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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주 Jan 01. 2022

새해 실행계획 배둘레 관리

두 딸을 키울 때 주변에 좋은 산들이 있는 동네에서 살았다. 딸들 유아 시절에 살았던 서울 상계동에는 수락산, 불암산, 도봉산 등이 있으며, 딸들이 유치원에서 대학시절까지 살았던 군포시 산본동에는 집 바로 뒤에 수리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새해 휴일에는 근처의 산을 등반하면서 올해의 실천계획을 세웠다.

당시 세웠던 새해의 계획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의 체력을 강화하고 회사에서 버티기 위하여 실력을 쌓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나를 괴롭히는 상사나 동료직원들과 사이좋게 지내도록 기원하기보다는 그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주도록 기도하였던 부끄럽고 이기적이었던 기억도 있다.

그런 덕분인지 나는 무사히 회사 생활을 마쳤으며, 두 딸도 결혼을 하여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지지난주(2021.12.14.~16)는 손자가 열이 나서 어린이 집에 가지 못하였기에 ,  이번 주 수목(2021.12.29.~30.)에는 어린이집이 방학이라서 동탄에 살고 있는 작은 딸 집에 출퇴근하여 손자를 돌봐야 했다. 송도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딸 출근 전에 동탄에 도착하여 딸 퇴근 후까지 손자를 돌보는 일이었다.

사랑스러운 손자이니까 돌보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랑스러우니까 더욱 힘들다는 것을 깨우쳤다. 행여나 다칠까 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며,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러한 애틋한 사랑을 은연중에 느끼는 아기는 더욱더 어리광을 부린다.

 


돌이 갓 지난 아가이지만 또래보다 월등하게 성장이 빠른 손자는 활동량이 엄청 많고, 호기심이 많아 뭐든지 처음 보는 것은 자기 눈과 손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일단 손에 들어오면 눈으로 확인하고 입으로 먹을 것인지 알아보고 자기가 가지고 놀만한 것이 아니면 집어던진다. 잠시 핸드폰을 보고 있으니 나에게 다가와 핸드폰을 만지고 싶어 하며 이를 뺏으려 한다. 방석 밑에 감추고 없다고 딴청 피우니 손자는 포기하는 척하며, 다른 곳에 가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휴대폰을 몰래 빼서 나의 주머니에 집어넣고 잠시 자리를 비우니까 손자는 다시 돌아와 방석을 밀치고 이리저리 휴대폰을 찾는다. 아기도 밀당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 손자가 지능이 특별히 뛰어나서 그런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새끼들 하는 행동들을 보면 다 천재 같아 보이고,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 보인다는 말이 생각났다.


요즈음의 장난감은 두 딸을 키울 때의 장난감보다 한층 발전해서 각 장난감의 작동 단위마다 아기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도록 되어있다(곰 세 마리, 학교종이 땡땡땡, 새나라의 어린이, ABC Song, 등등).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음악이 나오면 덩실덩실 춤은 추지는 못하지만, 손이나 가지고 있는 기다란 막대 등으로 박자를 맞추는 모습을 보면서 ‘손자가 전 세계 클래식 경연대회에 나가서 대상을 받을 때 나는 몇 살이나 될까? 그 대상 수여식에 어떤 복장을 하고 참석할까?’하는 황홀한 꿈에 빠진다.

장난감에 딸려있는 빨강, 파란, 노란 등 색색의 플라스틱 공을 나에게 던진다. 방향성이 제법 정확하고 볼의 세기가 느껴진다. 나와 아내는 손자의 공 던지기 솜씨에 매료되어. “와 우리 보석이가 운동신경도 엄청 뛰어나네. 공 던지기가 장난이 아니네.” 한다. 나는 ‘우리 보석이가 운동선수되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운동선수는 힘들 텐데.’ 하면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손흥민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 같으면 운동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공부를 시켜서 훌륭하게 만들어야지.’하면서 돌 갓 지난 아가에게 무척이나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김칫국 먼저 마신다고 흉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지 약간의 주책이 가미된 할아버지의 사랑이라고 이해하여주기 바란다. 경험한 사람은 알 것이고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앞으로 알게 될 것이다.


손주를 돌본다는 것은 엄청난 체력의 소모가 있음을 이번에 깨달았다. 결혼 전에, 해외에 있던 둘째 형의 두 딸을 키웠던 어머니의 고생이 크게 와닿았다. 당시 결혼하기 전의 두 형과 나, 두 여동생과 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하시면서 두 손녀를 키우시고 난 후 심장병이 생기시어, 나의 자식을 키워주시기로 한 약속을 못 지키시겠다고 하셨을 때 내가 어머니에게 느꼈던 서운한 감정은 나의 생각이 짧았음을 느끼며, 당시 서운한 감정을 표현하였던 것이 후회스럽다.

아내는 첫딸을 낳고 다니던 대학병원 간호사를 그만두고 두 아이의 육아에 힘썼다. 나는 퇴근 후나 주말에는 아이들과 같이 지내면서 육아를 도왔지만, 나는 당시에 아기의 귀여움만 느끼고 모든 육아의 힘들었음은 아내의 몫이었음을 깨달았고 그에 대한 고마움을 이제야 느낀다. 두 딸을 키운 후 다시 직업 일선에 나가서 나의 퇴직 후 경제생활을 튼실하게 잡아준 아내의 공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을 느낀다.  


작은딸은 출산 후 1년의 산후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여 손자를 집 근처의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을 다니고 있다. 어린이 집에서는 아기들이 열이 나거나 긴급사항이 발생될 때는 바로 부모에게 연락하여 데려가도록 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이 휴원할 때는 딸과 사위가 서로 휴가를 내가면서 돌봐야 하지만 서로가 여의치 않을 경우는 딸이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우리는 지체하지 않고 출동하는 5분 대기조가 되기로 작정했다. 사랑하는 딸과 사위와 손자를 위하여 우리가 즐겁게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고맙게 생각된다.

이에 따라 딸 집에 가서 입을 간단한 옷과 읽을 책, 필요시에는 노트북을 넣고서 갈 백팩(backpack)을 준비하여 놓았으며, 차에는 항상 여유 있게 기름을 채워놓고 대기하고 있다. 송도에서 동탄까지의 길(59km)을 달려 손주를 돌본다는 것은 체력이 떨어져 있는 우리로서는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임전무퇴 (臨戰無退)의 정신인 ‘대한노인의 정신’으로 무장되어있기에 ‘사랑하는 손자의 돌보기 작전’을 능히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오늘은 2022년 첫날이다.

새해 실행계획을 세울 때이다.

요사이 코나 19로 인한 사회적인 거리두기로 인하여 운동을 등한시하여 몸무게도 많이 늘어 배둘레가 장난이 아니고 근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낀다.

새해의 나의 실행계획은 코로나 19가 나의 일상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나의 배둘레 관리를 위하여 아내와 함께 송도에 있는 여러 공원들을 열심히 산책하고, 코로나19가 물러가면 운동실에서 열심히 근력운동을 해야겠다.

손자에게 멋지고 믿음직한 할아버지가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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