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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용진 May 19. 2015

AOL은 왜 팔렸나?

Verizon-AOL 합병 의미

타임워너를 1620억 달러(170조 원)에 인수했던 AOL이 44억 달러(4조 8천억 원) 가격에 Verizon에 팔렸다. 격세지감이란 표현이 어울릴까? 한때 다이얼 접속 서비스와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 인터넷 시장을 호령했던 AOL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IT 역사 최강 똥으로 기억될 합병사례

AOL은 2009년 구글 세일즈 임원 출신 팀 암스트롱을 영입한 이후 프리미엄 매체 기반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테크크런치,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합병했으며, 이들 매체에 디스플레이 광고를 송출하여 수익화를 추구했다.


최근 AOL은 광고 기술 분야에서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Adap.tv(TV&동영상 광고 네트워크), Convertro(어트리뷰션 마케팅), Gravity(네이티브광고, 추천), Pictela(소재 최적화), Vidible(네이티브 광고, 동영상 유통 플랫폼)와 같은 각종 광고 및 마케팅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특히 비디오 광고 플랫폼 Adap.tv는 당시 실리콘밸리 Ad Tech 진영을 주도하던 스타트업 중에 하나였으며 인수가격이 무려 4억 5천만 달러였다.


AOL은 기존 advertising.com과 같은 광고 플랫폼과 인수합병을 통해 얻은 자산의 시너지를 위해 광고 플랫폼 통합을 작년 3월부터 시작했다. "One by AOL"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올해 4월에 정식 상품으로 런칭 되었다. 전문적으로 깊게 들어가면 요즘 광고업계에서 화두인 키워드 "크로스 디바이스", "멀티 어튜리뷰션", "동영상 광고" 모두를 AOL은 소화하고 있다.


크로스 디바이스는 스마트폰, 태블릿, 데스크탑 구분 없이 사용자를 하나로 식별하고 광고를 노출시키는 기술이다. 그리고 멀티 어트리뷰션은 사용자가 광고를 통해 상품 구매와 같은 특정한 액션을 했을 때, 광고가 해당 구매에 얼마나 기여했는 지를 분석해주는 기술력이다. 동영상 광고는 화두가 단연 모바일 동영상 광고이다. AOL은 이와 같은 광고시장의 화두를 "One by AOL"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음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동영상 광고는 TV 스크린까지 tRatio라는 지표로 커버할 수 있다고 밝혔다.


CEO가 광고쟁이 출신이라서 그런지 AOL은 최근 "Programmatic buying"이란 기치를 걸고 광고플랫폼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리고 AOL은 광고시장 관련해서 '마케팅 키워드'를 상당히 잘 잡는데, 소위 오픈 플랫폼 매니페스토라는 것을 발표하여 자신들은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닫혀있는 광고 생태계가 아닌 서드파티 사업자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다. 근데 자세히 내용을 뜯어 보면 별거 없다. 구글, 페이스북이 walled garden 플랫폼이지만 이는 사업적 선택이고, 실제로 서드파티 사업자 대상으로 다소 제한적이지만 큰 이슈가 되지 않을 수준의 개방 정책을 펼치고 있다.

AOL 광고의 오픈 플랫폼 메니페스토, 누군가는 이를 철학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마케팅 키워드로 치부한다. 나같은 사람들은.

그렇다면 미국 1위 이통사(우리나라로 보면 SKT) Verizon은 AOL을 왜 인수했을까? 그것도 순수 현금 44억 달러를 지불하면서?


이유는 Verizon은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에 있다. Verizon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미국 시장 디지털 트래픽의 70%가 Verizon의 유무선 통신, TV 방송을 통해 전송된다고 한다. 그리고 Verizon 가입자 디바이스는 약 15억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 디바이스 각각을 '점'이라고 비유한다면 Verizon은 이 '점'을 효과적으로 연결 짓지 못하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받고 있다.

점을 잇는다? 어디서 많이 본 메시지인데...

AOL은 이런 면에서 상당히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사업자이다. 원래 시장 후발주자들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및 트래픽을 최적화함에 있어 1위 사업자 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시장으로 비유하면 네이버가 다음 보다 매출을 높지만 트래픽당 벌어들이는 수익을 환산하면 다음이 더 높다는 후문이?(믿거나 말거나)

2등이니까 더 시크할 수 있다

AOL은 AOL.com, 허핑턴 포스트, 테크크런치, 인가젯과 같이 자신들이 보유한 프리미엄 매체 트래픽당 가치(전문 용어로 CPM)를 높이는데 나름 업계에서 인정받는 사업자이다. 특히 이메일 기반으로 AOL이 보유한 매체에 방문하는 사용자를 식별해서 계산하면 1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AOL 주장 OTL). 특히 AOL은 동영상 광고 플랫폼 Adap.tv 인수 이후 미국 전역 온라인 동영상 시용자 도달률이 약 5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Verizon은 미래에 단순한 망 사업자로 전락하기 보다 이메일 기반으로 사용자를 식별하고 이들 행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AOL의 기술력을 일종의 레이어로 두고, Verizon의 디바이스 식별 데이터로 파악할 수 없는 틈새를 메우고자 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시 설명하면, Verizon은 어떤 사람이 어떤 기기를 쓰는지는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사용자가 온라인,  모바일상에서 취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AOL 이메일 기반 광고 기술로 매우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요즘 광고 기술은 단순히 배너만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배너 클릭을 통해 실제 물건을 구매한 사용자의 전환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다.

Verizon TV광고를 한동안 장식하던 Can you hear me now 청년. Verizon Guy로 더 유명하다.

이밖에 Verizon은 AOL 인수를 통해 비디오 광고 플랫폼 기술력 까지 취할 수 있다. Verizon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OTT 콘텐츠 수익화를 AOL의 비디오 광고 플랫폼을 통해 효율화할 수 있다.


과거 인터넷 사업자 영역이라 여겼던 광고 비즈니스 영역에 이통사 Verizon이 넘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자 식별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는데 이 단어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재 인터넷 사업자 중에 이를 통해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이 떠오를 것이다. 바로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로그인 기반으로 스마트폰/태블릿 그리고 데스크톱을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디바이스를 잇는 '크로스 디바이스' 타겟팅 광고를 가장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비즈니스 수익을 거두는 사업자이다.

훨훨 날아다니는 페이스북 주가, 페이스북은  누가 뭐래도 현재는 사실상 광고 기업이다

이제 Verizon이 남의 떡이 커 보이니 AOL 인수라는 카드를 들었다. 과연 필승 카드가 될지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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