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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용진 Dec 06. 2020

늘어나는 빈 집, 대책마저 비우나

                              

많은 사회가 늘어나는 빈 집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일본은 대표적 타산지석의 나라다. 


2016년 일본 노무라 종합 연구소 보고는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018년에는 일본 전체 주택의 16.9%, 2023년엔 21.1%, 그리고 2033년에는 무려 30.4%가 빈 집이 될 거라는 우울한 전망 통계를 내놓았다. 이러저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빈 집 증가의 가속도를 저지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다. 


눈여겨볼 만한 빈 집 대책을 지녔다는 영국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2016년 현재 60만 호의 빈 집 기록에 그쳐 일본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농촌 지역에서 점차 도시로 빈 집 문제가 옮겨가는 경향 통계치를 놓고 영국 정부도 걱정의 표정을 짓는다.   


빈 집 증가 이후 이어질 여러 문제 탓에 사회적 긴장감은 높아간다. 빈 집이 전염병의 숙주가 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범죄나 안전 사고가 관련돼 있음은 물론이다. 미관의 황폐로 인한 도시 슬럼화도 피할 수 없다. 침울한 분위기 연출로 인한 삶의 질 저하도 명약관화하다. 


당장 금전으로 환산되지 않아 비가시적이긴 하지만 결코 만만히 볼 손실이 아님은 틀림없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한국이나 일본이 빈 집 증가로 인해 가중된 손실을 입을 거라 짐작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령화, 인구 감소, 1인 가구의 증가가 빈 집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일본이 대표 타산지석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세 가지 문제가 중첩돼 있는 탓이다. 일본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빛의 속도에 가깝게 세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우리 사정을 감안하면 빈 집 증가 문제는 결코 작은 사안이 아니다. 2008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그 즈음해서 주택 매매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음을 감안하면 이 문제의 인지와 제기는 늦은 감이 있다.    


고령화, 인구 절벽과 같은 큰 사회 문제 외 정책 부실도 빈 집 증가에 한몫을 했다. 정확하지 못한 주택 통계, 부동산 경기를 감안한 실상 감추기, 빈 집에 대한 장단기적 대책의 부재 등이 정책 부실의 예다. 


연간 36만호 수요에 51만호 공급이 반복되는 비상식성 정책을 대하노라면 정책 부실이라는 말 외 다른 용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부실이라는 지적은 중앙 정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아예 대책이 없었던 쪽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을 만들기, 마을 살리기 등에 빈 집 대책 내용 일부를 포함시킨 지방 정부도 적극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미리 인지한 사회에서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리모델링 지원, 임대 지원, 해체 비용 지원, 거주자 교통비 지원 등 구체적 대책을 제시하거나 실행하고 있다. 구역을 특화해 인구가 모이게 하고 빈 집을 특정 목적 공간으로 지정히고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도 한다. 주택 정책을 다양한 사회 문화 정책과 연계시키는 거시적 클러스트 정책을 펴는 곳도 있다. 


영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조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까지 포함한 거버넌스 체제를 갖추어 전 사회적 대책을 내놓는 노력을 벌이기도 한다. 


대책,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 집 문제 해결 전망은 어둡다.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빈 집 문제의 큰 원인인 고령화, 인구 절벽,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한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거라 판단한다. 결혼, 출산, 육아, 교육, 취업, 노후를 포함한 생애 주기에 벌어질 일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없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과거 사회와는 확연히 다른 ‘삶 대책’이 있어야 풀릴 문제로 파악한다. 시민이 생애주기를 거치는 동안 평온한 삶을 살도록 하는 배려 없이 풀리지 않는 거대 문제라고 결론짓는다. 


빈 집 문제는 삶 대책 성패를 평가하는 리트머스와 같은 존재다. 주택 문제를 토지, 건설, 토목, 재테크로만 사고하던 머리를 비우라는 교훈적 의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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