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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6. 2023

틈새시장

2009/10/16

TV 드라마에는 잘 사는 회장님도 많이 나오시지만 그만큼 서민도 많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변하고 시대가 달라졌지만, 서민의 삶을 대변하는 장소로 포장마차의 존재감은 여전합니다. 실제로 포장마차가 서민이 삶의 시름을 달랠 수 있는 착한 가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참 현대극을 촬영하러 돌아다닐 때 포장마차도 자주 등장하는 촬영장소였습니다. 시간은 부족하고 이동 장소가 많은 경우 저는 포장마차를 찾아 마포 등지로 돌아다니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술팀에게 포장마차를 제작하라고 하고 저희가 끌고 다니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또한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2004년이 되어 촬영 전문용 이동식 포장마차가 생겼습니다. 아마 한 번, 두 번 촬영용으로 임대해주던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아예 촬영 전담으로 나서신 모양입니다. 촬영팀으로서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포장마차를 가져다주니 편리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물론 실제의 포장마차보다는 안주의 수가 많지 않아 그림이 좀 떨어지긴 합니다만, 포장마차에서 아름다운 영상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에 별 탈 없이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현장에 나타난 포장마차에는 허기에 지친 스태프들을 위해 뜨끈한 어묵 국물과 떡볶이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프로듀서로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될 수 있으면 포장마차 장면을 하루 일정의 마지막으로 잡는 것입니다. 아직 촬영이 많이 남아 시간이 부족한데 스태프들이 때 아닌 야식 파티를 벌일 수도 있고, 발동이 걸려 소주 잔치가 열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촬영 전담 포장마차를 보면 저는 틈새시장이 생각납니다. 많은 포장마차들이 드라마를 위해 장소를 임대해 주었을 텐데, 이렇게 촬영 전담으로 나선 아주머니는 몇 분 안 계셨습니다. 아마 소일거리 삼아 부업으로 하시는 일이겠지만 틈새시장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는구나 하는 신선함을 느낍니다.


프로듀서로서 제가 발견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중파 방송에 근무한다고 해서 제게도 틈새시장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브로드(Broad) 캐스팅에서 내로우(Narrow) 캐스팅을 지향하는 것이 앞으로의 생존 전략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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