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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없어져야 할 사회적 담론, 외모지상주의와 자존감

by 바람
KakaoTalk_20250411_195857027.jpg 2018년에 찍은 나의 증명사진.

*** 스포 주의


작년 겨울에 영화 서브스턴스(2019)를 본 경험이 있었다. 톱스타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가 주연을 맡았고, 코랄리 파르자가 감독을 맡았다.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해서 작품성도 인정받은 영화이다. 늙어버린 중년의 하이틴 스타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름 지고, 너무 늙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알게 되고 일주일간 번갈아 가면서 20대 초의 젊고,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수(마가렛 퀄리)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본래 자아인 엘리자베스가 싫어진다. 결국 어기지 말아야 할 일주일 법칙을 깨버리고, 자아가 붕괴된다. 마침내 이 존재는 엘리자베스, 수도 아닌 괴상한 존재가 되어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는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인류 전체에 퍼지면서 텍스트 중심의 정보 전달에서 영상 중심의 정보 전달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물론, 순기능도 많지만 폐해가 너무 심각하다.


중,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교회, 회사, 사회에서 사람들을 살펴본 결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행동 양식이 공통되는 것을 관찰한다.


첫째, 자존감이 높아 보이는 인물들. 이들은 내가 보기에 나보다 그렇게 잘난 것 같지도 않은데 지나치게 자신들을 과신한다. 나는 성형 경험은 없지만, 얼굴이 비교적 하얗고, 하도 공부와 독서를 많이 해서 등이 굽었지만 키도 180~181이다. 눈은 크고, 코도 오뚝하다. 어깨도 좁지 않은 편이고, 패션에 대한 미학적 감각도 없지 않다. 몸무게도 군대에서 한창 운동할 땐 77kg까지 찌웠었고, 벤치 프레스도 80kg까지 들었었다. 솔직히 머리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성격도 타인을 먼저 괴롭히거나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가 잦았지만 부모님이 치킨 집 운영을 열심히 하셨어서 집에 부채도 없고, 소득분위도 9 분위다.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도 많다. 학벌도 좋고, 장래도 촉망된다. 운동도 어머니가 배구선수 출신이어서 아주 못하지는 않는다. 근데 이런 내가 보기에 나보다 그렇게 잘난 것도 없어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 무시하는 말을 대놓고 해댄다. 나보다 조금 못난 거 같으면 무시한다. 나보다 없어 보인다고 판단하면 깔본다. 조금 교양 있는 척하는 놈들은 티는 안내지만 비언어적 표현도 다 잡아내는 그들의 속내를 나는 읽을 수 있다. 이들은 보통 10대 때 대학교육을 받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부모 밑에서 자랐을 것이다. 성인이 되기 전에 겪어본 시련이라곤 대인관계 갈등과 학업 부진이 전부다. 자살이나 학교폭력, 가정폭력, 학대나 극심한 빈곤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둘째, 자존감이 낮아 보이는 인물들. 이들은 내 눈에는 분명 너무 예쁘고, 멋진 아이들인데 사람들 앞에서 기를 못 편다. 왜곡된 외모지상주의와 자존감 이론의 피해자다. 이들은 보통 사회에서 작든 크든 상처를 받았다. 은둔 청소년 문제와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다.


셋째, 자기 객관화가 잘된 인물들. 이들은 자신을 잘 객관화한다. 자신을 뽐내지도 않고, 타인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정신의학적으로 호모클라이트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너무 조심스럽고, 항상 방관자 태도를 견지한다. 비겁한 사람들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린 다 별 볼이 없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서울역 길거리 노숙자나 일론 머스크나 큰 차이가 없다. 노숙자도 10대와 20대 때 가정과 교회의 사랑과 관심,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제되면 자신의 적성에서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자존감이랑 외모지상주의는 다 허구이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외모, 인간관계, 평판, 돈, 건강, 사회적 지위를 다 잃어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왜 이렇게 자기 잘났다는 놈만 가득한지 모르겠다. 제발 이 인스타그램에 자기 못났다는 것 좀 올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글 읽으면서 나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DM주라. 내가 죽을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헤서 당신을 뛰어넘어 주겠다. 그리고, 말해주겠다. 내가 세상적으로 당신보다 나을 수는 있지만, 분명 당신도 나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값진 보물들을 가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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