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8
촬영만 들어가면 일정에 치어 세상에 없는 불효자, 형제가 되는 게 드라마 연출이란 직업입니다. 어쩌다 촬영 현장에 친인척이 찾아오셔도 제대로 환대를 못 해 드립니다. 얼마 전 [아내가 돌아왔다] 야외촬영장에 칠십이 넘으신 부모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 처가 어딘가에 남긴 글입니다.
우선 작년에 있었던 일.
한창 <일지매> 촬영 중일 때, 울 시누이가 가족들과 녹화현장에 다녀오셨다.
출연진들과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고 구경도 하고... 다녀오셔서 전화를 주셨다.
울시누: 가서 재미있게 구경 잘하고 왔어. 근데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다 열심히 일하고 고생하는데,
용석이는.... 별로 하는 일이 없더라?
나 : 네...??
울시누: 그냥 앉아서 "액션!" 하고 소리만 지르고 TV만 보던데?
나 : 아~ 그건 그냥 TV가 아니라 감독용 모니터예요.
그리고, 촬영현장의 모든 일들이 용석 씨 감독 하에 진행되는 거예요.
울시누: 응. 근데 별로 힘들어 보이진 않더라.
<일지매>가 한창 방송 중일 때 시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시어머님 : 어휴, 어제도 너무 재밌더라~~
나 : 네 ^_^
시어머님 : 화면도 너무 아름답게 잘 찍고~~
근데 용석이가 언제 그렇게 사진 찍는 걸 배웠는지 모르겠다.
나 : 네.....?????
시어머님 : 촬영을 참 잘하더라.
나 : (완전 어리둥절) 어머니, 촬영은....... 용석 씨가 하는 게 아니라 촬영감독이 하는 건데요.
시어머님 : 그래? 난 지금껏 용석이가 직접 촬영하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얼마 전 추석 무렵.
시부모님께서 11월 방송될 <아내가 돌아왔다> 촬영현장에 다녀오셨다.
그동안 아들 일하는데 방해되기 싫으시다고 한 번도 안 가셨던 터라
이번에 처음으로 촬영현장을 방문하신 거였다.
나 : 어머니, 촬영하는 거 보시니까 어떠셨어요?
시어머님 : 응, 아주 재미있더라
조민기는 화면보다 훨씬 멋있고, 강성연도 화면보다 너무 이쁘고....
나 : 네 ^_^
시어머님 : 근데 말이다.......
용석이는 거기서 별로 하는 일이 없더라?
난 아직도 걔가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울 시댁식구들..... ㅋㅋㅋㅋ
너무 무심하신 거 아냐? 아님 너무 쿨하신 건가......
다음에 친척들이 오면 장비라도 들어서 옮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