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올해도 나는 ‘작심, 삼일’이다.

오늘도 내 감정은 근무 중

by onseol
1984년 아버지 새해 소망

낡은 아버지 일기장에서 발견한 새해 소망.

그해 아버지는 자신의 소망대로 작은 집을 구입하셨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양옥집으로... 그리고 몇 년 후 2층으로 증축도 하셨다. 그리고 그 집과 함께 늙어가며 그곳에서 어머니와 추억을 쌓고 계신다.

집을 지상 낙원처럼 가꾸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머니에게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를 갖춘 현대식 주방을 선물하셨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것처럼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 같은 부엌은 흔치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신만의 옳음과 청렴을 유지하시며 아주 오랜 시간 직장을 다니셨다.

그렇지만 나머지 소망은 이루지 못하셨다. 형제들을 만나려면 지금도 1000리 길을 나서야 하고, 지금도 편히 쉬기는커녕 매일 아침 출근하신다.


지금을 살고 계신 아버지의 소망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우린 각자의 소망을 담아 한 해동안 이루고자 하는 계획과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한다. 올해는 꼭 이룰 수 있게 해 달라고…

지난해 나의 계획과 목표는 아빠 되기, 다이어트, 40권 책 읽기, 신춘문예 도전, 여행 가기 등 모두 8개였다.

아빠는 되지 못했으며, 3kg을 빼겠다는 계획과 달리 오히려 3kg 쪘다. 그래도 책은 38권 읽었다.(중간에 포기한 책이 많아 아쉽지만, 소설책은 그것이 몇 권이든 완독 해야만 1권으로 인정하는 악조건에도 많이 읽었다고 핑계를 대어 본다.)

8년 동안 도전해 온 신춘문예는 접수를 하지 않았다. 대신 브런치에 도전했다. 변화에 맞춰 새로운 방법으로 작가가 되는 길을 선택하기로... 그리고 3수 끝에 이렇게 글을 적고 있다.

비록 코로나로 해외여행은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으니 나름 만족한다.


돌이켜보니 지난해 나의 계획은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

그나마 절반이라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작심삼일이란 녀석 덕분이다.

나란 사람은 스스로에게 그리 독한 편이 아니다. 그냥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량을 베푸는 스타일이다. 이런 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작심삼일'이다.


작심삼일


보통 작심삼일은 결심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비아냥 거릴 때 사용한다.

하지만 난 생각을 달리했다. 작심(作心, 마음을 다잡다)을 3일마다 하자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마음을 새로이 다져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거실 한편에 한 해 동안 실천할 계획을 붙여 놨다. 잊을만하면 가서 읽어보고, 출근할 때 스쳐 지나가며 보는 식으로 마음을 다졌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의문을 갖겠지만, 의외로 효과가 좋다.

“어 목표치를 이것밖에 못했네”, ”책을 이것밖에 안 읽었네 주말에 책 좀 읽어야겠군”, “어라 살이 쪘네. 오늘은 산책을..” 이런 식으로 되뇌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작심삼일이면 어떤가. 목표를 위해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는 것은 아직 열정이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스스로 반성하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작심삼일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최소한 포기보다 나으니...


2022년이 시작됐다.

나는 올해도 소망을 담은 계획을 거실에 붙여 놨다. 그리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작심, 삼일'을 다짐했다. 이미 작심삼일의 능력을 경험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속는 셈 치고 올해 계획에 하나 더 추가해 보자. ‘작심, 삼일’ 하겠노라고… 1년 뒤 100%는 아니더라도 포기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