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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용진 Dec 18. 2020

<라인>과 <야후 재팬>의 결합

둘은 왜 통합 경영을 선언했을까. 

2021년 3월에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가 경영통합을 한다. 이는 이미 작년 11월에 이뤄진 경영통합 합의를 실현하는 절차다.  

    

그럼으로써 일본 내 최대 메신저 서비스회사인 <라인>과 최대 인터넷 검색 회사인 <야후 재팬>이 경영통합을 이루게 되었다. 소프트뱅크 재팬이 Z홀딩스를 소유하고 있으니 Z홀딩스가 <야후 재팬>의 최대 주주이니 둘 간의 경영통합을 한 눈에 보기 쉽고 입에 달라붙게 <라인-야후 재팬>간 경영통합이라고 부른다.      


2016년 11월에 소프트뱅크 벤처스와 네이버 간에 펀드 결성이 있었다. 이 펀드는 콘텐츠 분야에 투자하는 목적을 두고 있었다. 네이버가 400억원, 소프트뱅크벤처스가 45억을 출자했으니 작년의 경영통합 합의에 비하면 큰 뉴스거리가 되지는 못했다. 약한 정도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던 두 회사가 전격적으로 경영통합의 카드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과 올해 한국의 언론사는 둘 간의 협력관계 강화를 주로 AI, 핀테크 분야에서의 연구 개발 협력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협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경영을 꾀하려 한다는 언급도 뒤 따랐다.      


어느 정도 세계 디지털 시장이 재편이 이뤄진 상태에서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보자면 둘 간의 경영통합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주장은 어색해 보인다.      

일본의 플랫폼 비즈니스 논의는 불가피하게 중국 시장과 함께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은 협력 관계를 멈췄지만 일본의 소프트뱅크사는 중국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였다. 손정의는 약 26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손정의는 중국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위기를 경험했다. 중국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가 후발 경쟁 서비스인 텐센트의 위챗페이에 추월 위협에 시달리는 수모를 당했다. 독점에 가깝게 시장을 호령하던 알리페이로서는 창피스러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알리페이를 위협한 위챗페이의 힘은 위챗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위챗이라는 메신저의 도움 없이는 위챗페이가 알리페이에 도전장을 내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장착한 결제 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신저 기능없는 핀테크 서비스는 경쟁력 우위에 서기 힘들 수 밖에 없다.      


그 중국에서의 경험이 소프트 뱅크 사로 하여금 라인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을 거라 짐작한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페이페이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행하고 있다. 라인은 라인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서 위챗페이의 약진을 경험한 손정의로서는 메신저의 도움이 절실함을 알게 되었고, 메신저 없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  라쿠텐 페이를 누르고 일본 내에서 일등을 하는 일도 시급했다.     

그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통합경영을 통해 페이페이와 라인페이를 같은 울타리에 넣는 일은 시급해졌던 것이다. 게다가 라인이 대만,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니 그 잠재 시장도 넘나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네이버로서는 <라인>을 통한 메신저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결제 서비스, 그리고 그 동안 몇 번 물먹었던 검색 서비스 사업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소프트뱅크라는 든든한 자금줄과 만나게 되었으니 네이버로서는 협력 관계 맺기를 망서릴 이유가 없었다.      


<라인>과 <야후 재팬> 모두 소식을 전하는 사업을 그 근간으로 했다. 그러다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데까지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물론 그 판매는 이용자들이 활동 후 남겨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었다. 때론 그 정보마저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하였다.  몇 되지 않는 플랫폼 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독점해 가며 그 일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젠 금융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전히 몇몇이 그 활동 영역을 독점하고 있다. 잉여이익의 확보와 축적을 위해 자본주의가 변화해가는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그럼에도 독점이라는 사실 만큼은 바뀌지 않는다. 

산업자본주의 그리고 정보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로의 진전. 그냥 진전이라고 무덤덤하게 말하기엔 무서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 한 시도 한 눈을 팔지 않고 부지런히 변신하며 성실히 세상을 독점하며 주도해간다.      


그들이 전하는 소식을 듣고, 그들이 판매하고 배달하는 상품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고 보증하는 화폐로 교환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적극적인 참여로 그 과정에서 충실하게 협조를 한다. 일본에서 벌어진 한일합작이 앞으로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래서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우리는 그에 대해 또 얼마나 준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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