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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jin Seo Apr 10. 2016

컵 이야기

기업의 운영방식

한국의 스타벅스에서는 불과 몇년전만 해도 한국산 머그컵을 사용했었다. 난 그 머그컵을 제조한 회사를 잘 안다. 내가 살던 시골 집(지금도 부모님이 사심)에 있고, 어머니가 그 회사(정확하게 말하면 공장)에 오랫동안 다니셨기 때문이다.

그 공장은 시골에 위치하면서 동네 아줌마들을 고용해 저임금으로 수익을 냈었고, 이후 중국 노동자들을 고용해 수지를 맞춰갔다.

어머니는 내가 고등학교 무렵 그 회사를 그만두셨고 그때쯤 회사의 경영은 지지부진해 보였다. 최저임금도 안되는 사람들을 잘랐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스타벅스에서 그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고 또한 팔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스타벅스 컵은 중국산으로 천천히 교체되어 갔다. 그리고 지금은 그 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왜일까? 가능한 몇가지 경우의 수는 아래와 같을 것이다.


가격: 중국산이 한국산보다 싼 경우. 충분히 가능한 경우다.


물량(회사의 capability) : 회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 역시 가능하다.


품질 : 품질이 중국산보다 좋지 못한 경우.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산 머그컵의 품질이 중국산 대비 절대 떨어질리 없다. 그 회사 앞마당에는 깨버린 반자기 제품이 수두룩 했기 때문이었다. 소비자는 모르는 품질 불량을 회사는 결코 넘어간 적이 없던 것으로 안다.


한국회사에서 중국회사로 바꾼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도 기업의 운영방식에 있지 않을까 한다. 위의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여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품질의 컵을 공급하고자 한다면(마지 플라스틱 머그컵을 모두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처럼) 국가별로 상이한 로컬 정책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의 운영방식을 세계화, 동일 품질 공급으로 잡는다면 (스타벅스가 한국내에서 모든 매장을 직영체계로 운영하듯) 당연히 중국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품질에, 적절한 생산능력을 가진 곳, 중국 말고 큰 대안이 없다.


소싱을 하는 경우 기업이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국내기업을 선택할지, 해외기업을 선택할지 가 달라질 수 있다.

작은 기업이 린하게 운영하지 않고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는 경우 파트너를 잘 선택하는 것이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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