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의집 문지기 Sep 27. 2021

남의집, 당근마켓에서 투자받다

죽다 살아난 이야기

후속투자를 유치하기까지 총 1년이 걸렸다. 첫번째 IR에서는 모든 투자자에게 거절을 당했다.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곱씹으며 사업전략을 수정해 와신상담하여 6개월간 지표를 끌어올린 후 두번째 투자유치를 진행했고 당근마켓에서 1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무사히 클로징했다. 법인통장의 잔고로 봤을 때 죽다 살아난거다.


결국 여기까지인건가 싶은 마음으로 1년간 버텨온 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 글의 목적은 세가지다. 첫째는 채용. 투자를 마무리하고 바로 채용모드로 전환했다. 어떤 고민과 과정으로 살아남은 회사인지 알리고, 이 과정에서 배운 레슨들로 남의집 서비스와 비전을 알려 동료를 모시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남의집의 동료가 되어주오.(채용 링크는 글 하단에 있음)


두번째는 초창기부터 남의집을 응원해 주시고 경험하신 분들께 변화의 배경을 설명드리기 위함이다. '남의집이 변한 것 같아요'라는 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들어왔다. 변한 건 사실이다. 기업과 서비스는 변해야 살아남기에 어떤 목적과 방향성으로 변하고 있는지 공유드리며 초기에 주셨던 관심과 응원의 끈을 이어가고 싶다.


세번째 목적은 투자유치에 실패한 창업가가 재도전할 수 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함이다. 주변엔 창업 성공담과 몇십억대 투자 유치 성공의 미담만 공유될 뿐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나조차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것이 창업과 투자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는 한 사례로 누군가의 재기에 힘이 되고 싶다.


지금부터 1년여간 회사의 존폐를 걱정하며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몸무림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기를 시간순으로 남긴다.


첫번째 IR (2020.9~11)


30여개의 VC와 투자유치 미팅을 가졌으나 거절하거나 아예 회신이 없다. 다른 VC들을 더 컨택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판단이 섰다. '이번 판은 나가리네.' 빠르게 결론내리고 기술보증기금에서 대출받아 재도전하기로 했다. IR과정에서 심사역들이 건넨 쓴소리, 충고, 훈계 등에서 내게 인사이트를 준 것이 두가지 있었고, 그걸 빠르게 실행해 보고 싶었다.


오피스 사업으로 해보면 어떠냐?  남의집을 가게에서 하면 안되요?


돌이켜 보면 이 당시 나는 투자 유치가 왜 실패했는지 원인분석에 집중했어야 했다. 심사역들은 거절 회신에 자세한 사유를 밝히지 않는다. (몇몇 '훌륭한' 심사역들은 남겨준다) 그래서 대부분 IR미팅 현장에서 오간 피드백을 바탕으로 거절한 이유를 추론해서 결론을 내렸다. "성장세이지만 매출, 유저수 등의 절대수치가 아직은 너무 부족하다." 고로 어떤 식으로든 피벗팅해서 사업지표를 빵터뜨리자 생각만 가득했다. 치열한 자기성찰보다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절치부심이 앞섰다.


남의집 홈오피스 베타런칭 (2020.12~2021.1)


기보에서 받은 대출금으로 확보한 사업유지 기간은 8개월여. 그 안에 결론을 내야했기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했다. 앞서 IR과정에서 힌트를 얻은 두가지 아이템인 오피스와 가게를 각각 빠르게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이때는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재택근무가 강화되며 카페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여 근무 공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의 니즈가 많을 때여서 오피스 사업부터 태핑하기로 했다. 이를 '남의집 홈오피스'라는 브랜드로 치열하게 준비했고 그때의 준비 행적을 아래의 브런치에 정리하며 런칭을 목전에 앞두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홈오피스는 실패했다. 유휴공간을 사무실로 공유하고자 하는 호스트는 정말 많았으나 결정적으로 유휴공간을 본인의 사무실로 쓰기 위해 돈을 낼 유저는 많지 않았다. 심지어 리텐션도 낮았다. 유저 인터뷰를 통해 내린 결론은 오피스상품이 꽤나 고관여라는 것. 편안한 의자, 빵빵한 와이파이, 컨콜/전화를 위해 독립된 공간 등등 업무공간이 갖추어야 할 기능들이 단순한 유휴공간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걸 몰랐냐고? 그렇다. 해보기 전엔 몰랐기에 명확한 결과를 보고 빠르게 접었다.


