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용규의 이모저모

글을 쓰며 기도하는 것

by 바람
KakaoTalk_20250411_202252159.jpg 황금 나무.

글을 쓰는 것은 무엇일까? 무언가를 남기는 과정이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은 글 쓰는 사람들을 무서워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남긴다는 것이고, 남긴다는 것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쓴다(作)는 행위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행위 중에 하나이다.


지금까지 참을성 있고, 깊은 아량으로 내 글을 읽어준 당신은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 전혀 아니다. 난 아는 게 쥐뿔도 없다. 아는 척만 많이 하는 지적 허영심에 가득 찬 사람일 뿐이다. 근데, '안다'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일까? 당신은 무언가를 아는가? 또는 안다고 확신하고 있는가. 어쩌면 내가 믿고 있는 것 자체가 다 거짓은 아닐까. 호접이몽(胡蝶之夢)은 사실인 것인가.


사실 지금 세계에서 큰 권력을 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일론 머스크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임기가 끝나면 그냥 돈만 많은 고약한 백발의 할아버지다. 현 인류 최고 천재 중에 한 명인 일론 머스크도 언젠가는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질 운명이다. (물론 그가 뉴럴링크를 성공하면 그의 정신은 살아있겠지만.) 지금 애초에 이 지구상에서 숨 쉬고 있는 모든 인류 또한 200년만 지나면 다 죽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모태에서 태어난 육체 없이 정신만 이식한 존재를 인간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죽음이라는 것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이다. 사실 난 죽는 건 무섭지 않다. 어떻게 살지가 두려울 뿐이지.


글을 쓰면서 계속 속으로 기도한다. 오늘은 또한 주일이어서 조용히 성경 읽고, 묵상하며, 지인들을 위해 기도했다. 내가 쓰는 괴짜 같고, 발칙하고, 버릇없는 글들이 나보다 뛰어난 나의 지인들에게 거름으로라도 쓰이게 해달라고. 가끔 그리스도께서 이 한국 사회와 인류에 대해 찬란한 황금나무를 꿈꾸는 모습을 생각하곤 한다. 내가 쓰는 아주 보잘것없는 글들이 이 나무의 아주 작은 거름으로라도 쓰이길 기도한다. 그리고, 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의 행복과 건강, 그리고 인생을 위해 기도한다.


부디 내 글을 읽고, 나를 죽이기를 바란다. 나를 죽여서 거름으로 쓰길 바란다. (그렇다고 진짜 죽이지는 말고.)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나처럼 하찮지만 진솔한 글 쓰는 문화가 퍼지길 오늘 밤에도 기도한다. 내 행위가 악할지라도 나의 동기에 아주 작은 선(善)이 있다면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그것을 기쁨으로 받아주신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용규의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