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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주 Nov 13. 2021

절제의 힘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가족, 친구, 성당의 레지오 형제의 사적인 모임에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기보다 직접  말하기를 즐겨한다. (레지오는 성당에서의 봉사단체이며, 성당에서는 신자들끼리 서로 형제·자매라 칭한다.)

상대방에게 나의 지식 자랑하고 해박함과 자랑스러운 경험을 알려주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심해지니 조심하라’는 아내의 충고에도 나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만남의 장소에서 많은 말을 하고 난 후 귀가 시에는 마음이 허전하며 많은 것이 부족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9월 말에 아침 낮 저녁으로 변화가 심한 온도에 몸 관리를 하지 못하여 아주 심한 코감기가 걸렸다.

이 와중에 레지오 단장으로서 사적인 모임을 주선하여야 했다.

분위기 조성 차 많은 말을 하여야 함에도 꽉 막힌 코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상대방을 내 의견으로 제압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말하는 도중 코가 외부로 표출될 것 같은 두려움과 나의 코맹맹이 소리를 상대방에게 들려주기 부끄러워 말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이 나의 의견을 물어보면 그렇다, 아니다 라는 답이나 꼭 필요한 말만 하여야 하니 마음은 매우 답답하고 그 자리가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랬다.

모임이 끝나고 귀가하는 중 나의 마음은 전에 말을 많이 하고 오던 때와 달리 나의 마음이 매우 편안하다.

왜 이러지?

‘그 자리에서 나의 모든 것을 뽑아서 그들에게 주지 않고, 대신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것을 듣고 마음에 담아오기 때문에 매우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맞았다!

절제의 힘이다.   


오래전에 ‘**월간’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오래된 일이라서 세세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주요한 내용은 맞으므로 소개하겠다)

우리나라 현대 역사의 거물인 김대중 씨와 김영삼 씨가 맞수였던 시기에 기자가 두 거두와 제각기 따로 인터뷰를 마치고 한 이야기이다.


김영삼 씨와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기자는 매우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한다.

김영삼 씨와 인터뷰 중 현 시국에 대한 기자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면 김영삼 씨는  경청한 후 함박웃음 지으면서, “아 기자님의 그런 훌륭한 생각에 저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앞으로 그러한 좋은 생각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정책에 반영토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이니 기자는 ‘자기가 엄청 똑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님, 수고하셨는데 이것으로 저녁이나 하시지요.” 하면서 비서가 인터뷰 직전에 가득 채워준 지갑을 주머니에서 꺼내 그곳에 있는 돈을 다 기자에게 주면서, “아 돈이 이것밖에 없어 미안합니다.”라고 하니 기자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김영삼 씨는 어렸을 때부터 누려온 풍족한 생활에서 호방한 성격이 형성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반면에 고난의 정치인 김대중 씨와 인터뷰를 마친 기자는 매우 위축된 마음으로 나온다고 한다.

인터뷰 중 시국에 대한 기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면, 김대중 씨는 중간에 끼어들어, “잠깐만요.  그러한 일에는 이러한 배경과 저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기자님의 말이 올바른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 따끔한 지적을 한다고 한다.

“김대중 씨와 만나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하였음에도 인터뷰 중에 많은 훈계를 받았다.”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기자님 수고하셨는데 저녁식사라도 하셔야죠.” 하면서 서랍을 열어 돈을 꺼내어 책상 밑에서 세어서 기자에게 건넸다.


김영삼 씨는 기자의 의견을 들을 때 절제를 발휘하였으며, 김대중 씨는 용돈을 줄 때 절제를 발휘하였다.

따라서 기자의 입장에서 누구에게 좋은 감정으로 기사를 쓸지는 뻔하다.

‘대통령 된 순서가 괜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여보았다.  


작금, 내년 대통령 선거의 여야 후보가 확정되었다.

기자들의 까다롭고 유도적인 질문에 자제력을 잃고 한 말 한마디에 당선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절제를 지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절제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생각한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함부로 답변을 하지 않는 여당 후보와 잘못된 자기의 평소의 소신을 밝혀 엄청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야당 후보를 보면서, ‘「정도를 넘지 않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한다.」는 절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절제를 상대방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한 사람이 내년의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다.’라고 조심스레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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