6개월 시한부 (2021.2)


투자유치 실패와 새롭게 준비한 홈오피스 역시 실패로 돌아가니 맥이 풀렸다. 역시 안되는건가. 싶은 자괴감과 더불어 나를 믿고 따라준 팀원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더군다나 돈이 빠르게 타들어가고 있다. 팀원들의 급여를 못주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은데 그런 나의 의지를 비웃듯 시간은 잘만 흐르고 월급날은 꼬박꼬박 찾아온다. 사무실에 모여 있는 팀원들을 보면 무서웠다.


투자사인 카카오벤처스의 담당 심사역 장동욱 팀장님과 신정호 심사역을 찾았다. 차마 팀원들께 보이기 싫은 약한 모습을 어딘가엔 풀어놓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요. 재기할 수 있을까요?" 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마지막으로 검증하고 싶은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준비와 실행에 최소 4개월은 필요해서 결국 IR을 2개월 내에 마쳐 투자금이 들어와야 런웨이 내에 생존이 가능하다. 2달만에 IR을 마칠 수 있을까요? 물었다.


가능합니다. 대표님.


장동욱 팀장님의 이 대답이 마법의 주문인양 날 깨웠다. 뭐라도 붙잡지 않으면 버틸 재간이 없었기에 더욱더 그의 말에 매달렸다. 된다. 가능하단다. 해보자. 옹알이며 죽어가던 자존감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며칠 뒤 팀원들 앞에서 타임라인을 공유했다.


8월달이 마지막 급여일입니다. 4개월간 지표를 상승시키고 그 결과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2개월 내에 IR마쳐서 투자금 꼭 유치하겠습니다. 저를 믿고 8월달까지 다함께 달려봅시다. 어떤 결과던지 적어도 후회는 남기지 맙시다.


남의집 동네가게 (2021.3~2021.6)


이제 남은 탄알은 하나. 가게 점주분들을 남의집 호스트로 영입하여 집이 아닌 가게에서 남의집 모임을 열어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거다. 이미 작년부터 가게에서 열리는 남의집이 스멀스멀 늘어나고 있던 추세였기에 이들의 현재 지표부터 비교분석했다. 재오픈률, 전환률 등등 주요한 사업지표면에서 가정집에서 호스트하는 일반인분들보다 가게에서 호스트하시는 분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남의집 플랫폼을 통해 모임을 운영하고 계셨다.


남의집을 작은 가게들의 마케팅 채널로 소구해서 가게 안에서의 모임 운영을 통해 가게를 홍보하는 컨셉으로 '남의집 동네가게'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분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여 유입수와 활동량을 검증해 보기로 했다. (아래는 동네가게 점주분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랜딩페이지의 메인화면)


동네가게 호스트 모집 랜딩페이지


다양한 가게에서 남의집이 열리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 2시간여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읽은 후 각자의 독서경험을 나누는 '비행독서' 부터 동네 오락실을 운영하는 호스트의 비대면 무인창업기를 나누며 각자의 창업 아이템 이야기를 나누는 '로컬을 지키는 전자오락수호대' 도자기 공방에서 각자의 감정상태를 나눈 후 그 감정을 도자기로 만들어 보는 '내 안의 감정세계 여행하기' 까지 가게 아이템과 접목된 다양한 모임들이 열렸다.


남의집으로 모임을 진행한 가게점주 호스트분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분들이 남의집에서 원한 건 오프라인 공간으로의 모객력였다. 누군지 모를 가정집으로 낯선이들이 놀러가게 만들었던 남의집의 어마어마한 중력을 가게로 가져와서 본인과 취향이 맞는 예비 손님을 가게에 방문하게 하고, 모임을 통해 느슨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단골로 만들고 싶어 하셨다.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소비재에서 경험재로 바뀐 점도 남의집 호스트를 하는 동인이 된다는 의견도 받았다. 이제 왠만한 소비재는 배달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을 오프라인 가게로 나오게 하려면 그 공간에서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남의집이 경험재를 잘 만들어 주고, 경험재에 반응하는 유저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가게 점주분들에게 어필되더라.


