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손자가 태어났다. 어제는 그 손자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가는 날이었다. 센트럴파크역까지 걸어가니 날씨는 약간 싸늘하였으나 기분은 상쾌하였다. 한 10여 분을 걸어가니 센트럴파크역에 있는 송도의 명물 중 하나인 트라이볼이 아주 멋져 보인다. 처음 보았을 때 우주선을 보는듯한 신선한 충격이 떠올라, 한 컷을 찍고 전철을 타고 가다 테크노파크역에 내렸다.
교보문고에 들어가 안내 여직원에게 아동 코너를 물어보니 오른편 맨 안쪽 구석에 있단다. 가서 손자 나이 때의 것을 찾아보니 최소 4세부터의 책은 보이나 몇 개월의 영아가 볼만한 책이 없다. 30분 정도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책이 없어 아내에게 카톡을 보내서 사정을 설명하니 4세짜리도 괜찮으니 사 오란다. 작은딸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휴대폰을 꺼내면서 오른쪽 옆을 보니 멀리서 0세를 위한 ‘아기 초점책’이란 책이 보인다. ‘아이고 좋아라’ 생각하면서 가서 보니 바로 옆에 ‘의성어 동시’란 책도 보인다. 얼른 두 권을 들고서 계산대에서 계산하고서 책을 포장할 포장지와 예쁜 카드를 사서 기쁜 마음으로 전철을 타고서 귀가하였다.
오늘은 코로나 19 때문에 미뤄두었던 아내 생일(실제는 4월 18일)과 작은딸 생일(실제는 5월 3일), 손자의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두 딸과 사위들이 집에서 모이기로 하였다.
아침에 늦잠을 자다가 낌새가 이상하여 카톡을 보니 작은딸이 “지금 가도 됩니까?” 하는 카톡이 와있다. 오전 8시가 약간 지났다. 나는 깜짝 놀라 아내와 상의하여 “오후에 오면 좋지 아니할까?”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는 일어나 황급히 주방에 가서 설거지를 마친 후 청소하였다. 공부하느라 새벽 3시 넘어서 잠자리에 들어온 아내를 조금이라도 더 재우기 위하여 나는 되도록 조용히 청소하다가 9시 20분에 아내를 깨우니 하품을 하면서 일어난 아내는 이제부터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애들 맞을 준비를 다 하고 나니 12시 정도가 되었다. 작은딸에게 오라고 카톡을 보내니 손주랑 짐을 챙겨서 오려면 시간이 걸린단다. 나와 아내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달걀을 삶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커피와 함께 아점을 먹었다. 작은딸 부부를 위하여 샌드위치 2개를 만들어 놓고 여유 있게 TV를 보고 있으니 작은딸 부부가 도착하였다. 손주를 앞에 안고 들어서는 작은딸은 짐을 양손 가득 든 사위를 뒤로하고 개선장군이 들어오듯 큰소리로 “엄마” 하면서 들어온다. 나와 아내는 반가워 작은딸과 사위를 안아주고서, 아내는 손주를 번쩍 안아 들면서, “아이고 많이 컸네.” 하면서 기뻐한다. 나도 번쩍 안아주고 싶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눈과 말로만 사랑을 전해줄 수밖에 없다. 이놈의 코로나 19 때문에 사랑의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참 아쉬운 시대를 겪고 있다.
한 시간 후에 큰딸 부부가 내가 사 오라 부탁한 막걸리를 들고서 싱글벙글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면서 집에 들어왔다.
이제부터는 요리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며칠 전 작은딸이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냉동실에 보관하였던 자숙 바닷가재를 꺼내어 해동시킨 후 씻어 삶은 후 살을 발라내는 작업을 하여야 한다. 이 작업에 딸들과 사위들이 달라붙어 열심히 작업한다. 가재 8마리를 두 개의 찜 냄비에 각각 두 마리씩 넣어 8분간 찐다. 쪄낸 가재를 살을 발라내는 작업이 가장 난도가 높은 작업이다. 큰사위는 가재를 손질하는 껍질 분쇄기(crusher), 가위, 칼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 휴대폰에 가재 손질하는 동영상을 켜 놓고 눈썰미 있게 아주 능숙하게 처리한다. 옆에서 큰딸은 제 남편의 일을 도와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부부라서 그런지 손이 척척 맞고 아주 즐겁게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사랑스럽다.
작은딸이 소래 포구에서 takeout 해온 회와 배달받은 족발과 바닷가재를 상에 차리니 상이 가득하여서 막걸리와 막걸리잔을 올려둘 자리가 여의치 않을 정도로 푸짐하게 차려졌다.
자 이제는 맛있게 먹을 시간이다.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 모두에게 강복하소서.”
식사 전 기도를 마친 우리는 각 잔에 막걸리를 가득 채워 “건배” 내가 외치니, 사위와 딸들이 “엄마(장모님) 생일 축하드려요!” 한다. 잠시 후 큰딸이 “동생도 생일 축하해”하니 “유나 생일 축하해!” 모두 다 외친다. 나는 “우리 손자 어린이날도 축하해” 하니 모두가 “제롬이 어린이날 축하해!”라고 외치고 난 후, 딸과 사위가 “어버이날 축하드려요!”를 외친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날 즈음 “음식 정리하고 케이크 먹읍시다.”하고 작은딸이 이야기하자 앞의 음식이 신속히 치워지고 식탁 한가운데에 흰 케이크가 놓인다. 촛불 6개에 불을 붙인 후 아내와 내가 케이크 바로 뒤에 서니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엄마(장모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딸들과 사위들이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아내랑 나는 훅 불어서 촛불을 끈다. 잠시 후 큰딸이 케이크에서 초를 세 개를 빼버리니 세 개가 남았다. 다시 초에 불을 붙이고 “생일 축하합니다.” 하니 나머지 사람들도 눈치를 채고 다들 손뼉을 치면서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유나 생일을 축하합니다.”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니 작은딸은 웃으면서 촛불을 불어서 끈다.
뒤이어 안방에서 작은 사위가 손자를 안고서 나오는데 ‘할머니 생신을 축하드려요. 선물은 제롬이가 선물입니다.’라고 쓴 글귀가 달린 빨간 리본이 손자의 등에 귀엽게 매달려있다. 아내는 기뻐서 손자를 받아 안는다. 전부 박수로 축하하자 손자는 덩달아 웃으면서 좋아한다.
나는 어제 사서 곱게 포장된 손자의 선물인 책을 아내에게 안긴 손자에게 건네니, 손자는 무엇인지 모르고 멍하니 나만 쳐다보고 받을 생각을 안 한다. 사람들이 웃으면서 손뼉을 치니 덩달아 웃기만 하니, 작은 사위가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하면서 받는다. 아내는 자기가 쓴 카드를 읽어준다. “사랑하는 제롬아! 첫 번째 맞은 어린이날을 축하해. -----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잘 자라다오.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 제롬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밤이 깊어간다. 이제는 이별할 시간이다. 서로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하는 이별의 의식을 마치고 딸들과 사위와 손자가 떠나고 나니 집안이 휑하니 조용하고 뭔가 많이 허전하다. 그래도 왁자지껄함에서 조용함으로 피신한 것 같은 평화로움이 깃드는 것은 마음의 아이러니인 것 같아 재미있다. “올 때 반갑고, 갈 때 반갑다”라는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ㅎㅎㅎ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행복을 창조하는 가정의 달을 주실 것을 하느님에게 기도드린다.
“하느님 저에게 이러한 은총을 베풀어 주심에 진정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우리 가족들에게 올해와 같이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을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21.05.08. 에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