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secret)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연출한 늑대아이에서 유키가 쇼헤이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장면은 깊이 각인되어 있다. 유키는 사실 늑대인간이고, 저학년 시절에 쇼헤이랑 다툴 때 늑대의 발톱으로 그를 다치게 한 적이 있다. 그녀는 항상 그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학교 사회에서 늑대인간이라는 것이 들키면 안되기 때문에 숨긴다. 폭풍우가 내리는 밤, 재혼한 엄마를 둔 쇼헤이와 동생 아메를 찾아나선 엄마를 둔 유키만 학교에 남는다. 유키는 쇼헤이에게 3년 전의 진실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늑대인간임을 밝힌다. 다음은 이어진 대사이다.
쇼헤이 :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네 비밀이지? 아무한테도 말안했어. 앞으로도 안할거야. 그러니까 이제 울지마..."
유키 : "울긴 누가 울어? 이건 빗방울이야...
(눈물을 흘리며)
..... 고마워..."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비밀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독교 세계관 내에서는 누구나 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죄인'이다. 범죄(crime)를 저질러서가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타인에게 상처을 주거나, 선의의 동기가 악의 결과를 낳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모든 사람과 다 잘지낼 수는 없는 것이고,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것도 그 반증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속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일단 부모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었고, 누이는 상태가 좋지 않다. 친구나 지인들도 보면 각자의 힘듦이 있기에, 별로 나의 고통까지 더해주고 싶지 않다. 이에 더해, 용기내어 비밀을 이야기 하였을 때 안좋았던 기억들이 존재한다.
내가 나의 진실과 진의를 이야기하였다.
누군가 그것을 잘 경청해주었다.
근데, 내 귀에 내가 말했던 내용이 들린다.
한두번이 아니다.
더 심한 경우는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 하였고, 그 비밀 자체를 타인들끼리 공유하며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담론의 주제와 내용은 '나'인데, 담론의 주체는 '타인'들이다.
이것도 명백한 폭력(violence)이며, 죄(sin)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비밀이 없다고 한다.
신에게는 비밀이 없다.
신은 가장 높은 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인, 더 나아가 아내가될 사람과 그리스도가 아니면 나의 속 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크지 않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영악하고, 악해서 타인의 치부와 삶을 방관하고, 해부하는데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입장을 바꾸어 자신의 죄와 과오를 들추는데는 기겁을 한다. 이것 또한 메타인지의 부재와 공감능력 저하에 따른 사회적 기능 저하이다.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
인스타그램 view가 이제 거의 8만을 넘어간다. 하지만, reacting이 거의 없다. 저번에도 썼지만, 읽기 싫으면 팔로잉을 취소하면 되는데, 그 행위를 하지 않는다. 나의 비밀에는 관심이 많지만, 자신의 사생활은 소중하다. ㅋㅋ.
타인이 8만번 나를 관찰했는데, 나는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난 진실되고, 진솔된 글을 쓸 것이다. '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다.'라는 돌아가신 조영래 변호사의 말씀처럼, 거짓과 위선, 자시과시로 물든 인스타그램 문화 타파를 위해서 나는 도덕과 대중이라는 광장에 매일 십자가에 못박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