재밌는 점은 게스트 입장에서도 친한 사장님 가게가 생긴다는 걸 반기는 분들이 꽤나 있었다는 점이다. 남의집 동네가게를 다녀가신 후 '망원동에 나랑 친한 사장님이 하는 카페가 있는데 같이가자!' 며 지인들을 데리고 그 가게에 재방문하는 패턴을 보이시고 이 과정에서 가게의 찐팬인 단골이 되는 식이다. 이런 경험을 수차례 하신 가게 점주 호스트분들은 이렇게 말했다.


남의집이 단골손님을 만들어 주네!


이렇게 유저분들은 가게에서 열린 남의집을 만족스럽게 이용하신 것을 확인했으니 그 다음으론 플랫폼 입장에서 호스트 타겟이 일반인에서 가게 점주로 바뀌었을 때의 유닛이코노믹스를 분석할 차례. 호스트가 모임을 열어 손님을 매칭하기까지 플랫폼이 들인 비용 대비 그 모임에서 발생한 기여매출의 차이를 호트스 타겟별로 나누어 살펴봤다. 아래에 정리된 도표처럼 비용 측면에서 가게 점주분들이 월등히 낮았는데 이를 통해 남의집의 PMF (Product Market Fit)가 일반인분들보다 가게 점주분들과 더 잘 맞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거구나!


남의집 2021 IR 문서 중 발췌


미션과 비전 재정의 (2021.3~2021.5)


홈오피스와 동네가게 등을 진행하면서도 불안감은 가득하고 자존감은 한없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디캠프에서 운영하는 CEO살롱이라는 프로그램 광고를 봤다. 왠지 모르겠으나 나처럼 힘든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여 서로의 고충과 절망감을 나누며 울고불고 할 수 있는 그런 자리로 보였다. 아니, 그런 자리이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을지 모르겠다. 바로 지원했고 다행히 합격했다.


첫 세션의 주제는 회사의 미션과 비전. 부끄럽게도 미션과 비전이 다른 용어라는 걸 이날 처음 배웠다. 미션은 회사가 풀고 싶은 문제에서 파생된 회사 존재의 이유이고, 비전은 그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의 모습이라고 이해했다. 하니 자연스레 미션과 비전은 이 회사가 어떤 문제를 풀려고 하는지에 대한 문제정의로 귀결되더라.


남의집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팀이지? 법인을 설립하며 남의집을 여행업으로 정의내렸고, 그래서 거실여행 플랫폼이라고 소개를 해왔었다. 2년전 서비스 초기의 게스트분들께 FGI를 했을 때 남의집 경험의 결과가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라는 답변이 다수였기 때문였다. 한데 돌이켜 생각하니 그때 건넨 질문이 부적절했다. 서비스 경험의 결과를 묻기보다는 왜 남의집 서비스를 사용했는지 이용 동기에 대해 물었어야 했다. 그래야 남의집이 어떤 사용자의 어떤 니즈를 풀어주는지 실마리를 잡았을테고 거기서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정의가 나오는 거였다.


그러자 지난 IR때 심사역분들이 자주했던 던졌던 코멘트가 떠올랐다. "남의집이 어떤 걸 하려는지 명확하게 그려지지가 않아요" 이 질문을 심사역의 개인취향 혹은 호불호의 영역이라 치부하곤 그들의 빈곤한 상상력을 탔했다. 한데 그들은 근본적으로 남의집이 어떤 문제를 푸는 팀인지 물어본 거였고, 거기서 미션과 비전이 이어지며 이 팀이 만든 서비스가 어떤 모양새인지 가늠할 수 있는거였다. 사실 사업계획서에 풀고 싶은 문제를 가장 먼저 밝히라는 건 모든 경영관련 서적이나 유명 VC들이 하는 얘기였는데 그걸 간과했던거다. stupid!


