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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한국 사회 특이한 신비 현상 ; 태몽

by 바람
KakaoTalk_20250411_195159649.jpg 호랑이 가족도 (虎家圖)

*** 이 글은 그냥 재미로 읽어주길 바란다.


동아시아 역사의 '정사'말고 '야사'에도 관심이 많은 내가 한 가지 흥미롭게 관찰한 현상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태몽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이 태몽이라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관찰된다. 역사 속 위인이나 유명 정치인, 연예인, 추기경까지 포함하여 태몽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나의 태몽은 무엇일까? 나의 모친은 20살 때 고아가 되자 의지할 곳이 없어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근데, 교회에서 자꾸 헌금을 요구하자 계속 옮겨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쳐 교회는 다니지 않게 되었다. 그 후 불교 집안인 나의 부친과 결혼을 하였고 종갓집 막내며느리가 되었다. 강원도 평창 유지 집안인 나의 친가는 가부장제의 끝판왕이다. 당연히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했다. 나의 친조부는 종중 중 제일 큰 어른이었고, 늦둥이 막내아들인 나의 부친이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가기를 바랐다.


근데, 이런 나의 친조부의 바람과는 반대로 누나가 태어났다. 모친은 속이 탔는지 절에 가서 매번 아들에 대한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예수님 믿으면서 왜 절에 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다가 꿈을 꿨는데 어머니가 뒷간에서 대변을 보고 있는데, 집채보다 훨씬 큰 엄청난 크기의 호랑이가 뒷간에 들어와 모친의 손가락을 애교 부리듯이 물었다고 한다. 모친은 그 호랑이의 눈동자가 참 예뻤다고 말했다. 꿈을 꾼 뒤 스님을 찾아간 모친은 해몽을 부탁했고, 이건 태몽이고 뒷간은 부를 상징하고, 호랑이는 명예를 상징한다고 했다. 또한, 이 아이는 아들이며 장차 나라를 구할 국무총리에 버금갈 인물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였다. 복이 달아난다고 뭐라나. 내 이름도 원래 모친이 '이승규'라고 지을 계획이었는데, 친조부가 이상한 작명소에서 이름을 받아와서 '이용규'로 지었다. '용'자는 원래 사람 이름에 잘 안 넣는다던데 왜 넣었는지 짜증 난다. 물론 개명할 생각은 없다. 난 내 이름이 그래도 간지 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사실 이 태몽을 믿지 않는다.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별로 관심이 없다. 일단 난 사주팔자니 미신이니 이런 거 일절 믿지 않는다. 무당도 너무 싫어한다. 징크스 같은 것도 안 믿는다. 내가 믿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가르침밖에 없다. 내가 하는 종교 행위는 그저 주일마다 1시간 정도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신학자들의 주석을 연구하고, 세계와 사회 그리고 지인과 가족, 나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게 전부다.


나중에 맘이 바뀌어 천주교회(성당)는 다닐 수 있지만, 사람 일은 잘 모르기 때문에 확언하기 어렵다.


물론 지금은 로스쿨에 준비해서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고, 안되면 금융감독원에 갈 계획이다. 근데, 이것도 실패해도 괜찮다. 9급 공무원 해도 괜찮고, 알바만 하면서 살아도 상관없다. 동네에서 김밥 말아서 팔면서 장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국회의원이 될지, 대통령이 될지, 국무총리가 될지, 장관이 될지, 9급 공무원이 될지, 김밥 장사꾼이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난 그냥 오늘 하루 내가 하고 싶은 공부 중에 잘할 수 있는 것 하면 거 행복하게 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이상한 미신과 징크스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이 글이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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