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차장이 내게 알려준 것
내 칼럼을 읽는 사람 중에 계속 인턴 이야기해서 양해를 구한다. 그렇지만, 난 2달의 감사 시즌에서 배운 게 상당히 많다.
내가 배정받은 삼덕 501의 J 차장은 50대 초반의 커리어우먼이다. 내가 이 사람한테 자소서 내고, 면접 봐서 뽑혔는데, 이 사람도 참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사실 네트워킹 펌에서 대표인 K이사는 사업자들과 만나고, 영업 뛰느라 실무를 할 시간이 없다. 검증 보고서든, 감사 보고서든 K이사 이름으로 발행되긴 하지만, K이사가 큰 틀에서 최종 검토만 빠르게 하지 모든 실무는 사실 이인자인 J 차장이 진두지휘한다.
팀이 인턴 4명, 회계사, 세무사, AICPA, 경력 이직자 포함 10명으로 총 14명이서 지난 감사 시즌, 특히 전국의 국고보조금 회계검증 과정을 커버 쳤다. 다른 회사들과 다르게 회계법인은 시즌인 2달에 거의 모든 일이 몰려있다. 여름에는 한가해서 이사랑 소통만 잘되면 유럽으로 한 달 정도 휴양도 갔다 온다고 하였다.
쨋든, 방대한 감사 및 검증 업무량으로 정직원분들은 거의 밤을 새우거나 12시까지 근무하기도 했다. 나도 사실 노트북 들고 집 가서 계속 일했다.
그런데, 이 14명의 실무자들이 이렇게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J 차장의 공(功)이 크다. 압도적인 카리스마, 극 이성적 T의 끝판왕, 엄청난 속도의 업무처리 속도, 초월적인 논리력, 극효율적인 업무 assign까지. 악성 사업자들이 봐달라고 찡찡거리면 연락하면 날카로운 논리로 다 뚜들겨 팬다. 말과 글도 엄청 빠르다.
극노잼 끝판왕 회계 업무에서 30년 살아남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난 이 사람이랑 일하다가 몇 번 생각이 달라서 논쟁을 한 적이 많다. 받아들여진 것도 소수 있지만, 대부분 역관광 당했다. 오랫동안 쌓은 실무 경험은 내가 학교에서 배운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넘을 수 없는 영역이구나...
사실, 2월 28일 퇴사하고, 3년 정도 회계사 시험을 하려고 했는데 맘을 접었다. 일단 너무 재미없게 일했는데 달마다 내 통장에 꽂힌 200만 원을 받아도 별 감흥이 없었다. 지금 솔직히 회계사 자격증 나한테 준다고 해도 별로 받고 싶지가 않다. 그 재미없는 일을 평생 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J 차장의 엄청난 업무 역량 밑에서 일하면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J 차장은 인턴 첫 주 교육 기간에 나와 내 동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고보조금 회계 검증, 감사 업무는 소명의식이 있어 해야 합니다. 국민의 피 같은 혈세가 낭비되는 것 옳지 않아요."
J 차장은 분명 멋있는 여성이었다. 돈과 권력에 눈이 멀고, 자기 과시적인 정치인들과 인플루언서들과는 다르게 어쩌면 건설적인 역사는 이렇게 이름 없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이들이 일구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J 차장이 내가 퇴사할 때,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를 위해 항상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난 감사하다고 말했다. 건물을 나오고 속으로 되뇌었다.
'차장님, 저도 너무 감사했어요. 저도 차장님과 삼덕 501 위해서 항상 기도할게요. 당신은 너무나도 멋진 어른이고, 크리스천이며, 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