이후 꽤나 많은 시간을 미션/비전 재정립에 썼다. 나 혼자가 아닌 팀원들과 함께 했다. 처음엔 팀원들이 부담스러워 했다. 그들은 미션/비전은 으레 대표나 경영진이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였다. "나를 도와달라. 나만큼 서비스 운영 경험이 있는 팀원들의 인사이트가 중요하고 필요하다."며 3달간 팀원들을 붙잡고 전사 논의를 이어갔다. 처음엔 내가 먼저 발제해서 논의의 틀을 만들어 팀원들의 의견을 들었고, 어느 정도 의견이 모이면 내가 나름 정리한 미션/비전을 들고 가서 팀원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누구보다 서비스를 잘 아는 팀원부터 설득하지 못하면 외부에 공유할 우리의 미션/비전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유저의 기준으로 문제를 정의하느냐였다. 남의집은 양면 플랫폼으로서 두 집단의 유저가 있다.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와 그 모임에 놀러가는 게스트. 호스트로 놓고 보자면 변경된 타겟인 가게점주들에 집중해서 오프라인 가게의 마케팅 플랫폼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문제 정의를 내려야 하는 것은 가게 점주분들의 페인포인트다. 반대로 게스트에 포커싱을 하게 되면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욕구에서 문제정의가 시작된다. 이는 닭이냐 달걀이냐의 문제로 어디에 무게중심을 둘지 결정해야 했고, 이를 위해 양면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친한 VC분들께 조언을 구했다. 한데 다들 답변이 달랐다. 결국 선택의 문제였고, 이 고민은 자연스레 내가 왜 남의집을 창업했는지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남의집을 사이드 프로젝트로 굴리던 시절 지인의 소개로 네이버 창업멤버이신 오승환 대표님께 남의집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크리스찬이신 오대표님께서 "김성용씨는 위로의 은사가 있네요. 지금 남의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계신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상하게 그 뒤로 가끔 '위로의 은사'라는 단어가 불쑥 떠오를 때가 있었고, 문제정의의 고민 중에도 그 단어가 떠올랐다.


내가 4년 넘게 남의집을 굴리는 원동력은 취향이 맞는 누군가를 만나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기쁨을 전달한다는 거였다. 그 모임의 장을 제공하는 주최자와 장소가 가게로 변경되었을 뿐,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건 시시콜콜한 주제로 모임이 열려서 취향이 맞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널리 확대하는 거였다.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쳐 남의집이 풀고자 하는 문제는 게스트 쪽으로 정하여 아래와 같은 문제정의와 미션/비전을 세웠다.


남의집 2021 IR 문서 중 발췌


회사가 풀고 싶은 문제를 이렇게 창업가 개인의 소명의식과 연결시키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 방법을 택했다. 계산기 두드리며 사업 아이템을 찾기보다는 이렇게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게 내가 창업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을 떠올리다 (2021.6)


이렇게 미션/비전을 커뮤니티로 재정립하고 보니 당근마켓이 떠올랐다.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로컬 커뮤니티로 확장하는 과정이였고, 실제로 당근마켓 내에서 동내 주민들끼리 만나고 싶어하는 니즈로 자발적인 소모임들이 확장되는 시기였다. 얼핏 보면 모임이라는 사업영역이 겹쳐서 경쟁 관계일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VC심사역은 모임 시장은 결국 당근마켓이 다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을 주기도 했었다.


한데 모임 서비스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매칭과 운영 등 뒷단에서 잔손이 많이 가고, 이 업무들을 얼마나 자동화해서 스케일업 가능한 구조로 플랫폼을 고도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이걸 당근마켓이 직접하기 보다는 우리같은 선수와 손잡고 시행착오없이 당근마켓 내에 커뮤니티 경험을 유려하게 전하자 제안해 봄직했다.


