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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한국사회 갈등의 원인, 군대와 한국전쟁

by 바람
KakaoTalk_20250411_193944232.jpg 영화 <박하사탕> 속 설경구.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모든 조직에서 군대 문화가 잔존하는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동아리, 학회, 회사, 심지어 교회까지. 수직적 위계구조와 서열화, 그리고 획일화는 사회 곳곳에서 상흔으로 너무나도 깊게 남아 있다.


군대란 어떤 곳인가? 공장형 찍듯이 사람을 하나의 자원으로 취급하는 집단의 성격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효율성과 획일화 문화의 극치이다. 그곳에선 먹어도 배고프고, 잠을 자도 졸리다. 흔히 군대 다녀오면 사람 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군대에 다녀오면 시스템에 더 순응적이게 된다는 말로 바꿔서 표현해야 한다.


한국인들 중 남성은 국방의 의무를 가지고 있고, 이들은 대학이나 회사에서 자기도 모르게 군대 문화를 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미국도, 일본도, 독일도, 영국도, 프랑스도 징병제를 취하지 않기에 한국만큼 군대 문화가 심한 나라는 없다. 한국 학생들은 대학에서 질문하지 않는다. 영국에서 수학한 동기의 강렬한 질문 태도에 한국 학생들이 오히려 눈총을 쏘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이 있다.


집단에서 조금만 튀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나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면 배척한다. 이 또한 군대의 획일화 문화의 잔존이다. 그냥 우연히 같은 학교에 1,2년 먼저 다니는 것인데 선후배 관계를 확실히 하려고 한다. 이 또한 군대문화의 잔존이다. 99명이 옳다고 하면 1명의 의견은 묵살된다. 효율적 군대 문화의 흔적이다.


지금까지 내 칼럼을 읽은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이 군대 문화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쓰는 글들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 또한 획일화 군대 교육의 산물인 것이다. 생각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남녀 갈등 문제의 핵심도 군대다. 2년을 군대에 바쳤다. 그 시간에 여학우들은 교환학생을 가고, 휴학을 하고, 시험을 준비한다. 그런데 군 가산점은 폐지되었다. 한국 남성 청년 보수화에는 진보세력의 괴이한 pc주의가 한 몫했다. 진보라고 해서 항상 새로운 이념을 창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스승인 플라톤의 철학을 철저하게 비판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발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고 존경하고 존중해 주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나랑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하면 일단 배척하거나 거른다. 이 또한 군대의 획일화 문화가 우리 DNA에 깊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대학생들은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기 시작했다. 사실 직장에 들어가고, 가정이 생기면 사람은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지킬 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사회 개혁의 유일한 최후의 보루이다. 근데 다들 보수적이다. 나이 들면 더 보수적으로 될 텐데...


나도 글 쓰기 싫다. 조용히 살고 싶다. 근데 다들 너무 조용해서 이상하다. 내가 이상한 건가. 하긴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지동설 이야기 하다가 종교재판받았었지.


한국전쟁으로 분단된 상흔의 흔적을 지우고, 통일과 모병제 전환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는 한국 사회는 더 획일화되고 말 것이다. 마치 다 같이 무신사에서 산 같은 옷을 입은 서로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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