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7일간의 코로나 기록

by onseol

코로나. 걸리지 않고 지나갈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겠지만 결국 나도 피해 가지 못했다.

2년 넘는 시간을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나 역시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받아들이며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동안 감기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던 나의 자만은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됐다.


1일 차(4월 25일 PCR 검사 당일)
엉망진창 컨디션
체온 37.5도


양성이 나온 자가 키트를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간단한 문진과 함께 PCR 검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 2시 양성 판정 그렇게 나는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오후에 비대면 병원 진료와 함께 약을 수령했다.

대부분 목이 아프다고 하더니 나도 마찬가지. 그런데 다들 이렇게 심할 정도로 아픈지는 모르겠다.

침을 삼키기 위해 웬만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니… 마치 나의 목을 누군가가 돌로 긁는 것처럼 아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몸은 몸살처럼 성한 곳 하나 없다. 나의 이런저런 증상을 이야기했더니 4개의 약을 처방해준다. 해열제와 객담제 성분이 담긴...

아프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잠뿐이다. 결국 초저녁부터 잠을 청했고 밤새 식은땀을 흘렸다.


2일 차
삼키는 것 자체가 고통
숨이 차오른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목 통증.

목으로 뭔가가 넘어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밥을 먹는 것도 고통이요. 심지어 침 삼키는 것 마저... 음식물이 입에서 바로 위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저 슬플 뿐이다.

몸이 힘들어 그런지 새벽엔 숨 쉬는 것이 힘들어 잠마저 설쳤다. 누군가에게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몸이 아픈지 그리고 이상하게 낮부터 위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약이 독해서 그런가 생각하고 일단은 참아보기로…


3일 차
코로나 그냥 감기는 아니다
위통의 역습


체온이 내려가고 목이 돌아오는가 싶더니 이번엔 위가 말썽이다. 밤새 누군가가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잠을 설쳤다. 결국 병원에 대면 진료 SOS를 보냈다.

그동안의 증상을 듣던 의사 왈 “일단 주사 맞은 다음 피검사와 함께 복부와 심장 초음파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결국 이것저것 다양한 검사를 했다. 결과는 다음날 알려준단다. 그렇게 진찰을 하고 새로 처방받은 약이 무려 9알. 얼마나 안 좋으면... 아침 눈뜨자 먹는 약까지 합하면 하루에 28알을 먹어야 한다. 살아생전 이리 많은 약을 먹어 보기는 처음인 듯싶다. 코로나가 일반 감기가 아님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냥 감기라고? 감기는 개뿔...


4일 차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른 아침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초음파와 피검사 결과 다행히 특이 상황은 없단다. 그래도 많이 힘들면 병원에 방문하란다. 말은 쉽다. 아프면 병원 와서 주사 맞으라는데 아니 아픈데 병원 갈 힘이 어딨냐고...

밥 먹고 약 먹고 그리고 자고, 그야말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할 뿐이다. 아마도 약으로 사람을 재우면서 고통을 잊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잠자면 그나마 고통을 덜 느껴서...

5일 차
이제 남은 건 기침뿐인가


새벽에 목이 많이 잠겨 걱정했지만 계속된 약의 영향인지 며칠째 계속되던 기침도 오후부터 줄어들었다.

보통 3일 후면 컨디션이 돌아온다고 하는데 난 5일 만에 컨디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아진 컨디션에 정신 차려보니 자가 격리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닷새를 돌아보니 그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그거밖에 한 게 없다. 그런데 도대체 기침은 언제 멈추는 걸까.


6일 차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와 코로나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9회 말 2 아웃이 되어도 야구 결과를 모르듯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분명 전날엔 증상이 호전되었는데 다시 목이 잠기고 기침은 심해졌다. 마치 나에게 "내가 코로나요"라며 반항하는 것 같다.

정말 미칠 노릇이다. 나에게 일상이 돌아오긴 하는 건지...


7일 차(5월 1일)
기침은 후유증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끝내 가시지 않는 기침. 목안을 누가 살살 간지는 것 같은 느낌에 기침이 쉴 새 없이 나온다. 일주일 내내 기침을 해서 그런가 기침을 하면 이제 폐가 아픈 느낌마저 든다. 많은 사람들이 후유증을 겪는다고 하던데 아마도 코로나가 나에게 기침을 이별 선물로 남겨두고 갈 건가 보다.

그리고 길었던 7일간의 코로나 격리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



세상을 살면서 가능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체험할수록 세상을 이해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경험 없이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거짓된 것이고 가면적이라 할 수 있다. 술 취한 사람의 아침 속 쓰림에 대해 모르는 것처럼, 굶어 보지 않고서는 배고픈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경험과 체험 없이는 모든 것에 진실할 수가 없다.
우린 많은 것을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그 속에서 참된 진리와 올바른 사고를 깨닫게 된다.
-1983년 5월 27일 아버지 일기장 중에서-


나는 몰랐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 코로나가 얼마나 독한 녀석인지를, 감기라고 치부했던 그동안의 나의 언행에 사과한다.

늦게나마 코로나를 겪어보니 걸린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나 또한 지금의 역사를 살아가는 그저 나약한 사람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해하려면 체험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인생의 값진 경험을 하게 해 준 코로나에게 감사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코로나는 걸리지 않는 게 최고인 듯싶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지금 이제 정말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다.

굿바이 코로나~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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