게다가 당근마켓에선 동네가게 점주분들을 대상으로 비즈프로필이라는 기능을 오픈해서 가게가 동네 주민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채널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이런 점주분들이 당근마켓 내에 30만명이 활동 중이신데, 이들에게 남의집 호스트를 제안하여 주민들 대상으로 소규모 모임을 열어 커뮤니티 마케팅 활동을 장려할 수 있게 하는 제휴방안도 상상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정리되니 당근마켓은 남의집의 공급과 수요가 모두 모여 있는 노다지였다. 반대로 당근마켓 입장에서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지역 커뮤니티로 확장되기 위해 남의집은 꽤나 매력적인 콘텐츠일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당근마켓의 문을 두드렸다.


남의집을 당근마켓에 연동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함께 커뮤니티를 키워가기 위해 당근마켓에서 투자를 받고 싶습니다.


당근로켓에 탑승하다 (2021.9)


투자 논의 과정은 글로 남길 수 없는 점 양해바란다. (단, 남의집 합류에 관심있는 분이 있다면 뵙고 전해드리겠다.) 직접 투자를 검토해 주셨던 당근마켓의 김용현 대표님은 투자자 이전에 창업가이시기 때문인지 FI로 접근하는 VC와는 다르게 피투자사의 비전을 이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주시는 진심이 느껴졌다. 대부분의 VC들은 상상력이 높지 않아서 숫자로 봐야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김대표님께서는 숫자로 보여주지 못한 창업가의 생각과 회사의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기다려 주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 점이 투자를 검토받는 입장에서 정말 고맙고 힘이 되었다.


그렇게 수차례의 미팅을 거쳐 서비스 연동을 전제로 10억원의 투자가 확정되었다. 단순히 사업자금 뿐만 아니라 서비스 연동을 통해 당근마켓의 트래픽을 받으며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 남의집 팀원들께는 우리가 당근로켓에 올라탔다고 표현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포스팅으로 남의집 갬성을 담아 SNS 팬분들께 투자유치의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카카오에서 일하며 카카오와의 제휴를 통해 급성장한 서비스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봤다. 애니팡의 선데이토즈, 카카오페이지로 성공한 포도트리, 업비트 이전에 증권플러스를 운영했던 두나무 등은 모두 사업 초기부터 카카오의 트래픽을 받으며 시장에 안착한 케이스다. 이제는 당근마켓이 과거 카카오의 역할을 해줄거라는 확신으로 손을 잡았고, 본 사업 제휴를 통해 제이커브를 그리겠다는 사업전략을 짰다.


당근마켓과 남의집의 서비스를 연동하는 작업에 사활을 걸었다. 이를 위해 당근마켓 유저들을 남의집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유려한 사용자 경험 설계와 인프라 확충을 위해 백엔드 개발자와 UX디자이너 채용을 시작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한템포 쉬고 일하자 생각했는데 막상 투자금이 입금되니 더빨리 달리게 되더라. 결국이 이 투자금도 소진될테니 그 전에 사업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돈인 셈이라 쉴 생각이 싹 사라졌다.


남의집 채용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라면 분명 남의집 합류에 관심있는 분일거라는 믿음으로 채용공고로 글을 마무리한다. 백엔드 개발자와 UX디자이너 두가지 포지션을 오픈했다. 백엔드 개발자의 경우 경력이 많으신 분의 경우 개발리더로서도 제안을 드린다. 아래에 각 포지션별 JD를 정리해 두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확인을 부탁드리오. (지원 전에 저와 가볍게 커피챗 나누며 더 자세한 정보를 전달해 드릴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로켓펀치 내 DM을 부탁드립니다.)




글을 마치고 보니 이 글의 네번째 독자가 있었다. 바로 나. 남의집 이야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순 없지만 위기는 반드시 다시 찾아올테고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나에게 이 글이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 남의집 머스트 고 온!


막막함 한가득 안고 퇴근한 내게 언제나 응원해 주며 멋진 일을 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 말해준 아내와 딸아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둘 덕분에 삶의 균형을 찾고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나, 이런 데스벨리가 앞으로 몇번이고 더 찾아올텐데 어쩌지 여보?

매거진의 이전글 남의집 홈오피스를 시작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