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잉꼬부부가 아니면 어때서...

오늘도 내 감정은 근무 중

by onseol

어릴 적 수컷 잉꼬 한 마리를 키운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살짝 열린 새장 문 틈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그 잉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텅 빈 새장을 바라보며 슬픔에 빠진 나의 모습을 본 부모님은 잉꼬를 다시 사 오셨다. 암수 한쌍으로…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모이를 주는 사이 열린 문틈으로 수컷 잉꼬가 날아가버린 것이다.

한 마리만 키우기가 그래서 나머지 한 마리도 날아가라고 문을 열어줬는데 암컷 잉꼬는 우두커니 새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날아갔던 수컷 잉꼬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후 부부금실이 더 좋아졌는지 알을 낳기까지 했다.


작은 새장 속 갇혀 있던 잉꼬가 뒤도 안 돌아보고 날아간 것은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수컷 잉꼬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암컷이 있는 새장이 자신의 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아내에게 물어봤다.


“새장 속 새처럼 문 열어 주면 날아갈 거야?”

그런데 “당신도 나중에 내가 싫어지면 자유를 찾아 떠날 거야?”라며 질문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잠시 생각한 끝에 대답했다.

“새가 떠난 것은 집이 그리워서지. 당신이 있는 곳은 여기 우리 집이고. 집은 당신과 나의 보금자리잖아. 그러니 날아가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당신이 있는 우리 보금자리로”라고…


많은 연인이, 부부가 '잉꼬부부'처럼 살기 원한다.

그런데 주변에 잉꼬부부가 많지 않은 것은 그만큼 잉꼬부부로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웬만한 희생과 노력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 없이는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 부부 역시 '잉꼬부부'는 아니다.

서로 실수를 지적하고 잔소리하며 티격태격하는 '꼬꼬부부'다. 서로 부리로 쪼는 것을 즐기는…

그래서 종종 서로를 화나게 한다. 그런데 또 눈앞에 없으면 너무 보고 싶어 진다. 그래서 퇴근하면 다시 돌아간다. 우리의 보금자리로...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지 않을까.

'잉꼬부부'가 아니면 어떤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꼬꼬부부'라도 그 속에 사랑과 믿음이 있으면 그만이지. 결혼 생활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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