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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주 Jan 21. 2022

겸손케 하옵소서!

“젊은이가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출세라고 합니다.”

정년퇴직을 얼마 안 남은 시기에 인도네시아 출장 때, 자카르타 시내의 한인 식당에서 저녁식사 중 후배인 자카르타 사무소장이 나를 위로하면서 하여준 여러 말 중에서 아직까지 나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말이다.

곱씹어 생각하니, 인간의 한계를 명확하게 나타내는 말이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교양이 형성되기 전인 젊을 때 출세하면 이로 인하여 교만해진다. 이러한  교만으로 진정한 친구들은 떠나고, 주위에는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모이지만, 결국은 이러한 사람들로 인하여 그의 인생 꼬고 행복한 삶을 살기가 힘들어지니, 빠른 출세는 당사자의 전체적인 인생에서 보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란 것이다.


직장생활을 되돌아본다.

직장에서 출세를 하지 못하였으니, 나의 직장생활은 겸손의 시절이 대부분이었다.

진급에 실패하였거나 조직에서 팽 당한 시절에는 우울한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  쌓였으나, 그러한 환경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만을 표출하는 대신 겸손을 내세워 어려웠던 시절을 헤쳐 나가야 했다.


나 자신이 교만해지도록 잘 나가던 시절이 잠시 있었다.  

건설회사에서 자재를 구매하는 부서의 팀장을 맡았던 때이다. 이 보직은 건설회사에서 많은 직원들이 원하는 보직 중의 하나이다. 건설자재의 공급업자들은  자사의 자재를 건설회사에 공급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자연히 자재구매를 담당하는 팀장은 많은 업체로부터 은 유혹을 받는다. 늦게 진급하면서 겪었던 마음고생의 열매로 생겼던 겸손의 마음은 이러한 업체들의 지속적인 유혹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업체들이 나를 등한시하는 기운이 느껴지면 그 업체들은 밉게 보이고, 그러한 업체에게는 나의 권한 내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였다.

그 당시 큰 계약이 이루어지면 업체의 사장은 나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으며, 그렇게 하지 않은 업체는 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렇게 변하는 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를 나 자신은 몰랐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당신 요즈음 많이 변한 것 같아요.”라는 말을 여러 번 하였지만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아내는 그동안 눌려 지내오던 남편이 모처럼 좋은 보직을 가지고 기 펴면서 회사생활을 하는 것에 대하여 제동을 크게 걸지 못하였다고 한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이러한 생활을 오랫동안 하도록 하지 않으셨다. 3년 남짓의 구매계약실 팀장의 보직을 맡던 중 담당 임원과의 의견 충돌로 구매계약실에서 팽을 당하였던 것이다. 현장부서, 영업부서, 총무부서 등으로 7~8년 전전하면서 후배 밑으로 발령받는 등 갖은 수모를 당한 후 정년퇴직을 하였다. 이 기간 동안 어떠한 잘못이 없었던 나를 중간에 내쫓을 사유가 없었기에, 회사는 나에게 갖은 수모를 주면서 자진 사퇴를 유도했던 것이다. 이러한 격랑의 세월 동안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하여준 것은 겸손한 마음으로 직원들, 특히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베풀었던 배려의 힘이었다.

야간대학에 다니는 직원에게 퇴근 후 잔업을 주지 않도록 배려하였고, 부인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  주말마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던 신혼이었던 직원을 서울로 보내기 위하여 상사와 많은 다툼 끝에 이산가족의 어려움을 해결하여주었던 것,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하여 사표를 낼 것인지를 고민하는 동기 밤새워 술 마시면서 따뜻한 위로를 하던 일 등, 동료직원들에게 정을 베풀어주었던 일들이 직간접적으로 나의 힘들었던 직장의 말년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든 힘이 되었다. 그들은 내가 어려운 입장에 놓였을 때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알려주거나, 퇴근 후 윗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나를 만나 막걸리 한잔을 대접하면서 위로의 말을 하여 주었다.

“거만은 자기의 모든 우월한 것들을 한 순간에 날릴 수 있으나, 겸손은 자기의 부족한 모든 것들을 덮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작금의 대선정국을 보자.

어린 시절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여 자수성가한 인권변호사 출신의 여당 후보, 유복한 환경에서 공부하여 여러 번 사시에서 떨어지는 인고의 세월을 거친 후 사시를 통과 후 소신에 찬 행동으로 검사총장으로 임명되어 더욱 소신에 찬 행동을 한 결과 대선 후보로 선출된 야당 후보, 이와 더불어 잘못된 풍토에 찌든 당의 부조리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 덕을 입어 선출된 야망이 대단한 어린 야당 대표, 이러한 사람들의 활약으로 대선 열기는 한껏 달궈지고 있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어떠한 후보가 진정 국민과 국가를 위하여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국민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겸손한 마음과 국가의 장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으로 무장하여 자신의 역량을 국민과 국가를 위하여 쓸 수 있는 사람에게 나의 한 표를 던지려 한다.


신앙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은 하느님을 지향하여 하느님을 닮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사람이 눈에 자주 띄며, 신앙인으로서 나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우리는 하느님과 같은 완전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자위하기에는 어떤지 떳떳하지 못함을 느낀다.

하느님의 대리자인 사제들 또한 하느님의 기준으로 볼 때 역시 부족한 면이  눈에 띄어 신도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분노에 차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사제와 신도들의 부족한 면의 내면을 깊이 파헤쳐보면 예외 없이 예수님의 가장 큰 덕목인 겸손이 결여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느 형제님의 “하느님을 보고 신앙생활을 하여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모든 사람들이 겸손의 마음을 갖추어 서로를 배려하는 세상이 되면 지구 상의 모든 문제점들이 다 해결되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조물주인 하느님은 인간을 자기와 같은 완전체로 만들지 않으셨다. 그 이유는 나는 모르겠다.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겸손한 마음을 갖추도록 하여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오, 주여! 이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이 주님의 덕목인 겸손을 갖추어 이 세상이 천국으로 변모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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