부동산 시세 관련 뒷이야기 등등의 야사까지 다양했다. 받기만 할 수 없어 나 역시 아는 한에서 주민분들께 마을 정보를 드리려 했고, 그것들 대부분은 앞서 얘기한 젠트리파이어가 운영하는 가게 정보였다.  


이 동네에 그런 가게가 있었어요?


내가 소개한 가게에 대해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였다. 연희동 내에서 나름 핫한 가게여서 외지인들까지 찾아와 북적이는 가게였지만 정착 주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더 정확히는 동네 주민 어르신들이 모르고 계신 거였다. 요새는 대부분의 오프라인 가게 홍보가 SNS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SNS를 끼고 사는 젊은 층들은 장소 구애됨없이 예쁘고 맛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 간다. 하지만 SNS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은 그 정보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니 동네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재밌는 가게의 재화 혹은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계신 거였다.




이런 일련의 에피소드를 통해 핫해지고 있는 연희동 상권과 연희동 주민들간 정보 비대칭을 발견했다. 동네주민들은 재밌고 특색있는 동네가게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고, 동네가게 역시 지역 주민들을 단골손님으로 유치하기 위해 가게에 대한 정보를 전달/홍보하고 싶어한다. 근데 이 둘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가 없으니 정보가 매칭되지 못하는 거다. 그렇다면 이 둘을 만나게 해주는 자리를 남의 집에서 마련하면 정보 비대칭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을 세워봤다.


더나아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동네가게와 동네주민간의 네트워크가 끈끈하게 생긴다면 앞서 언급한 젠트리피케이션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젠트리파이어들이 떠나게 되는 건 임대료 상승이고, 임대료 상승은 부동산 업자들의 제안에 혹한 건물주들의 판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건물주와 세입자간의 관계가 단순한 계약관계를 넘어 지역 공동체라는 결속력을 지니게 된다면 건물주들은 부동산 업자들이 아닌 세입자 즉 젠트리파이어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라는 순진한 기대를 품어본다. 


가설을 검증해 보자. 동네가게 사장님들은 동네주민들을 만나 본인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할까? 동네주민들은 그것을 듣고 싶어할까? 앞으로 몇주간 남의 집 프로젝트는 이 가설을 검증하는 데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타이틀은 남의 집 동네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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