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암덩어리 ; 졸부(猝富)
아직 학부생이여서 사회인들을 만날 기회가 엄청나게 많지 않다. 종종 부자(richer)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간접적으로 자서전이나 수필을 통해 그들의 철학이나 경제관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이나 강연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항상 같다.
조금 교만한(arrogant)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졸부(猝富)가 너무 많다. 무지한 사람들. 아무런 사회적 책임 의식도 없는 사람들. 5성급 호텔에서 섹스하고, 골프 라운딩만 칠 줄 알지, 판자촌 연탄봉사나 기부는 할 줄 모르는 사람들. 1년에 500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들. 학벌 세탁으로 sky 대학원 석사학위를 돈을 주고 사는 사람들. 돈이랑 사회적 지위만 빼면 그저 고깃덩어리 그 자체. 자신이 세상에서 최고이며, 갑질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돈이 계급 그 자체이며, 자신의 인격도 그만큼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스노우폭스(snowfox) 김승호 ceo의 '돈의 속성'에서 한국과 미국의 자본시장 구조에 대해서 간략하게 분석한 부분을 보고 참 개탄스러웠다. 미국의 경우 금융 투자 자본의 20%가 부동산, 80%가 주식인데, 한국은 80%가 부동산, 20%가 주식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경우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대신 기업 투자가 활발하여 엄청난 부의 선순환(circle)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이 너무 무지해도 무지하다. 나라보다는 자신들의 배불뚝이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국제정세에도 무감각하다. 한국에 부동산이 몰린 자본이 국내 주식 시장으로 쏠리면 어떻게 될까? 물론 기업 거버넌스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지만,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임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투자를 받는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고용도 늘어날 것이고, 고용이 늘어나면 소비도 증대된다. 소비가 증대되면, 경기가 부양되고, 내수경제가 살아난다. 부동산 버블도 꺼지면 17억 아파트도 5억까지는 충분히 내려갈 수 있다.
돌아가신 유한양행의 초대 ceo 유일한 박사는 독실한 크리스쳔이었다. 독립운동가이시면서도, 언제나 기업의 경영철학을 더불어 같이 사는 삶과 투명한 회계, 공정한 경쟁과 실력으로 승부 보시던 분이다. 재산도 대부분 사회에 환원하셨고, 손녀에게 대학 학자금만 남겨두셨다.
상법 개정에 대해 반대하는 기생충같은 현재 한국 재계와는 철학과 세계관이 아예 다르다.
한국에 졸부(猝富)가 너무 많다. 실력과 능력이 없는데, 그 범위를 넘어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눈에 거슬린다. 오늘도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추가되었다.
p.s. 칼럼 메인 이미지는 돌아가신 유일한 박사님. 박사님, 저희가 꼭 박사님의 뜻을 이어받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