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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용진 Aug 25. 2019

텀블러의 새로운 시작

소셜웹 노스탤지어, 텀블러... 새로운 비상을 꿈꾸다

2000년 중반부터 대두하던 소셜 미디어는 2010년에 들어 열풍이었습니다. 다양한 주제, 형식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인기를 유행을 했었죠. 당시 저는 다음 커뮤니케이션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양한 서비스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당시 서비스를 모은 링크)

트위터(Twitter)가 설립된 다음 해인 2007년에 데이비드 카프(David Karp), 마르코 아멘트(Marco Arment)가 창업한 텀블러(Tumblr)는 소셜 미디어 중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텀블로그(tumblelogs)라는 짧은 형태의 블로그 활동을 통해 독자적인 위치를 가졌습니다. 테크 컬럼리스트 카라 스위셔(Kara Swisher)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당시 창의적이었던 텀블러의 분위기를 소개했습니다. 스캔위치(Scanwiches), 가필드 마이너스 가필드(Garfield Minus Garfield), STFU Parents(“You used to be fun. Now you have a baby.”)와 같이 위트 있는 텀블로거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텀블러는 창의적인 커뮤니티로서 성장하였습니다.


아래는 위클리비즈가 텀블러 창업자 데이빗 카프와 한 인터뷰입니다. 초기 텀블러를 만든 그의 비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초창기의 웹은 무질서에서 시작해 개방하고 상상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독특하고 아름다울 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유튜브엔 비디오만 올릴 수 있죠?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는 사진을 드래그해 저장만 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는 글을 140자 이내로만 쓸 수 있습니다. 동영상은 6초, 사진은 정사각형 같은 제한도 있습니다. 텀블러의 비전은 그런 답답함, 규제, 강요를 없앤 커뮤니티 사이트였습니다. 텀블러는 다시 상상하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와일드한 과거의 창의성을 복원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2010년에 텀블러의 블로그 포스트는 10억 개에 이르게 되었으며, 2012년에 광고로 수익화를 시도하면서 텀블러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텀블러가 야후(Yahoo)에 2013년 11억 달러(약 1.3조 원)에 인수되면서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당시 텀블러는 뉴욕 기반의 스타트업이었습니다다. 실리콘밸리 기반이 아닌 뉴욕 기반 스타트업이 엑싯(exit)을 하였기 때문에 당시 뉴욕은 제2의 텀블러 사례를 만들겠다며, “동부의 아들”, “뉴욕의 아들” 텀블러 창업자의 사례를 칭송했습니다.


텀블러 공동 창업자 데이빗 카프(우)와 마르코 아멘트(좌). 마르코 아멘트는 “텀블러는 데이빗이고, 데이빗은 텀블러”라 표현하며 텀블러 비전에 있어 데이빗 카프 존재를 강조했다.


하지만 텀블러는 이후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카라 스위셔의 칼럼에 따르면 텀블러는 저작권, 스팸, 보안 문제를 겪으면서 점점 커뮤니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네오나치, 자해, 그리고 각종 음란물로 초기 창의적이던 텀블러의 커뮤니티 가치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2018년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아동 음란물 이슈로 텀블러 앱이 내려가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현재도 텀블러 iOS 앱 다운로드는 연령 제한이 있습니다).


야후 대표 마리사 마이어(Marrisa Mayer)는 텀블러 인수 당시 독자적인 서비스 운영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야후가 버라이즌(Verizon)에 인수되고, 이후에도 텀블러 운영 조직이 Oath(야후와 AOL 통합 사업체), 버라이즌 미디어 그룹(Verizon Media Group) 거치면서 매니지먼트(management) 변화는 불가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서 텀블러는 내부적으로 많은 부침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공동창업자 마르코 아멘트는 텀블러 피인수 후 일찍 히 사임하였으며(이 후 overcast라는 팟캐스트 서비스 개발), 데이비드 카프는 2017년에 텀블러를 떠나게 됩니다 (데이비드 카프는 야후의 의무 근속기간이 4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버라이즌은 텀블러를 워드프레스(Wordpress)의 모회사 오토매틱(Automatic)에 매각했습니다. 매각 금액은 300만 달러 미만 예측됩니다. 오토매틱의 창업자 매트 뮬렌웨그는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소셜웹의 가치를 여전히 믿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토매틱은 워드프레스 외에도 스팸 필터링 서비스 아키스메트(Akismet), 장문 스토리텔링 플랫폼 롱리드(Longreads)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IT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핏(fit)이 좋은 인수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오토매틱 창업자 매트 뮬렌웨그는 텀블러 인수 이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저는 텀블러를 개선시키는 최선의 방안은 텀블러 팀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관련해서 제가 특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텀블러 서비스 팬이고, 퍼블리싱(Publishing)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워드프레스도 알고 있습니다. 비록 텀블러에 해당하지 않지만, 앞서 언급한 것들에 대하여 스스로 전문성을 가지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정한 분야에서 얻은 교훈을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워드프레스에서 사용자에게 창의성과 표현에 대한 진정한 통제권을 준 사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저는 텀블러 커뮤니티에도 이러한 자유와 창의성의 일부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2000년 대 후반~2010년 초반에 IT기업에서 경력을 시작한 사람들은 웹이 당시에 보여주었던 소셜 가치에 많이 인상을 받았습니다. 학창 시절에 소위 웹2.0이라는 시대를 겪고, 기술을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많은 청년들이 당시에 IT기업 입사 또는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테크 자이언트들이 닫혀진 정원(Walled garden) 전략으로 자신들만의 해자(moat)를 쌓으면서 경쟁력을 구축하는 세상이 당연해졌지만 과거 소셜웹, 소셜미디어가 지향했던 비전이 주는 설레임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파트너를 만난 텀블러가 오토매틱과 함께 새로운 부흥을 이루길 개인적으로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브런치 서비스가 텀블러처럼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로 역할을 계속하길 기대합니다).


오토매틱의 텀블러 인수를 축화하는 데이비드 카프의 텀블러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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