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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마인드, '한잔해'

by 바람
KakaoTalk_20250411_195633181.jpg 수지의 '처음처럼' 광고.

이전에 한겨레 21 칼럼을 읽다가 흥미롭게 본 부분이 있다. 노르웨이 여행 가이드가 북유럽과 한국 사회를 비교하며 쓴 글이었다.


'북유럽은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다.'


사실 북유럽이 거의 지상낙원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이들의 복지 수준이 높고 공동체 의식이 강한 건 지리적 요인도 상당하다. 북유럽의 지리적 환경은 굉장히 추운 기후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생존을 위해서는 연대할 수밖에 없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낮이 짧고, 밤이 길기 때문에 삶이 굉장히 건강하다 못해 지루한 느낌마저 들곤 한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급속한 산업화라는 격동의 시기에서 수많은 모순을 겪었기는 했지만, 그 속에서 분명 즐거움이 없지는 않았다. 음주문화가 도를 지나쳐서 3,4차까지 가는 꼰대 부장들 말고 김치에 삼겹살 구우면서 소주 마시는 1차와 조용히 맥주 마시는 2차까지의 회식 문화는 한국 기업의 급속 성장에 따른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또, 미처 맨 정신에 하기 어려웠던 속 이야기를 회식 문화를 통해 호쾌하게 주고받으면서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해결해 주는 역할도 해주었다.


하지만, 급속한 개인주의의 발달과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이런 음주 소비 자체가 극단적 개인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MZ들은 이제 회식을 싫어하고, 퇴근하면 집에서 유튜브 보거나 SNS 하거나 자기 계발하는 게 더 좋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아랫사람들 마음을 알기가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이 극단적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로 변질되었고, 한국을 재미없는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술은 마시지 않지만, 술자리는 그렇게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에서 적당한 정도의 음주는 오히려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생각도 많이 하곤 한다. 너무 잦은 회식은 지양하지만, 어느 정도의 회식 문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쓰는 밈 중에 '~니까 한잔해'라는 말이 있다. 지금 20,30에게 필요한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부조리 투성이고, 부당함도 너무 많다. 물론 나에게 치명적인 부조리에는 맞서는 게 맞지만,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기에는 소중한 개인의 인생과 시간이 아깝다.


이때, '한잔해 마인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그래도 잘 버티고, 살아오지 않았냐.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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