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PD Jun 17. 2023

방학숙제 인터뷰

2009-08-17

가끔 절 인터뷰하는 게 숙제인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유명인도 아니고 저도 학부모인 입장이기에 숙제하러 온 학생들에게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어린 학생들처럼 PD를 목표로 공부하는 분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까 하여 공개적으로 대답합니다. 



1. 드라마 PD가 되신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사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드라마 PD가 훨씬 생활이 안정된답니다. 영화감독이 영원한 프리랜서라면, 드라마 PD는 조직이 주는 따뜻함이랄까 그런 보호막이 있습니다.  또한 예능 PD나 교양 PD에 비해 콘텐츠의 내용에 훨씬 더 깊이 관여할 수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 수도 있고요.  저는 그런 저의 역할로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2. 드라마 PD가 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문예적인 능력이라고 할까요? 좋은 작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음으로는 영상적인 감각이죠. 글로 풀어놓은 것을 영상으로 바꾸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입니다. 많은 배우와 스탭을 상대하기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리더십이에요.


3.PD라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으신가요? 


저한테는 재미있고 멋진 일이에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았는걸요. 한 번 해보세요.


4. 중학생인 제게 PD가 되려면 현재 어떤 것에 힘을 쏟아야 할까요?

 

책 많이 읽고, 신문도 많이 보고, 영상물에 대해 '비판적'으로 시청하는 버릇도 기르시고요. '트랜스포머가 재밌다'는 수준이 아니라 '왜 재미있는지' 생각하면서 봐야 할 것 같아요. 입사 시험에 합격도 해야 하니 학교 공부 열심히 하셔야죠. 그리고 자신이 이런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미리 체험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학교 방송국에서 일찌감치 경험해 봤어요. 그래서 '아 나는 이런 일이 적성에 맞는구나.' 하고 미리 알았습니다.


5. 대학에 무슨 학과를 가면 유리할까요? 


어느 과든지 상관없습니다. 방송사에 '신문방송학과' 출신이 많긴 많아요. 그건 그 과가 유리해서라기보다는 지원자들이 '동기부여'가 되어 있어서 인 것 같습니다.


6. 여자가 할만한 직업일까요? 


드라마 PD는 좀 힘들 수 있어요. 워낙 체력적인 소모가 많은 직종이라. 하지만 MBC의 이윤정 PD가 잘 해내는 것을 보면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7.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젠가요? 


많은 사람들이 제 드라마를 좋아할 때요.  집 식구, 아이들이 아빠 드라마를 좋아할 때요. 함께 일한 배우들이 제 드라마를 좋아할 때요. 함께 일한 작가가 제 드라마를 좋아할 때요.


8.PD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뭔가요? 


자유롭게 살아요. 출퇴근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고. 양복 입지 않고 젊게 살 수 있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한국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을 동료로 두고 일한다는 점이에요. 


9.PD라는 직업의 가장 큰 단점은 뭔가요? 


빨간 날 놀지 못할 때가 많은 점. 제작할 때는 식구들을 거의 방치하고 다닌다는 점. 어떤 분야의 지식에 전문가가 되지 않고 널리 대충 알게 되는 점 등등...


10. 혹시 이 직업을 택한 것을 후회하신 적이 있나요? 


내일이 방송인데 오늘 아직 대본이 나오지 않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온몸에 피가 마르는 느낌이죠. '아 드디어 내가 방송 펑크를 내는구나' 하면서 괴로워했죠.  그때 '왜 이 직업을 택했나, 집에서 편하게 TV 볼 것을' 하고 후회했죠.


11. PD님이 PD의 꿈을 처음으로 갖게 되신 건 언제인가요? 


고3시절이요. 처음에는 FM 음악방송 PD가 되고 싶었어요.


12. 지금까지 일을 함께한 배우 중 호흡이 잘 이뤄졌던 배우는 누구인가요? 


저는 복이 많아서 대부분 호흡이 잘 맞았어요. 일지매에 나온 배우는 다 호흡이 잘 맞았지요.


13. 만약 PD님의 딸이 PD를 하겠다고 하면 찬성하실 건가요..? 


찬성하죠. 뭐 요즘 애들이 아비 말 듣는 세상인가요?


14. 지금까지 PD일을 하면서 느낀 만족도를 점수로 따지면 몇 점을 주실 수 있나요?(10점 만점이라고.. 하면요) 


저는 9.5 정도. 0.5는 제가 잘못했던 일에 대해 반성하는 의미예요.


15.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시청률이 낮아도 시청자들이 오래도록 기억할 드라마를 다섯 개만 더 연출했으면 좋겠어요. 정년까지 한 20년 남았는데 방송국에서는 연출들이 현업에 남아있지 못하고, 관료로 일해야 되는 경우도 왕왕 생겨요.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은 것 같아요.


p.s: 이 제 당분간은 방학숙제 인터뷰는 사절이어요. 저 말고 더 훌륭한 분 찾아보세요.

작가의 이전글 배우의 심리적 저지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