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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용진 Sep 29. 2020

악성 댓글에 보내는 엘로우 카드

스포츠 뉴스 악성 댓글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인터넷 댓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애초 댓글은 상호소통을 더 키워주는 중요한 사회적 제도가 될 거라 기대받았던 존재다. 기대는 여실히 배신당했다. 댓글은 불행한 사건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기에 이르렀다. 


연예인, 운동 선수들의 비극적인 사건에 댓글이 연루되었음이 밝혀지자 온 사회는 그에 분노하기까지 했다. 관심과 분노가 효력을 있었던 모양이다.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서비스는 지난해 연예 뉴스 댓글 폐지를 결정했다. 이어 올해 8월에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폐지한다고 공표했다.       

포털 서비스의 댓글 차단 결정은 당장 댓글을 보지 않게 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셀레브리티들도 자신의 퍼포먼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보기가 이전에 비해 편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같은 처방이 악성 댓글의 폐해를 없애는 근본 해결책이 되지 않음을 누구든 안다.  


으레 그렇듯이 스포츠 뉴스에 댓글 달기가 금지되자 금방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선수들의 개인 SNS 계정이나 블로그로 악성 댓글들이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는 다른 뉴스에 스포츠 관련 기사를 연결시켜 악플을 다는 등 아직도 펄펄 살아 날뛰고 있다.      


생기 발랄하게 운동 선수를 공격해대는 악성 댓글에 비하면 스포츠계의 대응은 안이해 보인다. 아직도 댓글 대응은 선수 개인이 모질게 맘먹고 잘 버텨내면 되는 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헝그리 정신으로 승리를 거두자던 예전 낡은 구호의 시절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은 인터넷 실명제를 입에 올리기도 한다. 철 지난 처방을 내놓는 한심한 처사다. 연예계와는 달리 그 활동을 세금으로 지원받는 국가 기구까지 지니고 있으면서  그 같은 안이함에 보여선 안 될 일이지만 헛발질은 계속된다.      


안이함을 떨쳐 버림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처방으로 악성댓글 정책의 사회적 모델이 되는 선도성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스포츠계가 더 많은 사회적 존경을 받을 전혀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스포츠계가 받아왔던 그 동안의 애정과 성원을 감안한다면 선도와 존경의 지속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해본다. 첫째, 그 동안 제안되었던 생산적인 수단을 동시에 조직적으로 가동시켜야 한다. 우선, 선수가 소속된 팀, 협회, 그리고 에이전시 이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댓글, 다이렉트 메시지, 커뮤니티 게시물을 통한 혐오 발언, 명예훼손, 허위사실 등에 대한 법적 조처를 개인이 아닌 조직이 책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선수가 대응할 방도를 교육하는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포털 서비스가 약속했던 AI 등을 통한 악성 댓글 걸러내기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스포츠계가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 이 같은 수단을 동시에 가동시키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큰 거 한방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악성 댓글은 운동 선수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을 드러내는 사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운동 선수의 인권은 짓밟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인식이 존재하는 한 백약이 무효다. 선수들이 승리를 위한 기계가 아니고 자기 성취를 위해 인생을 거는 존재라는 인식이 형성되지 않는 한 악성 댓글을 근절되지 않는다. 스포츠계 내부에는 악성 댓글에 버금가는 인식이 존재하고 있진 않은지 살펴야 한다. 


스포츠 뉴스 자체가 악플이거나 원천일 수 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 댓글 문제는 외부 문제일 수만은 없다. 스포츠 조직, 스포츠 저널리즘 등 스포츠 내부를 돌아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내부 근원적인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악성 댓글은 온 사회와 함께 논의되어야 할 사안임을 천명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악성 댓글 사건이 터지자 가장 빠르게 반응했던 쪽은 포털 서비스였다. 그 쪽이 가장 큰 책임자임을 인지한 탓이다. 연예, 스포츠 뉴스로 가장 많은 수익을 누렸던 주체는 포털 서비스다. 뉴스 읽기와 댓글 달기로 자신의 서비스 안에 가두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터넷 행위를 금전적 이익으로 바꾸어 취득하였다. 


그런 만큼 이 사건에 대한 책임도 가장 크게 느껴야 한다. 스포츠계는 포털 서비스가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기를 요청하고, 장기적으로 대처할 책임있는 사회적 기구를 구성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 사회적 기구 안에서 더 생산적인 대응책을 논의하자고 온 사회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제안되었던 악성 댓글 방지 수단을 동시에 동원하고, 운동 선수 인권에 대한 태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조처를 취하며, 책임있는 사회적 기구를 도모하자는 원칙을 제안하였다. 이 같은 원칙 제안은 기획의 일부분일 뿐이. 당연히 그 기획을 실행할 주체가 지목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주체가 실행계획을 수립 실천할 수 있도록 밀고, 돕고, 감시해야 한다. 체육인을 대의할 뿐 아니라, 법정 기구인 ‘대한체육회’가 오롯이 그 책임을 지는 해당 주체가 되어야 한다. 

댓글의 문제는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해결을 위해서는 조직적인 힘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인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스포츠계의 실력을 보여주는 리트머스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선수의 시간도 아니고, 인터넷의 시간도 아니다. 스포츠계의 시간 안으로 들어섰고, 휘쓸은 울렸다. 대한체육회의 영리하고, 치밀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선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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